아이오와 주립대에서 교수생활을 시작하면서 내가 경험했던 한국대학과는 다른 몇가지를 느꼈다. 하나는 평가와 승진 관련 규정과 기대치가 명확하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한국대학은 교수들 승진이 까다롭지도 않고 그냥 두리뭉실하게 좋은 페이퍼 많이 쓰고 강의 평가가 좋으면 좋은 교수로 인정받지만 그 외에도 인간성도 좋아야하고 두루두루 정치(?)도 잘해야 한다. 물론 미국 교수사회에도 사내정치가 있기는 하지만 한국과는 다른면이 있는데 내 생각에 결정적인 차이는 깍아내리는 문화가 없다는 것이다. 한국은 연구를 잘하는 사람이 있어도 그 사람이 마음에 안들면 깍아내리는 경향이 있다면, 미국에서는 연구를 잘하면 설령 다른게 마음에 안들어도 그건 인정해 준다는 것이다. 공사가 구분된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굳이 내가 우리학과에서 다른 교수들과 친해질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냥 공적으로 해야할 일만 충실하면 그뿐인데 그게 나는 무척 편했다.
절차도 훨씬 체계적이다. 한국에서는 평소 아무말 없다가 나중에 승진할때 한번에 심사하는 것이라고 한다면 여기는 매년 피드백이 주어진다. 일단 5년에 한번씩 학과장과 면담하여 PRS (Position Responsibility Statement) 를 쓰고 그 PRS 에 기술된 것에 얼마나 충실하게 업무를 수행했는지를 바탕으로 평가한다. 예를들어 강의 비중이 높은 PRS 를 가진 교수는 강의에 비중을 많이 두고 평가하고, 연구나 학생 논문지도에 높은 비중을 둔 교수는 그에 맞추어 평가된다. 그 평가는 매년 인사위원회에서 동료 교수들의 피드백을 정리하여 전달된다. 나 역시 정교수로 승진할때까지는 매년 이런 피드백을 받았는데 그 피드백으로 내가 professionally 성공하기 위해서 어떠한 부분을 보완해야 할지에 대한 의견을 받는 것이었다. 학과장과의 면담에서 이러한 의견을 전달받고 어떤 부분을 학과에서 도와줄수 있는지 애로사항 등을 나누는 시간이었는데 나는 모교 출신이라 그런지 대체로 호의적인 피드백을 받았던것 같다.
아이오와 주립대에서 박사를 받고 한국에서 지내다가 다시 아이오와로 두번째 돌아가니 이는 유학을 두번 가는 느낌이 들었다. 이는 마치 군대를 두번 가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비슷할 것이다. 나는 우스개 소리로 한석봉 체험이라고 이야기를 하곤 했다. 명필 한석봉이 초창기에 절에서 공부하다가 어느 정도 공부를 이룬듯 해서 하산해서 돌아왔는데 엄마와의 떡썰기/글쓰기 배틀에서 깨지고서 다시 절에 들어간 것과 비슷한 상황이다. 나 역시 유학을 다녀와서 한국대학의 교수가 되었지만 그대로 있다가는 그냥 안주하게 될듯하여 다시 아이오와로 떠난 것이니 비슷하다. 그래도 두번째 유학은 첫번째 유학보다는 훨씬 여유로운 상황이었다. 테뉴어를 받았으니 짤릴 염려도 없고, 내 성격에 거기에서 빈둥거리면서 공부를 안할 이유도 없고, 연구 관련 인프라가 갖추어져 있으니 크게 조급하게 굴지 않아도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성장할수 있는 곳이었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한국의 음식/유흥문화를 즐길수 없다는 것과 겨울이 길고 매우 춥다는 점, 그리고 산이 없다는 것 이 정도인데 두번째 유학을 떠나는 입장에서는 공부하기 좋은 환경이니 나 자신을 한단계 업그레이드하는게 먼저라고 생각되었다. 오히려 처음부터 미국에서 교수생활을 한게 아니라 한국에서 6년반을 보낼수 있었으니 유학생 생활을 마치고 바로 미국에서 직장을 잡아서 사는 사람들보다는 오히려 다양한 경험을 했다고 볼수 있었다. 만약 박사를 받고나서 계속 미국에서 살았더라면 한국을 그리워하겠지만 우리는 30대 중후반을 한국에서 살면서 아이들에게도 한국을 경험하게도 했고 할머니 할아버지와의 추억도 만들었으니 처음부터 미국에 계속 있는 것보다는 그래도 나은것 아닌가 싶었다. 모든게 생각하기 나름인 것이다.
그래서인지 아이오와에 돌아온후 첫 4-5년은 여한없이 공부를 했던것 같다. 일단 회식이나 저녁 약속이라는게 없고 강의 부담이 적으니 공부에 투자할수 있는 시간이 한국에 비해 절대적으로 늘었는데 나는 한국에서 늘 시간에 쫓겨 공부할 시간이 모자랐던만큼 학문적 갈증을 마음껏 채울수 있었다. 시골이라 시골사람답게 일찍자고 일찍 일어나는 생활을 했는데 새벽 4시쯤 일어나서 공복에 커피 한잔을 내리고 그걸 홀짝거리며 마시면서 공부를 시작해서 아침 먹고 출근하고 저녁에 퇴근해서는 인터넷 보면서 놀다가 9시에 잠드는 생활을 했다. 주말에는 토요일 오후까지 공부를 하다가 일요일은 하루 쉬었는데 교회를 가고 오후엔 가끔 골프를 치기도 했다. 그렇게 연구삼매경에 빠져 두번째 유학생활을 하니 부교수 생활 4년만에 정교수 승진을 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