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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재광 Sep 07. 2020

무제  

이제는 아침 저녁으로 공기가 제법 선선해 졌습니다. 한국에 있을때면 요즈음 같은 때에는 한참 등산을 다닐텐데 조금 아쉽습니다. 여름에는 너무 더워서 등산을 무리하게 하기가 어렵지만 가을에는 해가 짧지도 않고, 경치도 제법 좋고, 또 햇살도 좋아서, 등산을 하기 딱 좋습니다. 아침에 오르기 시작해서 점심에 정상에 올라가서 도시락을 먹고 천천히 내려와서 6시간 정도 걸으면 그 다음날 몸이 너무 상쾌하고 콘디션이 좋아집니다. 자동차 엔진 튠업을 하듯이 그렇게 튠업을 일주일에 한번씩만 해주어도 즐거운 일상을 지낼수 있었습니다.


미국에 돌아와서는 제가 사는 동네에 등산할 곳이 마땅치 않아서 제법 아쉽습니다. 다행히 자전거 길이 잘 되어 있어서 자전거를 탑니다. 주말에는 3시간 정도 자전거를 타는데 제법 운동이 됩니다. 등산은 발목이나 무릅에 좀 부담을 주는데 자전거를 그렇지 않으니 더 오래 즐기게 될것 같습니다. 그렇게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사는 방법을 찾아야 하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저는 이번 학기에는 온라인으로 강의를 하는데 강의를 좀더 철저하게 준비하느라 바쁘게 지냅니다. 강의 내용을 미리 대본을 만들어 녹화를 하고, 그걸 미리 학생들이 시청하게 한후에 이메일로 미리 질문을 받고, 그리고 수업 시간에는 다시 질문에 대한 답변과 예제 풀이를 해주는 방식입니다. 또한 숙제는 매주 나가고 매주 그 숙제에 대한 해답지도 같이 올립니다. 이렇게 준비를 하는게 시간은 많이 걸리지만 교육 전달 효과는 더 있는것 같습니다. 수업을 듣고있는 몇명에게 물어보니 많이 배울수 있어서 좋다고 하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학생들에게 좀더 엄격하고 철저하게 수업을 하는게 본인들도 힘들고 저도 힘들지만, 더 보람있고 의미있는 방식이라고 믿습니다. 좋은게 좋은거라고 설렁설렁 가르치면서 학생들 비위나 맞추는 방식으로 강의를 하면 그 앞에서는 좋다고 할지 몰라도 나중에 존경을 받지 못합니다. 제가 존경을 받고 싶어서 그러는것이라기 보다는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기 위해서 철저하게 하는 편입니다. 그 학생들이 저를 존경하지 않더라도 제 양심에 비추어서 전혀 부끄럽지 않으니 당당합니다. 제가 제 지도교수에 대해 깊은 존경심이 있는데 그 이유는 제가 그분이 아니었다면 지금만큼의 성장이 가능할수 없다는 것을 확신하기 때문입니다. 학생들이 저를 만나서 자신의 숨은 잠재력을 발견하고 그를 통해 새로운 인생을 얻게 된다면 그 학생들이 저를 존경하지 않을 이유가 없을 것입니다. 그러한 과정을 도와주는 것보다 더 보람된 일이 과연 무엇이 더 있을까 생각해 보면 이 직업을 천직으로 생각하고 제가 할수 있는 최선의 방식으로 학생들을 지도하는 것이 제 사명인 것입니다.


결국 리더라는건 자기가 책임지고 있는 구성원들에게 인기를 끄는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소신을 지키고 이를 위해 기꺼이 자신을 희생할줄 알아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때로는 그들이 리더를 오해할 수도 있고 리더의 진정성을 몰라줄 수는 있겠지만 시간이 지나서 돌이켜 보면 그 리더를 그리워하고 고마와할 것입니다. 당장의 인기보다는 소신을 따르는게 보다 책임감 있는 자세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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