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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재광 Nov 30. 2020

추수감사절 단상

지난 목요일은 미국의 추수감사절이었습니다. Thanksgiving Day 라고 해서 칠면조 요리를 해놓고 한해의 농사를 감사하는 명절이니 한국의 추석과 비슷한 성격입니다. 미국의 역사 관련 다큐멘터리나 책을 보면 초기 이민자들은 굶어죽는 사람들도 제법 있었을만큼 엄청난 고생을 했었는데요 그러한 어려움을 극복하고 황무지를 개척하여 비옥한 농토로 만들어서 지금의 번영의 뿌리를 마련했으니 참으로 대단한 것입니다. 우리 가족도 2008년에 미국 이민을 나왔었는데 그때 제 나이가 40살일때 나왔으니 아마도 그때 나오지 않았으면 영영 한국에서 살았을 것입니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초기에는 고생을 좀 했지만 지금은 제법 안정적이고 편안해 졌으니 나름 보람이 있습니다. 이민은 나무를 옮겨심는 것에 비유할수 있습니다. 나무를 좀더 넓고 비옥한 땅으로 옮겨심는 경우 초반에는 뿌리가 제대로 자라지 않아서 정착되는데 시간이 제법 걸립니다. 하지만 일단 뿌리가 잘 내리면 이전보다는 더 큰 나무로 성장할수 있습니다. 저 역시 한국에서 40년을 살다가 그 기반을 미국 땅으로 옮긴다는게 쉽지는 않았었지만 다행히 무사히 정착했고 지금은 한국에 계속 있는 것보다 더 나은 상황이 되었습니다. 더 비옥한 땅에 나무를 옮겨 심은것처럼 더 나은 환경에 제 인생이 뿌리를 내리게 된 것이지요.


다만 고독감은 어쩔수 없습니다. 어떠한 선택이든 그 선택에는 지불해야할 댓가라는게 있고 또 그 선택을 통해서 얻어지는 효용이 있는 것입니다. 모두 다 좋을수는 없는 것입니다. 저는 고독감이라는 비용을 지불했지만 대신 저의 잠재능력을 좀더 개발하고 학문적 성장을 이루는 결과를 얻었으니 그리 나쁜 선택은 아니였습니다. 그리고 고독이라는 것도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유익한 면도 제법 있습니다. 어차피 인생은 혼자이고 그 혼자됨을 감당할수 있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 현실을 부정하고 어린 아이처럼 과도한 환상에 젖어 타인에게서 자신의 문제를 해결받으려고 한다면 돌아오는 것은 실망감과 상처 일수도 있는 것입니다. 현실은 현실대로 냉정하게 이해하고 받아들이면서 그러한 현실에도 불구하고 나름대로 친구를 사귀고 성숙한 인간 관계를 맺을수도 있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 고독감 덕택에 가족들과는 그나마 더 많은 대화를 나누고 이해의 폭을 넓혔습니다. 가족들과 좋은 추억을 만들기 위해 여행도 다니고 넓은 세상도 많이 구경했습니다. 또한 그 고독감 덕택에 저 자신을 돌아보고 저를 성찰할 시간이 더 많았습니다. 타인에게 관심을 줄이고 나 자신에게 관심을 더 높힌 것이지요. 그렇게 저를 돌아봄을 통해서 저 자신의 못난 부분을 용납하고 보다 객관적으로 이해하고 오히려 감정에 좌우되지 않게 된 면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친구의 범위를 비슷한 나이, 같은 성별, 같은 인종으로 국한하지 않고 더 넓게 잡음으로써 친구의 개념이 한국처럼 동질감에 기반한 상호의존적인 관계보다는 다양성을 인정하며 연합하는 상호 보완적인 관계로 발전하게 되었습니다. 내가 친구에게 이해받는건 포기하는 대신 상대를 먼저 이해해 주려는 노력을 통해서 나 역시 힐링을 경험하고 더 정서적으로 성숙할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사랑을 받기보다 사랑을 베푸는 것이 다채로운 인생의 비결입니다. 수동적이고 소극적인 자세 보다는 좀더 개방적이고 적극적인 자세로 타인을 대하고 사랑을 베풀면서 앞으로의 인간관계를 좀더 견고하고 아름답게 만들어 낼수 있게 되기를 희망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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