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3/21
드!디!어! 집에서 일어나 맑은 정신에 쓰는 오늘 일기. 늦잠은 잤지만 하루를 시작하기 전 개인 시간을 갖는 것이 미라클 모닝이라 그랬으니 어쨌든 미라클이닷! 오랜만에 돌아오는 토요일, 오늘의 할 일은 일단 집 좀 치우고 점심 약속 있고 하 그러면 하루가 후딱 간다 저녁 먹고 자야 함. 운동도 갔다 오면 좋고...
어제는 남편이 오랜만에 밤늦게 온 날. 정말 오오오오오오랜만에 혼자 있는 시간 ㅠㅠ 매일 회사 가면 회사 사람들 집에 와도 원룸이라 나만의 시간도 공간도 없었는데 뭔가 센치해질랑 말랑 하다가 잠들어버렸다. ㅋㅋ 그래도 매일 있다 없으면 허전하긴 하다. 또 없으면 없는 대로 적응은 되겠지만.
출퇴근하는 맞벌이 부부들 특히 자녀 있는 부부들은 매일 어떻게 버틸까 ㅠㅠ 아휴 아이를 위해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버티는 건가. 하루 종일 회사에서 일하고 집에 와서 애기 보고 너무너무 힘들 것 같다. 정말 자기만의 시간이 화장실 밖에 없는 ㅠㅠ 그 화장실도 애기가 따라오면 정말 힘들 것 같다. 그 힘듬을 상쇄하는 아기에 대한 사랑과 아기가 주는 행복이 있으니 가능하겠지?
우리 남편이 내가 늙어 70 80 살이 되어도 저녁을 만들어주고 커피를 타 줄까? 우리가 아이가 없어도 나이 먹어서도 재밌게 살까? 근데 우린 지금 젊은데도 맨날 심심하게 일만 하면서 사는데 나이 먹는다고 재밌는 일이 생길까?
근데 그 재밌는 일이 뭘까? 어차피 고상한 취미생활 다 찍접거려 봐도 흥미 있는 이야기 다 들어도 이 사람 저 사람 만나고 하고 싶은 말 글로 남기고 다녀도 지금도 할 거 다 하는데도 심심한데. 뭔가 재밌는 일이란 환상이 아닐까ㅠ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단조로운 일상이 지금 이 시국에 행운일 텐데...
그래서 내가 요즘 하는 망상은 우리가 만약 이사 가면 그 지역에서 어떻게 살까 고민하는 것. 정말 쓸데없는 고민이다 왜냐하면 아직 어디로 이사 갈지도 안정해지고 언제 갈 수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 ㅋㅋㅋㅋ 하지만 나는 심심하니까 대충 후보를 정해 그 지역의 부동산을 구경하고 구직시장을 구경하고 차를 구경하고 관광지를 구경한다. 인터넷이 정말 좋다.
사실 어딜 가든 다 비슷하다. 그냥 어떻게 사는지는 내가 어떻게 하는지에 달려있을 뿐이다. 새로운 곳에 가서 새로운 직장을 다니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서 친구로 사귀고 새로운 미용실이나 치과 병원 등을 찾아야 하고 쇼핑센터나 몰을 구경하고 뭐 여기서 사는 거랑 다 똑같다. 어차피 이곳에서 매일 여행 온 것처럼 살면서 놀러 다니면 여기도 정말 좋다. 최고의 관광지일 테니까. 부지런히 놀러 다니면 새로운 삶을 사는 것 같은 느낌이 들지 않을까?
나는 우리가 이사를 가게 되면 적어도 방 한 칸과 거실/주방이 따로 분리된 곳으로 가면 좋겠다. 본토로 가면 그나마 같은 월세라도 집이 더 크지 않을까 하는 바람. 그럼 혼자 있고 싶으면 문이라도 닫게 ㅋㅋ 방이 세 개여서 각자 하나씩 차지해도 좋을 것 같다. 나는 정말 최소한의 물건으로 살고 싶은데 남편은 자잘한 것들도 버리지 못하는 성격이라 물건도 엄청 많으니 각자 공간을 만들어서 원하는 데로 꾸미고 살면 속편 할 듯!
나는 깔끔하게 빈 벽도 좋고 작은 집도 넓게 쓰고 싶어서 물건 전부 서랍장에 넣고 문을 닫아버리는데, 남편은 미국식으로 벽에 장식이나 사진이 다닥다닥 있는 게 좋은가보다. 뭔가로 채워져 있는 게 남편에게 마음의 안정을 주는 것 같다. 남편 본가에 가면 온 벽이 그렇다ㅠㅠ 그러니 남편 방은 꼭 있어야 한다.
거실은 내가 원하는 대로 꾸미면 좋겠다. 나는 카페처럼 큰 테이블과 의자만 놓고 거기서 일도 하고 사람들이랑 수다도 떨고 커피도 마시고 밥도 먹고 그러면 좋겠다. 소파나 티비는 없고 책장도 싫고 그냥 테이블만 딱. 그리고 흰 벽에 빔프로젝터로 큰 화면으로 영화 보는 것도 하고 싶은데 그건 남편이 싫어했어서 있던 빔프로젝터도 중고로 팔았기에... 요새 나오는 건 화질도 좋고 스트리밍 서비스도 내장되어 있다던데. 근데 제일 중요한 건 암막커튼이 필요하다 ㅠㅜ 일단 이건 보류
화장실은 한 개여도 좋다 변기 청소는 남편 담당이라 각자 화장실 쓰면 내가 변기 청소해야 하니까ㅠㅠ 주방은 어차피 남편이 요리하니 남편 구역이지만, 나는 상부장 없이 팬트리 같은 것만 있으면 좋겠다. 근데 여기 아파트는 거의 아일랜드장이랑 상부장이 빌트인으로 다 되어있어서 우리가 집을 사서 처음부터 인테리어 하지 않는 이상 다 있을 듯.
만약에 우리가 차를 사면 첫 차는 남편이 나에게 선물해주기로 했다. 일단 내가 운전연습을 좀 하게 동기부여가 되도록. 10년 넘게 장롱면허인데 본토에서는 차가 필수라니까 나도 운전을 하게 되겠지ㅠㅠ 그래서 첫 차는 중고로 골라야 하겠지 ㅠㅠ 그냥 제일 평범한 일본 브랜드 탈까 하다가도 작고 귀여운 차들 보면 이거도 타고 싶고 저거도 타고 싶고.
암튼 차를 사면 운전 선생님한테 운전을 배우고 나서 그다음에 남편한테 배워야지 첨부터 남편한테 배우면 싸움 날듯 ㅠㅠ 이상하게 우리 둘 다 엄청나게 꼼꼼한데 디테일에 신경 쓰는 분야가 애매하게 다르다. 그래서 운전할 때도 뭔가 한 판 하지 않을까 하는... 아니면 바다같이 넓은 마음의 남편이 잘 가르쳐주려나. 선생님도 자기 자식은 못 가르친다는데.
요새 내가 만약 이직을 한다면 기록 관리하는 부서에서 일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의 정리병이 직장에서 발휘되면 엄청나게 효율적으로 문서들을 디지털화하고 관리할 텐데 하는 생각ㅋㅋㅋ 아니면 물품들을 항목별로 분류하고 제자리에 정리하고 수량 파악하고 이런 거 내가 딱 잘하는데. 경찰이나 법원에서 증거나 문서 등도 컴퓨터로 검색되게 착착 관리할 수 있고 거의 실시간으로 엄청 빨리빨리 할 수 있을 텐데. 아니면 이민국이나 대학교에서 입학원서 같은 서류나 문서들 접수받으면서 정리하면 딱인데.
나는 한국에서 회사 다닐 때에도 정리병에 창고정리도 하고 물품 정리도 하고 사무실 이사하면서 최대한 효율적으로 이리저리 물건들 옮기고 집에 정리할 게 없으니 회사까지 정리해버리고 했는데 (그게 얼마나 도움이 됐는지는 모르지만 ㅠㅠ) 사무실 비품들 한 곳에 모으면 있는 것부터 활용하고 또 주문 다시 안 해도 되고! 그런데 지금 사무실도 내가 정리한다고 했더니 그거 따로 업무를 하는 사람이 있다고 했었다 ㅠㅠ 이곳은 그런 직급이 따로 있다니 그런 자리에 지원하면 딱일 텐데
직장의 신이라는 드라마에서 김혜수 역할의 미스김 같은 회사의 업무말고 전반적인 환경정리해주는 그런 일을 하고 싶다 ㅋㅋ 심지어 비정규직이라 한 회사에 얽메이지 않고 떠돌아다니면서 다양한 회사를 볼 수 있다면 더 좋을 것 같기도 하고! 회사의 기반을 잡고 정리해주는, 그러니까 재정적이나 업무적으로 영향을 주지 않고, 직원들이 더욱 편하게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환경을 정리해주는 그런 사업이 있다면 거기에서 일하고 싶다 ㅋㅋㅋ
집안 정리하는 사업은 요새 많아진 것 같다. 신박한 정리에 나오는 그런 회사도 있고 곤마리도 완전 미니멀의 대명사로 자리잡아 있고... 가끔 인스타나 유튜브에 보이는 수압세척이나 고온 삶음 청소기 같은 장비도 너무 좋아보인다. 핀란드의 아리(이 발음이 아닐수도 ㅠ)라는 한 인스타 인플루언서는 어려운 환경에 처해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의 집을 무료로 청소해주는 콘텐츠를 만드는데 완전 속이 다 시원하다ㅠㅠ 우울증이나 상황이 어려운 사람들이 깨끗하게 정돈된 집에서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다니. 나도 그런 일을 함께 하면 좋겠다ㅠㅠ
목공을 배워서 가구 제작도 재밌을 것 같다. 오래된 고가구를 수리하고 페인트칠해서 새것처럼 만들어 재사용하는 것도 좋을 듯. 작은 소품이나 가구 등을 배치하여 인테리어를 하는 것도 너무너무 좋아하지만 인테리어는 역시 페인트칠이나 바닥교체 등 리모델링을 하면서 효과를 보는 것이 대만족이다ㅠㅠ 하지만 나는 페인트칠 해본 적이 없어서 얼마나 힘들지는 모르지만 왠지 정말 재밌을 것 같은 기분!! 요새는 스프레이로도 뿌려서 왠지 쉬워보이는 것 같은 ㅋㅋㅋ 특히 주방이나 화장실 페인트칠 하는 영상이 많이 보이는데 그게 방수가 잘 될지 실제 활용성에 얼마나 좋을지 오랫동안 지속이 되는지 벗겨지지 않는지 궁금궁금하다ㅠㅠ 페인트가 아니면 시트지작업 하는 것도 너무 재밌어 보이고... 월세집에 셀프 리모델링을 할 수는 없지만 자꾸 뭔가 하고싶다 변화를 주고 싶다.
아무튼 지금 우리 집에 있는 내 물건들은 내가 죄다 갖다 버리고 비우고 팔고 해서 ㅋㅋㅋ 정리할 게 없다. 정리병 계획병이 드릉드릉 하지만 일단 나는 현재의 삶을 살아야 한다ㅠㅠ 그게 남편에게서 배울 수 있는 가장 큰 장점인 것 같다. 미래에 대한 불안보다 현재에 집중하기. 지금 여기서 할 수 있는 것을 찾기.
지금 우리는 현재를 즐기기도 하지만 미래를 위해 준비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우리가 나중에 자가를 마련한다면 받을 수 있는 모기지를 위해 신용을 준비할 수도 있고, 미래에 차를 구입하기 위해 어떤 차가 좋을지 고민해볼 수도 있고, 이직을 위해 현재의 직장에서 경력을 쌓고 미국 직장 문화를 체험하는 기회라고 생각할 수도 있고. 아무튼 우리는 지금 빚은 없으니 마이너스는 아닌 것이다. 빚이 없다는 것만으로도 정말 큰 안정감을 준다. 남편과 내가 계속 일하면서 차근차근 자산관리나 계획을 세워 우리가 원하는 미래를 위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지금은 망상이지만 언젠가는 이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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