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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이 Mar 21. 2022

남편의 집안일에 대한 배려

읽을 수 없는 이유 4

결혼하고서는 당연하다는 듯이 집안 살림은 내 일이 된 것처럼 (나만 괜히) 부담으로 다가와 일하고 힘들거나 피곤해도 억지로 요리며 청소며 정리며 해도 해도 끝이 없는 집안일에 시달렸다. 매일매일 해도 티도 안나는 집안일. 그러다 보니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고 왜 남편은 나에게 수고한다는 고맙다는 말 한마디 없는지 야속하게 느껴졌고 시키지 않으면 먼저 나서서 하는 일이 없는 그에게 왜 가사분담을 안 하냐고 따져댔다.


그러자 남편 왈. 나는 네가 좋아서 하고 싶어서 청소하는 줄 알았어! 그래서 네가 원하는 만큼 집안일을 할 수 있도록 내가 배려했었던 거야!


이럴 수가. 아니 집안일 좋아서 하는 사람이 어딨냐고. 내가 안 하면 집안 개판되는데 누가 하냐고. 나도 하고 싶어서 하는 거 아니라고 다다다 다졌더니. 하기 싫으면 하지 말라고 자기가 청소할 때가 되면 한다고. 자기가 청소하려고 해도 내가 다 해놔 버리니까 할 기회가 없었다고. 내가 원하는 깔끔함 만큼은 안돼도 자기도 집안일하고 싶다고. 그렇지만 본인이 생각하기에 더럽다고 느끼는 시점보다 내가 더럽다고 느끼는 시점이 훨씬 잦으니까 내가 일을 더 일찍 해서 많이 하는 거라고.


어쩌면 가사분담에 대한 개념이 당연한 사람에게는 알아서 청소를 다 해주는 사람이 오히려 더 부담이고 자기가 가사분담에 기여할 기회를 박탈해버리는 상황이 더 불편(?)했을 수도 있겠구나... 라고 생각해야 하는 건가 본가?




청결함의 기준을 1부터 100까지 불결함의 기준을 -1부터 -100까지 두고 본다면, 원체 깔끔한 성격이었던 나는 집안을 깨끗하게 유지하고 싶어서 최소 30~40로 유지한다면 남편은 0 이면 더럽지 않으니 깨끗한 것, -30~-40 양호, -80~-90 그냥저냥 -100 더러움인 것. 그것도 그의 사고는 더러움을 문제로 인식하는 것도 오래 걸리며 더러움이라는 문제의식에서 청소라는 해결책으로의 연결고리도 없다. 그러므로 그냥 더럽던 말던 내버려 둔 것. 자신이 치워야 한다는 생각 자체를 못한 것.


이게 문제가 되는 경우는 딱 한 가지 나와 만났을 때. 나는 이렇게 더러울 때까지 안 치우고 뭐하냐고 지금 나보고 치우라고 내버려 두는 거냐고. 너는 네가 더럽힌 것도 안 치우고 집안일도 안 하고 대체 집에서 하는 게 뭐가 있냐고 화를 냈다.




나는 집은 항상 깨끗해야 되며 화장실과 부엌은 집안에서도 특히 더 자주 청소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자주 청소해주지 않으면 쉽게 더러워지기 때문. 너무나도 당연하지 않은가. 하지만 남편에게는 세면대나 변기는 원래 더러운 곳. 자주 청소해봤지 어차피 또 더러워질 것.


나는 애초에 둘이 쓰는 공간이고 그가 청소를 안 하니 어쩔 수 없이 나라도 해야 하니 억지로 했던 것이었는데. 심지어 화장실 더럽게 쓰는 건 세면대에서 면도하고 변기에 서서 소변보는 건 남편인데! 깨끗하게 쓰도록 배려하지도 않고 왜 자기가 더럽힌 걸 치우지 않는지 엄청 불만이었다. 그런데 남편은 내가 화장실 청소하는 것을 좋아해서 하고 싶어서 하는 것이라고 그러니 별로 더럽지도 않은데 자꾸 청소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었단다.


그렇다면 나는 왜 이 사람이 세면대를 깨끗하게 쓰길 원하는 걸까 세면대가 더러우면 내가 죽기라도 하는 병에 걸리는 걸까. 사실 내가 좀 깔끔 떨긴 해도 정말 눈코 뜰 새 없이 바빴을 때는 화장실 개판 오 분 전 돼도 정말 물리적으로 치울 시간이 없었다 ㅠㅠ 그래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쨌든 화장실의 기능은 하니까. 그리고 세면대나 변기가 막히면 남편이 뚫어주니까. 남편도 맡은 바 소임을 다하는 것이다. (읔 나는 절대 못함ㅠ)




멀리 보자면 우리가 결혼해서 같이 살고 있는 이유는 서로 사랑하기 때문에 서로와 함께 있을 때 더욱 행복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실상은 이렇게 사소한 문제로 싸운다면 우리가 큰 그림을 놓치고 있는 것이 아닐까. 결국 다 내가 나를 스스로 ‘이렇게 해야만 한다’ 라는 기준에 옭아매었던 것 그리고 그런 나의 기준에 남편을 함께 묶어두려 했었던 것이었다.


내가 자처해서 내 일로 만들고 스트레스받는다면 남편이 일을 해내고 걱정하고 나를 위해 해 줄 기회를 박탈해버리는 것이다. 남편에게도 집안일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그 일이 남편의 일이라는 사실을 예쁜 말로 상기시켜 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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