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례지만 잠시 화장실 얘기 좀 하겠습니다.
한국에는 있지만 미국에는 없는 문화. 제가 한국 문화 중 가장 그리워하는 문화! 한국인의 정(?)을 느낄 수 있는 공동체 문화!
바로바로 점심식사 후 양치 입니다 ㅎㅎ
한국에서는 학교에서도 사무실에서도 당연하게 했던 일인데 더 이상 못하게 되다니! 회사에서 12시에 점심 먹고 다 같이 옹기종기 화장실에서 양치하잖아요 ㅎㅎ 저는 예전 사무실에서 칫솔도 공구하고 치약을 다 썼으면 빌려주거나 하기도 했거든요! 아 이렇게 동료애(?)가 싹트는 양치~ 을매나 좋게요!
제가 10년도 훨씬 전에 여의도의 한 회사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었는데요. 그때 처음 양치대 (양치 전용 일체형 세면대) 를 영접했어요. 그곳은 고층건물이라 50 몇 층에 있는 사무실에서 점심시간에 밥 먹으러 나가는 것도, 밥 먹고 들어오는 것도 정말 1분 1초가 급했어요. 직원도 많아서 그랬는지, 휴게실 옆에 설치된 양치 대가 너무 좋아 보였죠. 대기업 포스가 이런 건가 치아건강도 놓치지 않을 거예요~
요즘에는 초등학교에도 이렇게 복도에 대놓고 양치대까지 설치되어 있다고 해요! 너무 깔끔하고 편리해 보이죠? ㅎㅎ
저는 지금 사무실에서 3년째 근무하고 있어요. 그리고 그동안 별 신경 안 쓰고 양치를 하고 싶을 때 했거든요. 양치하지 말란 법은 없었으니까, 그리고 하면 안 되는 거면 누군가가 말해주겠지 하고요. 그리고 저희 사무실이 직원용으로 변기와 세면대가 모두 있는 1인 화장실을 썼기 때문에 누가 옆에서 뭐라 하는 사람도 없고 이상하게 보는 사람도 없어서 편하게 양치를 했지요.
그런데 코로나가 터지면서 재택근무를 하다가 다시 출근하게 되니, 양치하기가 영 귀찮더라고요. 그렇게 하루 이틀 안 하다 보니 이주, 삼주, 양치 없는 무법자 생활이 이어졌어요. 그리고 한국도 다녀오고 친구가 옆 사무실에 입사해서 점심시간마다 외출했다 오느라고 시간이 없어서 양치를 벌써 몇 달째 못? 안? 했죠 ㅎㅎ
그러던 어느 날, 둔둔둔! 싱크대에 침 뱉지 말라는 문구가 붙었더라고요!! 그동안 내가 양치할 때는 없었는데! 일단 저 침 뱉은 사람은 저는 절대 아니에요 ㅠㅠ!!
일단 양치하려면 뱉어내야만 하니까, 긁어 부스럼 낼 거 없어서 저는 양치를 안 하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왠지 궁금해졌죠. 이 사람들은 원래 점심 먹고 양치를 안 하는 건가? 3년 만에 생긴 의구심. ㅋㅋㅋ
333법칙이라고, 하루 세 번, 식후 30분 이내에, 3분 동안 양치하기! 느낌 알잖아요~? ㅎㅎㅎ
그런데 미국에서는 22 라네요?! 하루 두 번 2분 동안 양치하기! The American Dental Association (ADA) 미국 치과 협회에서 권장하는 양치법이래요.
엇 살짝 부족한 느낌이긴 한데... 저희가 가는 치과 선생님께서는 매 식사 후 양치하라고 하셨거든요. 그런데 그것보다, 칫솔질도 중요하지만 양치질 전에 꼭 치실을 사용해서 치간의 이물질을 제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셨어요. 매일매일 해야 한다고.
제가 이곳에서 또 한 번 놀랐던 건 치과 치료 비용이에요 ㅠㅠ 다행히 보험으로 스케일링은 받는데, 매번 fluoride 할 거냐고 비보험인데 50불 정도라며 물어보더라고요. 그래서 그게 뭔지 사전을 찾아보니 불소인 거예요. 저 어렸을 때 한국 초등학교에서 무료로 불소 도포해줬던 기억이 있거든요. 그리고 보건소에서도 해주잖아요?! 근데 50불이라니!!!!!
1. 미국인들은 양치는 굉장히 사적인 영역이라고 생각한대요.
그러니까, 미국에서의 양치는 치실 + 칫솔질 이라, 입을 크게 벌리고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작업인 거죠 ㅎㅎㅎ 처음에는 양치 가지고 그렇게까지 생각하나 의아했었는데, 치실까지 양치의 일부라고 보면 굉장히 사적인 영역인 건 맞네요. ㅎㅎ
그래서 공공장소에서 양치를 한다는 행위 자체를 고려해본 적이 없다고 하더라고요. 그게 예의이자 메너라고.
2. 우리나라에서는 양치를 안 하면 입 안이 더럽다는 생각하고
미국에서는 양치를 하기에 공중화장실이 더럽다는 생각 한대요.
우리는 구강건강을 위해 양치를 한다는 생각이고, 여기는 내 구강건강을 위해 더러운 곳에서 양치하지 않는다고. 그러니까 모두 나의 건강을 위해 극과 극으로 다른 선택을 한다는 말이죠.
저는 옛날에는 이런 게 문화 차이인가 너무 신기하다고 느껴졌는데, 이민 와서 살아보니까 알겠더라고요... 공중화장실이 정말 인간적으로 너무 더러워용 ㅠ.ㅠ 청결의 기준이 우리나라와 많이 다르다 보니, 그리고 공중화장실에서 사건사고(?)가 많이 있다 보니, 차라리 양치를 안 하고 마는 게 낫더라고요 ㅎㅎ
3. 제 개인적인 분석으로는... 국민들의 근무환경이 관건이라고 생각해요.
무슨 말이냐면... 제가 너네는 왜 양치 안 하냐고 물어봤을 때, "집에 가서 하면 되지, 그럼 치약 칫솔 치실을 들고다녀?" 라는 질문을 되받았거든요. 공중화장실에서 양치하는 건 양치할 집이 없어서라고 오해할 수 있겠더라고요.
그런데 우리는 회사에서 양치도구를 두고 다니잖아요. 제가 그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보니, 바로 근무환경의 차이었어요.
한국의 야근!!!!! 우리는 집에 가서 저녁 먹고 양치를 할 수 없는 환경인 거예요! 어차피 야근할 거고, 하루 종일 양치도 못할 거면 그냥 회사에서 하는 거죠. ㅋㅋㅋㅋㅋ 저녁에도 해야 할 건데 까짓 거 점심에도 하고~
그리고 우리는 회사에서 하루 온종일 사니까, 자리에 살림을 차리잖아요. 제가 한국에서 근무할 때는 실내화며 렌즈 도구며 화장품이며 싹 다 챙겨놨거든요. 그러니까 양치 세트도 당연히 회사에 이미 있죠! ㅋㅋㅋ
4. 근무환경 완벽하지 않은 건 미국도 마찬가지예요. 제가 이곳에서 근무하면서 느낀 특이점은 바로 점심시간의 길이예요.
우리나라는 대부분의 회사들이 12시-1시까지 점심시간 1시간을 법으로 보장해주잖아요. 그런데 이곳은 점심시간 규정이 주마다 다르긴 하지만 보통 20분-30분 정도밖에 되지 않아요! ㅠㅠ
제가 사는 하와이 주는 점심시간이 미성년자가 아니라면 법에 따로 정해져 있지 않아요. (대충격! 밥은 맥여야 하는 거 아입니꺼!) 그런데 회사 재량으로 8시간 근무 시 30분 무급으로 점심시간을 줄 수도 있다고.
그래서 점심 때는 다들 간단하게 샌드위치나 스시, 과일, 커피 같은 간식 개념으로 조금만 먹고, 퇴근하고 저녁을 비교적 성대하게 먹는다고 해요. 그리고 민트나 껌을 씹는다고.
그런데 저는 한국인 밥심이라 점심 조금만 먹으면 너무 배고프거든요 ㅠㅠ
한국에서는 점심시간에 먹을 수 있는 메뉴도 다양하고, 회사 식당이나 학교 급식도 정말 잘 돼있잖아요. 그래서 점심 한 끼 맛있게 잘 먹고, 양치를 하는 거죠. 한국 음식에 마늘이나 고춧가루 같은 향신료가 많이 사용되니까 입냄새 방지 차원에서요 ㅎㅎ
그런데 저희 회사는 다운타운에 있어서 식당을 가면 팁 포함 5만 원은 금방이고, 테이크아웃 도시락도 비싸서 매일 먹기가 힘들어요 ㅠㅠ 그래서 그냥 간단하게 후딱 먹어서 딱히 양치가 필요하지는 않은 것 같아요.
제가 심심해서 검색해봤어요. 미국에서는 치과도 비싼데 왜 양치를 두 번만 2분 동안 하라고 그러는지 의아해서요.
역사적으로 보면 Pepsodent 라는 치약 브랜드가 미국 전역에 양치 열풍(?)을 일으킬 정도로 광고를 잘했대요.
1900년대 초, 양치를 하는 사람은 7%의 부유한 사람들에 국한했었대요. 1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의 치아건강은 굉장히 위험한 수준이었고, 당시 사용하던 치약은 방판 만물상 같은 사람들에 의해 유통되었다고 해요.
그러다가 1930년 대 Claude Hopkins 가 시카고에 기반을 둔 치약 회사 광고 제의를 받고, 전국 대대적으로 홍보를 했다고 해요. 바로, "Pepsodent Smile" 치아 미백을 아름다움의 기준으로 정해버린 거죠. 치아에 필름을 제거해야 한다는 광고 문구를 사용해서 아름다운 미소 하얀 치아를 만들려면 양치를 매일 해야 한다고 주입했대요 ㅎㅎ 매일 양치하면 치약도 많이 쓰고 또 많이 사야 하니까요.
그 이후로 30년 연속 가장 많이 팔렸던 치약으로 자리매김하면서 미국인에게 매일 양치하는 습관을 정착시켰다고 합니다. 완전 흥미롭죠? 자본주의의 결과물이었다니 ㅎㅎ
암튼 그래서 굳이 양치를 여러 번 자주 할 필요가 없다고, 너무 많이 해도 치아가 마모되고 손상될 위험도 있다고, 두 번씩 하면 충분하다고 그랬대요 ㅎㅎ
아무튼 치실도 열심히, 양치도 열심히, 우리 모두 건치 미남 미녀 됩시다!
치약 에피소드 하나, https://brunch.co.kr/@kim0064789/263
외노자의 미국 공무원 출근기, https://brunch.co.kr/brunchbook/kim20064789
https://link.inpock.co.kr/loveyourlif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