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더위 먹었나 보오
'진흙탕 개싸움'이라는 말이 있다
니캉 내캉 진흙탕에서 개싸움 하고 있으면 아무도 빠져나올 수 없다. 둘 다 진흙에 파묻혀서 서로를 진흙 범벅으로 만들어 버린다.
네가 넘어져 있으면 진흙 묻은 손으로 너를 일으키려 하다 둘 다 중심을 잃고 넘어져 다시 진흙탕물에 빠지고
내가 울고 있을 때 너는 진흙 묻는 손으로 내 얼굴을 닦아주면 나는 눈 코 입에 진흙이 가득하니 더 괴롭고
너의 손을 잡으려면 내 손을 먼저 깨끗하게 해야 한다. 서로 힘을 빼고 두 다리로 설 수 있어야 한다.
내가 먼저 나와서 단단한 땅을 밟은 상태로 너를 끌어올려 줄 수도 있고,
아니면 나를 진흙탕물에 빠뜨려 상대가 나를 밟고 올라가 탈출할 수 있게 해 줄 수도 있고,
서로 협동해서 으쌰 으쌰 같이 나가자 할 수도 있고,
진흙 속에서 휴전하고 밤하늘 보고 누워 별을 셀 수도 있고,
머드팩 하며 웃긴 얘기 하면서 낄낄 댈 수도 있고,
어떤 게 가장 빨리 진흙탕에서 우리를 구해줄까?
우리는 이 개싸움을 끝내고 싶은 걸까?
어떤 사람은 진흙에서 탈출할 생각이 없을 수도 있고
진흙 밖의 세상이 두려울 수도 있고
아니면 아예 존재 자체를 모를 수도 있다.
확, 갑자기 정신이 들었다.
진흙탕에 빠져서 허우적 대다가 갑자기 벌떡! 일어나서 걸어 나왔다. 진짜 어느 날 갑자기 기분이 나아졌다. 억눌려있고 답답하고 꼴도 보기 싫던 그런 마음이 어느 순간 사라졌다.
세상이 똑바로 보이고, 마음이 조금 누그러졌다. 다시 제대로 화장도 좀 하고 머리도 좀 빗고 출근을 한다. 내리쬐는 햇살이 갑자기 반갑고 슬그머니 웃음이 난다.
진짜 정신병인가 싶을 정도로 기분이 획획 바뀌네. 인간은 진짜 호르몬의 노예인가.
예전에는 할 말이 생기면 글쓰기를 했었어서 글의 공백이 참 길었다. 지금은 주간 일기 챌린지에 도전하게 되면서 일상을 기록하려니 글이 널을 뛴다.
그걸 다 아는데도 아무것도 안 했다 그러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창밖은 여전히 고요하다. 아침에는 해가 뜨고 밤에는 해가 지고.
내 마음은 여전히 울렁댄다. 남과 비교하는 못난 마음, 상대를 이해하지 않으려는 좁은 마음, 하고 싶은 일만 하려는 욕심과 일이 되니 미루고 미루는 게으름까지!
그래!!!!! 네가 부럽다!!!!!! 잘난 사람들 왜 이리 많은지!!! 다!!! 부럽다!!! 이뻐서 부럽고 키 커서 부럽고 공부 잘해 부럽고 팔자 좋아 부럽고 행복해 보여서 부럽다 ~~~
물론 그들도 그들만의 희로애락이 있겠지?
나는 무엇을 그렇게 찾아 헤매나. 뭐 화끈한 일? 뭐 신나는 일? 머리에 꽃 달고 춤추기? 홀딱 삭발하기? 비 맞으면서 조깅하기?
그래 어쩌면 아무 일 없는 지금이 가장 좋을 때다. 그걸 알지만 여전히 헤맨다. 무탈하고 건강하고 안정적이다.
나에게 선택의 폭이 더 넓어진 기회가 왔다. 내가 어디서 살기를 원하는지 이제는 선택할 수 있다. 더 큰 기회가 더 무한한 가능성이 생겼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 두렵기도 하지만, 더 이상 안주하지 않고 어디든 갈 수 있다는 사실이 위안이 되기도 한다.
나는 어디로 갈까? 나는 어떤 곳에서 살고 싶을까? 나는 어떤 삶을 살게 될까?
물론 지금도 괜찮다. 충분히 좋다. 그래도 나중이 기대되긴 한다. 흐흐...
요즘 하와이가 참 덥다 ㅠㅠ 그래서 그런가 살짝 맛이 갔다. 머리도 아프고 더위 먹었나 보오...
그러다가 갑자기 정리병 도져서 회사 서류 내년 치를 싹 다 만들어놓고. 그래 이건 필요한 일이니까 잘했다.
구글 포토 용량 안내에 삘 받아서 케케묵은 페북을 정리하고 어렸을 때 사진까지 싹 다 정리함. ㅋㅋㅋㅋㅋ 진짜 어이없게 밤새 이걸 했다. 그리고 내리 3일을 아픔 ㅠㅠ
6월 24일 새벽 5시쯤 행성 다섯 개와 달이 한 줄로 정렬한다는 소식에 알람을 맞춰놨지만 결국 못 봤다 ㅠㅠ 막상 날을 받아놓으니 안 하게 되는 이 심리란...
옛날에는 이런 이벤트를 몰랐다. 그리고 사람들이 항상 이벤트가 다 끝나고 다녀온 후기를 알려줘서 너무나도 아쉬웠다. 나도 알았으면 갔을 텐데 ㅜㅜ
그래서 나는 뭐든 정보를 들으면 동네방네 소문을 낸다. 몰라서 못하는 사람이 없게! 알지만 안 가기로 한 것과 몰라서 못한 건 차이가 크니까.
이렇게 한 주가 갔다.
이번 주 명언은 페북 정리하다 찾은 Rudyard Kipling 의 시 한 구절. 내가 저걸 어디서 읽었더라... 벌써 10년 전인데 2012년에도 감정이 널뛰기를 했었구나 ㅋㅋ
만약 주위 사람들이 모두 이성을 잃고 네 탓을 할 때 냉정을 유지할 수 있다면. 네가 말한 진실이 다른 사람들에 의해 왜곡되어지는 것을 참아낼 수 있다면. 네가 온 마음과 온 힘을 다해 버텨낼 수 있다면. 가혹한 일 분간을 관조의 육십 초로 채울 수 있다면. 이 세상과 그 안의 모든 것이 네 것이 되리라. 그리고 아들아. 무엇보다도 너는 한 사람의 어른이 될 것이다.
IF by Rudyard Kipl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