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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이 Jun 30. 2022

진흙탕 개싸움 탈출기

나 더위 먹었나 보오

'진흙탕 개싸움'이라는 말이 있다


니캉 내캉 진흙탕에서 개싸움 하고 있으면 아무도 빠져나올 수 없다. 둘 다 진흙에 파묻혀서 서로를 진흙 범벅으로 만들어 버린다.


네가 넘어져 있으면 진흙 묻은 손으로 너를 일으키려 하다 둘 다 중심을 잃고 넘어져 다시 진흙탕물에 빠지고

내가 울고 있을 때 너는 진흙 묻는 손으로 내 얼굴을 닦아주면 나는 눈 코 입에 진흙이 가득하니 더 괴롭고




너의 손을 잡으려면 내 손을 먼저 깨끗하게 해야 한다. 서로 힘을 빼고 두 다리로 설 수 있어야 한다.


내가 먼저 나와서 단단한 땅을 밟은 상태로 너를 끌어올려 줄 수도 있고,

아니면 나를 진흙탕물에 빠뜨려 상대가 나를 밟고 올라가 탈출할 수 있게 해 줄 수도 있고,

서로 협동해서 으쌰 으쌰 같이 나가자 할 수도 있고,

진흙 속에서 휴전하고 밤하늘 보고 누워 별을 셀 수도 있고,

머드팩 하며 웃긴 얘기 하면서 낄낄 댈 수도 있고,


어떤 게 가장 빨리 진흙탕에서 우리를 구해줄까?

우리는 이 개싸움을 끝내고 싶은 걸까?


어떤 사람은 진흙에서 탈출할 생각이 없을 수도 있고

진흙 밖의 세상이 두려울 수도 있고

아니면 아예 존재 자체를 모를 수도 있다.




정신이 들던 날 청소를 열심히 했다. 방충망까지 떼서 물로 닦음.




확, 갑자기 정신이 들었다.


진흙탕에 빠져서 허우적 대다가 갑자기 벌떡! 일어나서 걸어 나왔다. 진짜 어느 날 갑자기 기분이 나아졌다. 억눌려있고 답답하고 꼴도 보기 싫던 그런 마음이 어느 순간 사라졌다.


세상이 똑바로 보이고, 마음이 조금 누그러졌다. 다시 제대로 화장도 좀 하고 머리도 좀 빗고 출근을 한다. 내리쬐는 햇살이 갑자기 반갑고 슬그머니 웃음이 난다.


진짜 정신병인가 싶을 정도로 기분이 획획 바뀌네. 인간은 진짜 호르몬의 노예인가.


예전에는 할 말이 생기면 글쓰기를 했었어서 글의 공백이 참 길었다. 지금은 주간 일기 챌린지에 도전하게 되면서 일상을 기록하려니 글이 널을 뛴다.




그걸 다 아는데도 아무것도 안 했다 그러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창밖은 여전히 고요하다. 아침에는 해가 뜨고 밤에는 해가 지고.


내 마음은 여전히 울렁댄다. 남과 비교하는 못난 마음, 상대를 이해하지 않으려는 좁은 마음, 하고 싶은 일만 하려는 욕심과 일이 되니 미루고 미루는 게으름까지!


그래!!!!! 네가 부럽다!!!!!! 잘난 사람들 왜 이리 많은지!!! 다!!! 부럽다!!! 이뻐서 부럽고 키 커서 부럽고 공부 잘해 부럽고 팔자 좋아 부럽고 행복해 보여서 부럽다 ~~~


물론 그들도 그들만의 희로애락이 있겠지?







나는 무엇을 그렇게 찾아 헤매나. 뭐 화끈한 일? 뭐 신나는 일? 머리에 꽃 달고 춤추기? 홀딱 삭발하기? 비 맞으면서 조깅하기?


그래 어쩌면 아무 일 없는 지금이 가장 좋을 때다. 그걸 알지만 여전히 헤맨다. 무탈하고 건강하고 안정적이다.







나에게 선택의 폭이 더 넓어진 기회가 왔다. 내가 어디서 살기를 원하는지 이제는 선택할 수 있다. 더 큰 기회가 더 무한한 가능성이 생겼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 두렵기도 하지만, 더 이상 안주하지 않고 어디든 갈 수 있다는 사실이 위안이 되기도 한다.


나는 어디로 갈까? 나는 어떤 곳에서 살고 싶을까? 나는 어떤 삶을 살게 될까?


물론 지금도 괜찮다. 충분히 좋다. 그래도 나중이 기대되긴 한다. 흐흐...










요즘 하와이가 참 덥다 ㅠㅠ 그래서 그런가 살짝 맛이 갔다. 머리도 아프고 더위 먹었나 보오...


그러다가 갑자기 정리병 도져서 회사 서류 내년 치를 싹 다 만들어놓고. 그래 이건 필요한 일이니까 잘했다.


구글 포토 용량 안내에 삘 받아서 케케묵은 페북을 정리하고 어렸을 때 사진까지 싹 다 정리함. ㅋㅋㅋㅋㅋ 진짜 어이없게 밤새 이걸 했다. 그리고 내리 3일을 아픔 ㅠㅠ 




https://www.cbsnews.com/news/planets-align-2022-five-mercury-venus-mars-jupiter-saturn-2022-06-24/




6월 24일 새벽 5시쯤 행성 다섯 개와 달이 한 줄로 정렬한다는 소식에 알람을 맞춰놨지만 결국 못 봤다 ㅠㅠ 막상 날을 받아놓으니 안 하게 되는 이 심리란... 


옛날에는 이런 이벤트를 몰랐다. 그리고 사람들이 항상 이벤트가 다 끝나고 다녀온 후기를 알려줘서 너무나도 아쉬웠다. 나도 알았으면 갔을 텐데 ㅜㅜ


그래서 나는 뭐든 정보를 들으면 동네방네 소문을 낸다. 몰라서 못하는 사람이 없게! 알지만 안 가기로 한 것과 몰라서 못한 건 차이가 크니까. 







이렇게 한 주가 갔다.







이번 주 명언은 페북 정리하다 찾은 Rudyard Kipling 의 시 한 구절. 내가 저걸 어디서 읽었더라... 벌써 10년 전인데 2012년에도 감정이 널뛰기를 했었구나 ㅋㅋ





만약 주위 사람들이 모두 이성을 잃고 네 탓을 할 때 냉정을 유지할 수 있다면. 네가 말한 진실이 다른 사람들에 의해 왜곡되어지는 것을 참아낼 수 있다면. 네가 온 마음과 온 힘을 다해 버텨낼 수 있다면. 가혹한 일 분간을 관조의 육십 초로 채울 수 있다면. 이 세상과 그 안의 모든 것이 네 것이 되리라. 그리고 아들아. 무엇보다도 너는 한 사람의 어른이 될 것이다.
IF by Rudyard Kipl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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