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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이 Aug 03. 2022

현재에 만족하며 사는 법

돌고 돌아 지금, 여기, 당신


All I needed was to get away. Just to realize that I was meant to stay.
- My Hometown





남편과 함께 봤던 넷플릭스 영화에 나오는 노래 가사. 내가 있어야 할 곳이 여기라는 걸 깨닫기 위해 어딘가로 도망가야만 했다는 가사가 너무나도 마음에 와닿았었다.


스무 살이 되고 나는 항상 어딘가로 떠나고 싶었다. 현실도피용 여행을 다녀와도 항상 돌아오는 곳은 서울.

서른 살이 되고 여전히 나는 어딘가로 떠나고 싶다. 어딘가 정착할 수 있는 곳으로 안정적인 곳으로. 하지만 이제 내가 돌아오는 곳은 이곳 하와이.


나는 내가 제일 먼저 하와이를 떠날 줄 알았다. 임시로 몇 년만 지내기로 했으니까. 그런데 하와이에 오래 계시던 분들이 떠날 준비를 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깨달았다. 다 때가 있는 거구나. 때가 돼야 하는구나. 우리도 때가 되면 갈 거다. 그러니 조급해할 필요 없다.




현재에 만족하며 사는 법. 단점보다는 장점'도' 보기. 부정적인 상황보다는 긍정적인 상황'도' 보기. 이게 말로는 정말 쉽지만 실천이 어렵다.


현실에 안주하는 것이 아니고 자포자기하는 것도 아니고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는 것도 아니고, 진심으로 현재에서 행복할 수 있는 법. 장점을 인정하기 장점도 받아들이기 장점에 감사하기.







내가 처음으로 하와이가 좋다고 입 밖으로 말한 사건이 있다. ㅋㅋㅋ 말하고 나서도 깜짝 놀람. 바로바로 택배!!! 하와이는 섬에만 도착하면 거의 하루 만에 택배를 받을 수 있다. 그래서 오매불망 기다리던 택배를 여행 가기 하루 전! 타이밍 기가 막히게 받을 수 있었다.


하와이에 EMS 보낼  앞으로 기억해야  ! 화요일에 발송 준비해서 항공사 인수까지 진행된다! 한국에서도 우체국에 부치면 거의 하루 안에 발송 교환국까지 도착하니까 월요일에 부치면 그다음 날인 화요일에 비행기  준비한다는 ! 그럼 하와이시간으로 수요일에 하와이 오고 목요일에 받습니다 ㅋㅋㅋㅋㅋ ㄲㅑ


하와이가 살기 좋다 천국이다 하는데 나는 하나도 이해하지 못했었다. 그런데 이제 적응 좀 되니까 진자 살기 좋다. 공기 좋고 미세먼지 없고 날씨 좋고 여유롭고 사람들 친절하고 한국 마트 한국식당 많고... 좋은 점만 보자면 끝도 없다. 그동안 내가 몰랐다.







여행 가기 전에 1분 간격으로 받은 이메일! 내가 좋아하는 작가 책을 전자책 도서관에 전부 예약 걸어놨었는데, 베가스 가기 직전에 하필이면 이 책이 ㅋㅋㅋㅋㅋ 원래 LA배경으로 한 작품이 많은데 갑분 베가스!!! ㅋㅋㅋㅋㅋ 일단 가기 전에 읽으면 무서울 것 같아서 보류해놨다 ㅋㅋ


베가스에서는 언니들 쫓아다니며 엄청 열심히 놀고 코피 쏟으며 다녔다. ㅋㅋ 죄의 도시에 간 유교걸 느낌으로 술도 도박도 클럽도 풀파티도 체험 완 ㅋㅋㅋㅋㅋ 정말 인생을 즐기며 재밌게 사는 사람들을 봤다!!!!! 저렇게 살아야 하는데 말이쥐... ㅋㅋㅋㅋㅋ


아니 근데... 베가스에서 일어난 일은 베가스에 남는다면서요ㅜㅜ 어마어마한 카드값과 코로나(증상) 달고 왔다. 나는 계속해서 코로나 음성만 뜨는데!!! 나 이렇게나 아픈데 음성이라 굽쇼? 목이 찢어져줘야 코로나 걸렸다 하는 건가?ㅠㅠ







우리 집 개똥 씨는 꼭 약에 쓰려면 사라진다 ㅠㅠ 남편이 있다 없으니 그리운 것


매일 저녁 깎아주던 과일 냉장고 열어 보면 아침에라도 먹으라고 그릇에 담아줬는데 ㅜㅜ

아무리 늦은 시간이라도 배고프다 하면 챙겨주던 간식 설거지도 요리도 귀찮아하지 않고 만들어 줬는데...

잘 자라고 장난처럼 불러주던 노래 가끔씩 내가 잠이 들었는지 안 들었는지 얼굴 들이밀며 확인하던 모습

매일 아침 좋은 하루 보내라고 적어주던 쪽지

매주 유기농 마트에서 장봐야서 냉장고를 채워줬는데 ㅠㅠ 생필품 떨어질 때마다 부탁하면 바로 사 오기도

집안에 자잘하게 고장 나는 부분들 고쳐주기도 하고 변기 청소에 세면대도 뚫어 줬는데

열쇠 소리가 나면 달려 나와 인사해주거나, 내가 문 앞에서 인사하는 것도 ㅠㅠ


그러고 보니 우리는 함께하는 시간이 없어서 불만이었는데, 소소하게 생활 곳곳에서 함께 하긴 했구나. 생활리듬이 달라 서로에게 시차는 있었어도 장거리 연애처럼 전화만 하는 것보다 훨씬 낫다.


우리 남편 장점도 봐주기 긍정적인 면도 봐주기. 우리 남편 바닷가 놀러 가면 나를 데리고 수영해줄 사람, 내가 물에 빠지면 구해줄 사람. 외출은 안 하지만 그래도 언젠가 가면 구해줄 사람. 남편인데 당연히 구해줘야지 할 수도 있지만, 와이프 물에 빠뜨려 죽여버리는 남편도 있는데 구해준다니 다행이지 뭐.




남편 없을 때 이불빨래도 하고 안 쓰는 물건 좀 버려야지 ㅋㅋㅋㅋㅋ 구멍 난 양말도 버리지 못하게 하는 남편이지만 그래도 내가 한국 갈 때마다 양말 왕창 사 오니까 ^^


에고 우리 남편 나 없으면 양말도 못 신고 어쩌냐 하는 마음이 들다가도, 사실은 그것도 틀린 말이다. 구멍 난 양말 신고 다닌다고 남편이라는 사람의 본질이 바뀌는 건 아니니까. 새 양말에 멀끔한 옷차림의 남편은 내가 원하는 모습의 남편일 뿐.


따지고 보면 남편 입장에서 볼 때 나도 완벽한 아내는 아닐 것이다. 혼자 있으면 완벽한 사람이었는데, 어쩌다 나를 만났을까. 나도 혼자 있으면 나대로 그런 사람인데, 어쩌다 남편을 만났을까. 어쨌든 그렇게 살고 있다. 그래도 살아간다. 행복한가? 좀 행복한 거 같기도 하다.





사막을 건너 바다로 (오른쪽 사진은 지인이 보내준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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