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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이 Aug 24. 2022

나를 살리는 브런치, 내가 브런치에 글을 쓰는 이유

원래 제목은 클래스101x브런치북 대상, 받지 말 걸 이라고 썼었어요

클래스101 x 브런치북 프로젝트 선정 연락을 받았던 그날을 아직도 생생히 기억합니다. 심장이 튀어나올 것처럼 뛰어 내 귀에까지 울리던 심장 소리, 손이 덜덜덜 떨려 들고 있던 유리컵을 놓칠 것 같은 느낌, 핸드폰의 알림을 보고 눈앞이 깜깜해지던 아찔했던 순간. 그때는 (하와이 시간으로) 저녁 6시 반 즈음이었고, 친구들과 만나 저녁을 먹다가 무심결에 시간을 확인하기 위해 핸드폰을 보았을 때였죠.


이 공모전을 준비하면서 수상 여부와 상관없이 저에게는 정말 의미 있는 기간이었어요. 한동안 마음 둘 곳 없어 방황하고 심적으로 정처 없이 떠돌았었는데, 무언가에 집중하고 진심을 쏟아부을 수 있는 작업을 한다는 게 저에게는 크나큰 안정과 위안을 주었거든요.


그런데 수상까지 하다니! 어둠 속에서 헤매었던 저에게 한줄기 빛이 되어 주는 것 같았어요. 나의 경험을 이렇게 많은 분들이 읽어주시다니 너무나도 황송했고, 그게 클래스로 만들어진다니 정말 영광스러운 기회잖아요! 제가 겪은 시행착오들이 다른 분들께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도 있었고, 내가 그동안 해왔던 노력들이 헛되지 않았구나 하는 안심되는 마음까지, 말로는 표현 못 할 정도로 벅찬 감정을 느꼈어요.







 연락을 받고   정도 지난 지금, 저는 그날 차라리 수상을 받지   그랬나 하는 후회의 마음이 들었었어요.


클래스 페이지에 홍보 문구를 작성해 달라는 요청 메일을 받고 방문했는데, 제 AI 클래스를 보고 너무나도 충격이었어요.


처음에는 원망스러운 감정이 울컥 올라왔습니다. 제가 진심을 다해 쓴 글이 왜곡당한다고 느껴졌어요. 일주일 동안 클래스를 보면서 수정 요청 사항을 적어 보내드린 메일은 5시간 만에 거절 답변을 받았어요.


저는 완전히 새로 제작하게 되어 추가 비용이 들더라도 꼭 수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제가 비용을 부담하게 되거나 프로그래머 분을 직접 섭외해야 하는 한이 있더라도 수정하고 싶다는 의사를 곧바로 전달하였습니다.


그리고, 일주일째 답장을 못 받았었어요.




답변을 기다리면서 수많은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습니다. 화도 나고 원망스러운 마음도 들고 후회하고 끙끙 앓다가, 결국 그 원인은 저의 부족함이었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그리고 되돌아보니 어쩌면 프로젝트 자체를 제가 잘못 이해했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만약 제가 '클래스'나 'AI 강의'의 스타일을 제대로 알고 글을 정리했더라면 이런 일이 없을 수도 있겠죠. 다만 제가 가이드라인을 지나치게 유연하게 해석하고 저의 색깔이 너무 강한 글을 주장했던 거죠.







그리고 지금의 상황이 제 글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어주었어요.


제가 쓰는 글은 제가 봐도 요즘 인기 있는 글 스타일과는 한참 멀어요. 구구절절이 길고 예시도 많고 부가 설명도 많죠. 그래서 어쩌면 5-10분의 강의에 적절하지 않을 수도 있을 거예요. 전문가 분의 편집 결과가 그렇게 나왔다면, 그만큼 제 글의 내용이 전달되지 않았다는 뜻일 테니까요...




그래서 한동안은 회의적이었어요.


글을 써서 뭐하나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나도 긴 글은 대충 보고 말 때도 있는데 내 글을 읽는 분이 계실까?

그냥 다 때려치우고 잠수 타버리고 싶다 그러려면 위약금을 얼마나 지불해야 하나

그리고 잠수도 모자라 땅끝까지 파고 들어가 차라리 미국 시민권을 신청해서 한국을 아예 뜰까 하는 극단적인 생각까지 ^^;;;;


그렇게 회피하려는 계획이나 세우고 앉아 있었죠.




그런데 정말 뜬금없게도 저를 되돌린 건 브런치였어요. 지난주, 제 글 하나가 다음 메인에 소개되었거든요. 제 경험 상 보통 글을 쓴 지 한두 시간 만에 메인에 떴는데, 일주일이나 된 글이 제가 동굴에 있을 때 정말 타이밍 기가 막히게 메인에 올랐더라고요. 올라가는 조회수를 보니 뭔가 심폐소생받는 기분이었어요 ㅎㅎㅎ


그리고 간간히 달리는 댓글도 정말 큰 위안이 되었어요.


제 글에 공감해주시는 분,

힘든 시기에 제 글을 찾아보셨다는 분,

비슷한 상황에서 도움이 되었다는 분...


제도 옛날에 아무것도 못하면서 다른 사람의 글을 읽으며 위안을 받고는 했거든요... 눈이 빠지도록 글을 찾고 몇 년 전 글까지 전부 다 탐독하고 핸드폰을 마치 산소통처럼 쥐고 살았었어요.


힘든 시간을 보냈던 경험을 공유해준 글이나,

그 시간을 버티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셨는지,

그리고 그 상황에서 어떤 생각을 하셨고

왜 그런 결정을 내리셨는지...


자세하면 자세할수록 빠짐없이 읽었고 감정 이입하며 읽었고 하나하나 꼼꼼히 다 읽었어요. 그 덕분에 나와 비슷한 사람도 있구나 나는 혼자가 아니구나 하는 묘한 안심이 되었거든요...


가까운 사람에게도 나누지 못하는 속내를 공개한다는 게 정말 대단한 용기잖아요. 지나치게 개인적이고 잊고 싶은 순간이었을 텐데, 여러 사람에게 도움이 되도록 전체 공개로 둔다는 게 정말 감사했어요.







그렇게 다시 제 글에 대해 생각해보게 됐어요.


내가 처음 글을 쓰게 된 이유,

글을 쓰면서 울고 웃었던 순간들,

쓰는 행위를 통해 이끌어 냈던 변화들,


그렇게 우울의 구렁텅이에서 나를 살려낸 글쓰기였는데 말이죠.


그리고 제가 쓰는 긴 글들이 꼭 나쁜 건 아니라는 결론에 다다랐어요. 유행이 뒤쳐지면 어때요, 그게 제 진심이거든요. 하고 싶은 말도 많고 나누고 싶은 이야기도 많아요.


느리게 천천히 마음에 닿는 글

감정적으로 포근하게 보듬어주는 글

편안하게 느껴져서 꽁꽁 얼은 마음이 조금씩 풀리는 글...

그리고 제 솔직한 이야기를 전하며 이런 사람도 있으니 함께했으면 좋겠다는 글을 쓰고 싶어요.




네이버 블로그에서는 한 자릿수 조회수에 관심도 못 받던 제 글이, 브런치에서는 다음 웹사이트 메인에 소개되는 영광도 있었어요.

글쓰기 수업에서 아무 설명 없이 두 챕터가 삭제됐었던 제 글이, 좋은 출판사를 만나 원고 그대로 출간되기도 했고요.

서로 너무나도 다른 두 사람이 만나 전쟁 같았던 신혼을 보냈지만, 지금은 남편의 좋은 점을 직접 겪어보고 많이 배울 수 있었어요.


그래서 제 글도 필요한 분에게는 진심이 통할 거라 믿기로 했어요.







이 글을 처음 쓰기 시작한 건 지난 주말이에요. 원래 제목은 클래스101x브런치북 대상, 받지 말 걸 이라고 썼었어요.


그런데 글쓰기의 기적일까요? 이 글을 발행하려고 수정하는 동안 기다리고 기다리던 답장을 받았습니다. 내용면의 수정이 가능한 방향으로 검토해보고 있다는 긍정적인 답변과 함께요. 그렇게 저는 대상도 받지 말걸 이라는 마음에서 나를 살리는 브런치라고 태세 전환을 하게 됐습니다 헤헤


브런치에 도전한 것도, 출판사에 투고한 것도, 결혼과 이민도 모두 엄청난 도전이었어요. 그리고 문제 상황에서 제 의견을 말씀드린 것도 저에게는 엄청난 용기를 내야 하는 일이었어요. 옛날 같았으면 바로 포기했을 텐데, 지금은 회피하지 않기를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일을 마음 편하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내가 할 수 있는 일에는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앞으로의 일상이 더더욱 기대됩니다 : )




https://brunch.co.kr/brunchbook/kim700647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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