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네가 내 운세 좀 봐주게나
제 이야기는 사이다 이혼 수기가 아닙니다. 같은 고민을 오랜 시간 하면서 그때그때 생각을 정리할 수 있도록, 그리고 그 기록을 남겨서 제가 저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도록 일기처럼 쓰고 있어요. 답답하실 수도 있겠지만, 매번 제 글을 읽어주시는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
이혼. 솔직히 나는 지금 아무 생각이 없다. 무의 상태. 옛날처럼 분노하지도 않고 좌절하지도 않는다. 그렇다고 평온한가? 행복한가? 모르겠다. 평온할 때도 있고 행복할 때도 있다. 불행한가? 우울한가? 그렇게까지 부정적이지도 않다. 이사하고 싶나? 하면 할 거다. 새로운 곳도 좋다. 이곳도 좋다. 퇴사하고 싶나? 절대 아니다. 변화가 필요한가? 지금도 괜찮다.
대체 내가 진짜로 원하는 게 뭐지? 나는 무엇을 위해 이렇게 새벽부터 글을 쓸까.
나는 남편을 사랑하는가? 사랑에는 다양한 모양이 있다고 한다. 효도, 모성애, 연인 간의 사랑, 의리, 측은지심, 우정, 인류애, 동료애, 내리사랑... 동기사랑 나라사랑도 있고. 신뢰감, 죄책감, 안정감, 책임감도 또 다른 사랑의 표현과 형태일 수도 있다. 그럼 사랑하는가? 사랑하는 것 같기도 하고...
나는 남편을 미워하는가? 꼭 그런 것 같지도 않다. 옛날에는 너무너무 미웠는데 지금은 그냥저냥. 남편을 미워했던 마음이나 남편에게 기대하는 마음이 나는 사랑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지금은 그 마음이 사그라들었긴 했지만, 남편을 존중하는 마음이나 남편을 이해하는 마음이 생겼으니까.
지금은 남편과 나를 분리해서 생각할 수 있게 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남편을 이해한다고 해서, 그의 선택에 동의하거나 찬성하는 건 아니다. 그냥 남편은 남편만의 인생을 사는구나 받아들이는 것. 그게 나에게 얼마나 영향을 주는가? 옛날에는 하늘이 무너진 것 같은 절망이었다면 지금은 그냥 그렇구나 하지 뭐.
내가 원하는 결혼의 모습이 이런 걸까? 사실 내가 중심을 잘 찾는다면 어쩌면 정말 만족스러운 삶일 수도 있다. 나는 감정 기복도 심하고 약간 극단적인 것 같기도 하다. 모 아니면 도. 그래서 남편에게 장점도 있고 단점도 있다는 걸 머리로는 아는데 마음으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 같다. 아직도.
나는 남편에게 시간과 관심을 받기를 애타게 원했다가, 내가 원하는 만큼 충족되지 않으면 아예 무관심해졌다. 남편은 그렇게 난리를 치면서 관심을 달라고 했으면서, 자신이 아무리 노력을 해도 정작 내가 만족한 적이 없다고 했다. 넌 어차피 바쁘다며. 넌 나한테 관심도 없잖아. 네 도움 필요 없어. 남편은 자신이 노력할 때마다 냉대를 받으니 노력할 필요성을 못 느꼈을 수도 있고, 자신이 무시당한다고 생각됐을 수도 있겠다.
그러면 나는 왜 남편이 노력한 만큼에서 만족하지 못할까? 내가 만약 남편이 최선을 다했다는 그 마음만을 받아들여주면 우리 사이가 더 나아질 수 있을까? 남편과 같이 있을 때 남편의 장점과 진심에 집중해주고, 그 외의 것들은 스스로에게 충족시켜주면 다 되는 걸까? 그러면 정말 행복할까? 그래도 부족하다고 느껴지면 누구의 문제일까?
사실 나는... 남편도 완벽하게 이해하지는 못하고, 남편의 "특별한 친구"도 완벽하게 이해하지는 못한다.
다른 사람이 무엇을 하던, 어떤 행동을 하고 어떤 말을 하던, 그것은 그 사람의 입장일 뿐이다. 나는 내 행동에만 책임지면 된다. 결혼한 사람, 애인이 있는 사람, 아니 그 어느 누구든 간에, 내가 제대로 행동하면 된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그러니까, 보고 싶다 (친구로서라도) 사랑한다는 말을 내가 안 하면 된다. 타인이 예의상 호응이더라도, 뭐라고 답해야 할지 몰라 긍정했더라도, 그건 그 사람의 행동과 그 사람의 책임이다. 그게 내 남편에게 그랬던 것이든, 그리고 그 사실을 기억조차 못하든 말든, 그것은 그 사람의 몫이다.
그러니까, 내가 선을 지키면 되고, 나는 그것으로 충분하다. 내 사진을 보내거나, 밤늦게까지 메시지 하거나, 오랜 시간 전화 통화하지 않으면 된다. 오해의 소지 없이 내 입장을 솔직하게 표현하면 된다. 내 남편과 "특별한 친구" 사이에서 어떤 일이 있었던, 나는 내가 다른 누구와 깔끔하게 행동했으면 됐다.
그러니까, 내가 부담스럽다면 거절할 수 있어야 하고 불필요하게 예의를 지키지 않아도 된다. 서로 간식을 챙겨주고 서로의 도시락을 싸주고 하지 않으면 된다. 원치 않는 호의를 받았다면 내 의사를 표현해도 되고 굳이 은혜를 갚지 않아도 된다. 누가 뭐라던 나는 그렇게 행동하면 된다. 다른 사람이 그렇게 행동을 했다는 건 그 사람의 선택이지 나의 문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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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특별한 친구"께서 정말 다정한 말씀을 다 해줬으니... 남편은 정말 좋은 친구를 얻은 거겠지. 그런데 이제 와이프 때문에 "특별한 친구"께서 이런 말을 (하고 싶은데도) 못 해준다고 본인은 믿으니까, 자기는 억울할 수도 있겠다. 이렇게 무한한 자아긍정을 해주면 나 같아도 맹목적으로 따랐을 것 같다고 지금은 생각된다. 딱히 내가 그런 예쁜 말들을 해주지는 않으니까. 그 다정한 말들을 듣고 그 특별한 친구를 얼마나 소중히 여겼는데 이제 와서 자신에게 박탈당했다고 그래, 그렇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그래, 나는 이해 못 해도 타인은 친구 사이에서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그래. 남편은 원래 다정한 말투로 자신의 감정 표현을 잘하는 사람이니까. 그리고 그런 얘기를 들으면 당황해서 예의상 비슷하게 호응해줄 수도 있겠다. 그래, 그게 문제가 될 거라고 몰랐을 수도 있겠다.
그래, 어쩌면 영어로 표현돼서 거부감이 없었을 수도 있겠다. 미드에서도 보면 친구끼리도 알러뷰 하고 허그도 하고 뽀뽀도 하니까. 우리 회사 (여)팀장님도 엄청 친절하시고 나에게 비슷한 말씀도 해주시긴 한다. 그게 자연스러운 걸까? 나는 그래도 이성에게는, 더군다나 결혼한 상태에서 / 결혼한 상대에게 그런 말 자체를 안 할 것 같은데. 뭐 그거야 내 의견이니까.
그래도 만났을 때 얘기하고 못했으면 말지, 기회를 놓쳤다고 따로 또 메시지까지 할 필요가 있나? 아니다 그래, 남편도 "특별한 친구"도 서로를 칭찬하고 응원하는 게 기본인 마음이 너무나도 착한 분들이라, 좋은 말은 꼭 전해주고 싶었나 보다. 나 같으면 안 그럴 텐데 하는 생각은 소용이 없다.
그래, 문제를 만들고 싶지 않아서 나 몰래 그렇게 둘이서 연락했을 수도 있겠다. 문제를 삼는 사람이 나밖에 없었으니까. 그래, 차라리 나를 피하고 싶었을 수도 있겠다. 그런 행동들이, 상대를 더욱 불안하게 만들고 불필요한 의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걸 몰랐을 수도 있겠다. 내가 최악의 상황까지 극단적인 상태까지 가라고 일부러 의도하지는 않았겠지.
그런데 이게 벌써 2017-2020년 일이다. 많은 부분 2018-2019년에 있었던 일.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4-5년 전. 아무튼. 오래된 일이다. 시간이 빠르게 지나갈수록 더 먼 과거의 일이다.
오 내가 이런 글을 썼었다니. 믿기지가 않네. 겨우 작년 말이라니. 한 해 동안에도 오르락내리락했구먼.
마음이 산속의 호수처럼 맑고 마음이 지중해 태평양처럼 넓었다면 서로룰 따뜻하게 품어내고 사랑으로 감싸 안고 모두 가능하겠지만, 마음이 간장종지보다 작은 나에게는 참으로 어려운 문제였다. 하고는 싶지만 어떻게 하는 건지 몰랐고, 나는 내가 알고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 상대를 바꾸려고 했다. 나는 간장종지라 상대가 간장이 되어야 내 안에 들어오니까.
“사람은 고쳐 쓰는 거 아니다"라는 명언이 있다. 그런데 여기서 오류는 사람을 고치려는 데에 있다. 그 사람은 그 사람이 원하는 인생을 살 권리와 자격이 있는데, 나에게 맞춰서 상대를 강제로 수정하고 이용하려는 의도가 있으니 당연히 반발이 일어날 수밖에. 그 사람이 내가 원하는 것을 기꺼이 해줄 수 있도록, 그 사람이 내가 행복해하는 일들을 기꺼이 해줄 수 있도록, 내가 할 일은 사람을 고치는 것이 아니라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간장종지의 고군분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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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REE of SWORDS 핵심을 받아들인다
알고 싶지 않았던 사실, 기대에 어긋 난 상황을 정확히 이해하고 있다. 실의에 빠져 있으면서도 한 발 내딛으려고 한다.
KING of CUPS 유연하게 넘긴다
마음에 여유가 있어 현명하게 일을 처리할 수 있는 시기다. 넓은 도량을 발휘하여 올바른 방법으로 타인을 돕는다.
QUEEN of PENTACLE 무언가를 키우면서 자신도 성장한다
누군가를 위해 애쓰는 것에 기쁨을 느끼고 있다. 그것이 상대뿐만 아니라 자신에게도 좋은 영향을 끼쳐 강인함을 낳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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