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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남편과도 말이 통하는 대화법 1 1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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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홍이 Oct 15. 2021

들을 말 안 들을 말 - 넌씨눈의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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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스님의 말씀에 누가 나에게 쓰레기를 주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 쓰레기를 버려버리고 가던 길 가야지, 그 쓰레기를 붙잡고 어떻게 나한테 그럴 수 있어 내가 쓰레기란 말이냐 하고 원망과 괴로움만 쌓이면 결국 내 손해라고 하셨다. 상대가 나에게 악의를 가지고 말을 하더라도 내가 그 의미를 거절하고 받아들이지 않으면 결국 그 악의는 사라지는 것이다. 내가 허락하지 않는 한 누구도 내 기분을 망칠 수 없다. 내가 허락하지 않는 한 누구도 나에게 상처줄 수 없다.

예를 들어서 상대가 잔뜩 비꼬아 던진 공격의 말 한마디도 눈치 없이 해맑은 누군가에게는 칭찬이 될 수도 있다. 어디 좋은데 가나봐 회사오는데 잔뜩 꾸미고 왔네~ 라고 했을 때 어머 어제 쇼핑한 옷이에요 알아봐주셔서 감사합니다 *^^* 악의를 품은 수동적인 공격을 액면 그대로의 표면적인 의미만 골라서 좋은 쪽으로 받아들이는 것.

이렇게 대처하게 되면 공격자는 답답하고 이 인간 눈치도 없네 생각될 수 있지만, 어쩌면 상대는 그보다 더 고단수일 수도 있다는 사실. 아무리 나에게 독설을 해봐라 내가 꿈쩍 하나 보자 나는 나 좋을 대로 해석하고 나를 위해서 상처받지 않을 것이다 하는 멘탈싸움. 공식적인 업무 관련이 아니라 사소한 감정싸움을 하려는 경우를 말함.

그들이 그런 말을 하는 것은 어쩌면 가스라이팅일 수도, 어쩌면 본인의 열등감의 표출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건 듣는 사람의 입장이고 그 사람의 입장에서 보자면 그런 말을 할 때 본인이 원하는 모습이 분명 있기 때문이다. 본인이 자랑하고 싶은 것이 그거 밖에 없는 것. 아마도 이것은 나에게 상처주기 라는 분명한 목적이 아니라 내가 이만큼 잘한다라는 것을 알아달라고 수동공격적으로 표현한 것일수도.

회사 오는데 꾸미고 오는 사람을 공격하였다면, 본인이 생각하기에 회사는 사무적인 곳이어야 하고 그에 맞춰서 거래처나 외부에 전문적으로 보여질 화장과 옷차림이 필수라고 생각하고 본인은 그렇게 옷을 입었고 그게 옳다고 믿고 인정받고 싶기 때문이라는 것. 또는 본인도 그렇게 화사하게 꾸미고 싶은데 어떻게 하는 지를 몰라서 부러움의 표현일 수도.

그리고 내가 거기에 상처받는 또는 부정적으로 반응하는 이유도 마찬가지 이다. 나는 나의 개성을 표현하고 싶고 오늘은 새로 산 옷을 입고 산뜻하게 하루를 보내고 싶은데 나의 이런 마음을 공격받는다고 느껴진다면 뭐야 내가 무슨 옷을 입던 말던 자기가 무슨 상관이람 성희롱이야 자기나 좀 꾸미지 저러고 다니고 싶을까 꾸미면 꾸민다고 뭐라하고 안꾸미면 꾸미라고 난리난리. 이렇게 부정적으로 사고가 갈 수 있지만 그냥 내 기분을 망치지 않기 위해 아 어제 산 옷이에요~ 더 나아가서 그 사람이 듣고싶어하는 말을 해줄 수도 있겠다 부장님도 오늘 정장 잘 어울리세요~ 하고 반응 할 수도 있다는 것.

여기서 내가 이 사람한테 질려서 예쁜 말이 절대 안 나간다 나는 꼭 받아쳐야겠다 그게 내가 원하는 것이다 하면 그것도 타당할 것이다. 그러나 거기서 조금 더 나아가서 그 사람을 받아침으로 인해서 내가 원하는 궁극적인 상황이 무엇인지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로 인해 내가 얻고자 하는 것을 얻을 수 있을지 과연 이게 가장 효과적일 지.

나는 오늘 예쁜 옷을 입어서 기분좋게 하루를 시작하고 싶고 업무에 집중해서 좋은 성과를 내고 동료들에게 인정받는 그런 커리어우먼의 모습을 원한다면 내가 그 사람에게 감정적으로 맞받아치는 것이 내가 원하는 궁극적인 모습과 가까울 지 멀어질 지 생각해보는 것이다. 나는 그게 내가 내 행동에 후회없이 자존감을 지키는 하나의 방법이라고 여긴다.

예전에 인턴으로 일했던 회사에서 내가 반 년 근무기간을 채우고 퇴사를 하게 되었는데, 다음 회사 입사일과 조정하기 위해 퇴사일을 31일을 다 채우지 않고 2-3일 일찍 정했었다. 그랬더니 당시 차장님 께서 자꾸 "아~ 한달도 안채우는데 한달 월급 받네~" 라는 말씀을 하시는 것!

한두번은 그냥 못들은 척 했지만 나중에는 "차장님~ 저는 이번 달 일한 날짜 만큼만 계산해서 월급 받아도 괜찮아요~ 그런데 저 입사일 일주일 전부터 출근해서 인수인계 받은 기간은 무급이었는데 그거 포함하면 월급받은 거 보다 제가 며칠 더 일해드린 거거든요~" 라고 대답해버렸다.

그 당시에는 앗 차장님이 오해를 하시네 내가 설명드려야겠다 라는 뇌가 순수한 의도로 한 말이었는데 나중에 동료가 통쾌했다고 말 잘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앗 내가 또 눈치가 없었나 싶기도 했다ㅋㅋㅋ 차장님도 "아~ 그랬어~" 하고 마셨기에 다행이지 차장님께서 그 말을 듣고 화를 내셨으면 오해가 더 커졌을 듯.

그리고 돌아보면 그 당시 차장님이 떠나는 나에게 그런 말씀을 왜 하셨을까? 사실 나는 차장님의 의도를 전혀 모른다. 정말 단순하게 내가 공백 없이 한달을 채워 나오길 바라셨을까? 아니면 조금은 악의적으로 내 월급이 아까우셨을까? 아니면 인간미 넘치게 내가 떠나는 게 아쉬우실까? 그냥 작별인사 자체가 감성적이니 무안해서 그냥 아무 말이나 생각나는 대로 하셨을까? 아니면 약간은 자기중심적으로 자신이 평생을 다니던 사무실이고 열심히 일하는 직장이니 떠나는 사람에게 좋은 곳에서 좋은 사람들과 일할 수 있어서 감사했다는 그런 인정을 받고 싶으셨던 것일까? 내가 그런 마음을 헤아려서 차장님이 듣기 좋은 말들을 해드릴 수도 있었을 텐데 조금 아쉽다.

나에게 의도적으로 상처주려는 사람은 없다고 생각하자. 만약 그들이 도를 넘는 행동을 한다면 나에게 상처를 주려는 마음보다는 어쩌면 그들의 나약한 자존심을 지키려는 의도였을 수도 있으니 그들에게 공감과 연민을 베풀면서 더 큰 사람이 될 수 있다. 그리고 만약 그들이 나에게 상처주기 위해 그런 언행을 했는데 내가 상처받지 않고 머리 꼿꼿이 들고 서있다면 그들에게 그 화살이 돌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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