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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이 Oct 21. 2021

빨리빨리 민족의 후손의 자아성찰

스피킹

결혼하면 사소한 것에서부터 불만이 시작될 때가 있다. 대체 왜 저럴까 아무리 머리싸매고 고민해봐도 도대체가 이해가 가지 않을 때. 사실 저 사람이 왜 저러는지 이해도 안될 뿐만 아니라 이해해 봤자다. 어차피 쟤는 계속 저럴 거고 옆에서 내가 백날 이야기해봐야 귓등으로도 안 듣는 사람이니. 느릿느릿 그의 방식을 보고 있자니 내 속만 터진다. 시간은 시간대로 버리고, 돈은 돈대로 얼마를 쓰고도, 생색은 생색대로 그렇게 내고서도 간단한 일처리 하나를 제대로 못하니...


내가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범위 밖의 사고방식이나 생활습관을 받아들이기 어려워했던 이유는 내가 너무나 많은 것을 알고 있(다고 착각하)기 때문인 것 같다. 더 효율적인 방법 더 빠른 방법 더 나은 방법을 나는 알고 있고 제일 좋은 방법으로 하는 것이 내게는 당연하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그러나 그건 남편의 입장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자신이 생각하기에 자신의 방법이 가장 익숙하고 편안하니 그 방법을 고수하는 것일 뿐. 그런 그의 선택과 행동들이 나에게는 너무너무 답답하게 느껴진다. 결과가 어찌 됐든 그는 그 나름대로 최선을 다한 것데도 말이다.




발작버튼 이라는 말이 있다. 건드리면 살해당하는 역린. 누군가의 약점, 아킬레스건, 콤플렉스, 흑역사, 민감한주제. 발작버튼이 많은 사람들을 예민하다고 평가하기도 하는데 여기서 절대 나 스스로를 낮추거나 내 잘못이라고 몰아가게 두어선 안 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예민한기질이 절대 나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예민하다는 것은 능력이다. 최신 유행의 선두주자, 다양한 자극과 새로운 것의 필요성에 반응하여 새로운 기술을 창조해내는 개발자들, 타인의 감정에 공감하고 위로해줄 수 있는 감수성, 자신을 표현하기 위해 언어적, 미술적, 행위적 예술가들 등 예민한 사람들이 있기에 우리의 삶이 더욱 풍요로워 지고 다채로울 수 있다. 그리고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이러한 기질을 활용한다면 나의 인생을 더욱 행복하게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스마트 터치폰과 아날로그 전화기를 비교해보자. 스마트폰 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수많은 어플과 기능은 여전히 개발되고 있으며 더 가볍고 더 튼튼하고 더 편리하고 더 빠른 성능을 위해 발전중이다. 그리고 카메라 화질이나 음질 음성인식 자동완성 예약설정 등 다양한 기능을 동시에 수행하기 위해 용량도 더 필요하고 배터리도 더 많이 쓴다. 기능은 그대로지만 휴대성이 좋은 작은 사이즈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이전 테크놀로지의 한계를 뛰어 넘어 더 나은 더 효과적인 새로운 기술을 개발할 이유가 여기 있는 것이다. 하지만 전화기 본연의 기능을 놓고 본다면 옛날옛적에 쓰던 번호 하나하나 돌려서 쓰는 다이얼전화기 나 버튼을 꾹꾹 눌러서 입력하는 전화선 꼬불꼬불한 일반 전화기로도 통화는 할 수 있다는 점.


누군가는 손끝만 스쳐도 반응하는 스마트폰이라 순간의 터치로 실수로 전화가 걸리거나 앱이 열리기도 한다. 누군가는 손으로 꾹 오래 눌러야 버튼이 입력되는 사람이 있고 버튼이 눌리는 사람도 있다는 것이다. 내가 누군가의 어느 행동에 상처를 받는다면 내 발작버튼이 눌린 것이다. 그리고 만약에 내가 더이상 상처를 받기 싫다면 내가 왜 이 부분에서 상처를 받는지 깊게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당연히 이 사람이 누군가가 내 버튼을 누르니까 나에게 상처를 주니까 상처를 받는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분명 누군가는 똑같은 상황에서도 별일 아니라는 듯 쿨하게 넘길 수도 있고 다른 누군가는 전혀 생각지도 못한 부분에서 기분이 상하거나 또는 기분이 좋아지게 되는 것처럼.







상대가 답답하게 느껴진다는 것은 바꿔말하면 내가 마음의 여유가 필요한 순간이라는 신호이다. 마음의 여유는 당연히 돈, 시간, 자원, 기회, 체력 등등 무언가 풍족한 상황에서 나온다. 어떤 사람이 특정 부분에 이상하리만치 집착하거나 특이한 행동을 한다면 그런 결핍이 있어서일 것이다. 보통 돈이 다 해결해 줄 수 있겠지만 돈이 없으니 한정된 자원에서 최대한의 이익을 얻기위해 본인이 그렇게 행동하기로 선택한 것


내가 시간적 여유가 많다면 조급한 마음이 들지 않고 주위를 더 자세히 살필 수 있을 것이고, 곳간에 음식이 많다면 식탐부리는 일 없이 넉넉하게 충분히 나눠 먹을 수 있을 것이고, 통장에 돈이 많다면 치사하게 굴지 않고 자잘한 것에 신경쓸 필요없이 관대하게 우아하게 살지 않을까.


그러니 아무리 좋은 물건을 소유하고 있거나 기회가 왔어도 내가 준비가 되지 않아 충분히 누리지 못한다면 무용지물이  된다. 예를 들어서 너무너무 맘에 드는 하이힐이 있지만 신을 때마다 발가락이 빠지고 발목이 나갈 것 같은 고통을 받는다면? 너무너무 예쁘고 비싸게 산 가방이 있지만 가죽이 무거워서 내 어때를 짓누른다면? 물론 내가 돈이 많아서 차로 이동하거나 실내에서만 걷기 때문에 그 정도는 참을 수 있다면 내 짐을 들어주는 사람이 있어서 나에게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면 상관없겠지만, 나는 뚜벅이라면 이 구두를 신고 또는 이 가방을 들고 충분히 누릴 수 있을까? 그렇다고 집에만 모셔놓고 한번도 안쓰면 내가 충분히 누리고 있는 것일까? (각자가 원하는 것이 다르므로 그것으로 만족한다면 그것도 또한 옳다)







내가 느꼈던 남편과 나의 가장 큰 차이는 시간개념이었다. 우리는 같은 시간대를 살고 있었지만 나와 그에게 시간의 의미가 너무나도 달랐다. 성격 급한 나와 여유롭고 느릿느릿한 남편은 정말 사소한 주말계획 같은 주제부터 연말정산 세금신고 같이 중요한 주제까지 많이도 부딪혔다.


빨리빨리의 나라에서 온 나에게 남편의 여유로움은 정말 그 정도가 너무나도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는 매 순간을 극대화해서 최대로 즐기고 감상하고 여유롭게 보낼 줄 아는 사람이다. 늦으면 늦는 대로로~ 시간에 쫓기지 않고~ 본인이 늦게 준비를 시작해서 마감기한에 늦어도 기한을 연장해달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을 정도이다. (그리고 그의 사회에서는 불이익 없이 연장해준다!!!)


나는 처음에 그것도 모르고 그의 말을 아주 크게 오해했었다. 그리고 나는 그가 자신이 한 말을 지키지 않으면 엄청나게 실망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가 말할 때 어떤 의도인지는 알 것 같기도 하다. 그는 마음의 여유가 많아 조급하게 바로 앞만 보는 것이 아니라 항상 인생을 넓게 멀리 본다. 그러니 그가 하는 말들은 정말 잘 이해해야 한다.


          언어감지          ⇌          남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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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로 여행가자 

= 이번 휴가가 언제인데 그 때 어디로 여행가자 가 아니라 죽기 전에 언젠간 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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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사한 데이트를 하자 

= 이번 주말에 데이트가자 가 아니라 죽기 전에 언젠가 한 번은 좋은 데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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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자연을 좋아한다 우리 같이 하이킹이나 바다 수영 가자 

= 시간을 낼 수 있는 가장 빠른 시일 내에 가자 가 아니라 죽기 전에 언젠가 한 번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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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서핑 좋아해 바디보드 좋아해 스노쿨링 좋아해 카약 타는거 좋아해 

= 자주 즐겨하는 취미 생활이라는 말이 아니라 옛날에 한 번이라도 한 적이 있고 그 때 즐겁게 놀았으므로 언젠가 또 한다면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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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화장실 청소를 한다 

= 화장실이 더러워졌을 때마다 또는 일주일에 한번씩 한다 가 아니라 나는 화장실 청소를 한 번이라도 한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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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내를 위해 노력한다 

= 내 인생에서 일어나는 다른 모든 일에도 신경을 쓰면서 남은 시간을 휴식할 수도 있지만 아내와 보낸다



          언어감지          ⇌          남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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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할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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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되면) ~~할거다

= 내가 (언젠간) ~~할거다

= 내가 (하고 싶을 때) ~~할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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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의 이 깊은 뜻을 제대로 알고 있기. 안되면 못한다 어차피 제대로 안 알아보면 못한다 그니까 되면 하고 말면 말고. 남편의 선택이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남편이 내가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는 상황을 충분히 여러번 만들어주고, 내가 받아들일 수 있는 범위를 정하는 것.


그러면 남편에게 왜 빨리 안하냐고 닥달하지 않고 조금은 너그러운 마음이 든다. 아직 죽기 전이니까 시간 많다. 언젠가 할 것이고 그 시간이 구체화될 즈음에 충분히 즐기면 되지 굳이 지금 안달복달 할 필요 없다. 사실 뭐 되면 하고 안되면 안해도 된다. 내가 그 전에 하고 싶으면 내가 직접 하면 된다. 


중요한 것은 남편이 뭔가를 할거다 하면 남편이 그 일을 제대로 못 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 그 일을 아예 시작도 안 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 그 일을 했다가 중간에 포기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 그 일을 하다가 크게 실패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 등등을 내가 염두해 두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마이너스의 상황을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은 내가 원하는 결과가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 내가 무너지지 않고 받아들일 수 있도록 버텨주는 힘이 되준다.


침묵이 금이라는데 나는 지금 코인 채굴 하는 것처럼 금 캐고 있다. 그리고 나는 그 금들을 모아 더 나은 일을 찾을 것이다. 지금 내가 하고 싶은 일, 내가 할 수 있는 일들.







내가 느꼈던 남편과 나의 또다른 차이는 우리의 체력차이다. 나는 하루의 대부분이 체력이 거의 바닥인 수준으로 보내고 피곤하다는 말을 달고 사는 편이다. 그러므로 카페인의 도움과 남아있는 온갖 체력을 끌어모아 딱 해야할 일들만 빨리빨리 한다. 그래서 그의 온세상 시간과 여유를 다가진 듯한 느릿느릿한 행동들을 너무너무너무 답답해 했다. 대체 왜 길을 미리 확인 안하고 저렇게 헤매는 거지? 대체 왜 계획을 허술하게 세워서 시간을 허송으로 보내고 있지? 이렇게 딱 딱 하면 바로 될텐데! 앉으면 삼천리 서면 구천리가 보이는데! 왜 강아지가 자기 꼬리 쫓는 것 같은 일을 하고 있는거지?


예를 들어 어느 장소로 이동할 때 우리는 차가 없으므로 나는 최단거리 최단시간을 미리 알아보고 버스 시간까지 맞춰서 버스를 타고 간다. 가서 그 행사나 업무에 초집중하고 집에 올 때는 녹초가 되어 다시 버스나 택시를 타고 온다. 일단 나에게 중요한 것은 집에 빨리 가서 충전을 해야하기 때문에 그것을 위해 택시비를 지불할 용의가 있다는 것.


남편은 한시간 거리 정도는 걸어가면서 길가에 식물들이나 장식, 특이한 건물들을 감상할 정도로 여유가 있고 사무실에 가서도 일하면서 다른 사람들과 친목을 다지고 할 정도로 체력이 받쳐주는 것. 올때도 체력이 된다면 걸어오거나 조금 피곤하다 생각되면 버스를 타는 것.




그의 입장에서는 내가 무언가가에 쫓기는 것처럼 조급하고 불안해 보일 수도 있다. 지금 이 순간 주변을 둘러보며 잠깐의 여유를 가졌으면 기분에 환기를 가졌으면 할 수도 있는 것이다. 여기서 문제되는 상황은 나는 너무 피곤해서 빨리 집에가야 조급한 마음이 진정될 것 같은데 남편은 아직 에너지가 넘쳐서 밖에서 더 놀고 싶어하는 것. 이왕 밖으로 나온거 이 태양 이 날씨 이 공기를 조금 더 즐길 수 있었으면 하고 바랄 수도 있다.


서로 다르기 때문에 서로 이해하기가 어렵고 우리 둘 다 불만족인 상황이 벌어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런 차이를 인지하고 둘만의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내가 이렇게 힘든데 너는 그걸 왜 몰라줘 가 아니라 나는 지금이런 상황이고 이런 해결을 원해 라고 알리는 것. 예를 들어 남편이 나에게 보여주고 싶은 아름다운 풍경이 있어서 나를 데리고 여행을 간다면? 나는 한시간 만 걸어도 체력이 바닥나서 힘든데 남편은 아직 나에게 보여주고 싶은 것들이 많아 다섯 여섯 시간을 걸어다니고 싶은 경우.


여기서 중요한 것은 내가 나의 능력치를 알고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대처해야 한다는 점이다. 여행 계획을 세울 때 중간중간 카페나 디저트를 먹는 시간을 넣고 하루에 현실적으로 몇 km나 걸을 수 있을지, 몇 군데 정도 관광할 수 있는지를 알려줘야 한다. 그리고 나는 너무 힘들어서 못 나간다면 남편이 가고 싶은데 나는 별로인 곳은 남편 혼자가 갈 수 있도록 계획에 포함하여야 할 것.







우리는 그냥 사양이 서로 다른 것. 그와 나는 하드웨어부터 소프트웨어까지 다르다. 나고 자란 환경도 다르고, 보고 듣고 느끼는 것도 다르고, 받아들이고 이해하고 생각하는 것도 다르고, 말하고 행동하고 표현하는 것까지. 어느 누가 맞다 틀리다 할 수 없을 정도로 그냥 애초에 처음부터 다르게 태어난 것이다.


랩탑으로 치면 우리는 제조사도 다르고 설치된 OS도 다르고 CPU, RAM, SSD, 배터리 등의 스펙이 다르지만 랩탑으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해내고 있는 것. 나는 배터리가 거의 두시간이면 끝난다. 중간에 틈틈히 충전도 해줘야 하고, 일이 다 끝나면 풀충전 될때까지 좀 쉬어야 한다. 그러나 나는 배터리 닳기 전에 할 일을 끝마치고 싶어서 순간집중력 최대치로 끌어올려 멀티테스킹도 거뜬하고 초스피드를 선호하여 메모리 용량이 크다. 그리고 어떻게 하면 지난 번 보다 더 효율적으로 할 수 있을지 이전의 일들과 여러 상황들을 고려하여 고민하기 때문에 저장공간도 크다. 


그러나 만약 내가 계획했던 대로 일이 되지 않아 다시 해야 한다면 시스템 오류 난다. 이렇게 저렇게 빨리 해서 끝내야지 하고 그것만 보고 있었는데 내가 간신히 지탱하고 있던 끈이 뚝 끊어진 것과 같은 좌절감을 느낄 때도 있었다.


반면 남편은 배터리가 오래가니 느리게 작업해도 전혀 문제될 일이 없다. 그러나 어차피 배터리가 많이 남았으니 동시에 두가지 일을 할 필요도 없고 만약 한번에 일이 안끝나더라도 아직 체력이 충분히 남았으므로 그냥 다시 하면 되니 전혀 문제되지 않는다. 그러나 메모리나 저장공간의 용량은 작은 편. 메모리가 적으니 그는 자신에게 충분히 납득되는 것들만 보이고 들린다. 자신이 옳다고 여기는 것들만 완벽하게 여과시켜 그것들만 뇌까지 전달된다. 그러니 전체적인 맥락 안에서의 일의 순서나 중요도, 효율적인 시간분배와 동선, 몇가지 경우의 수와 리스크 등을 생각하기 위해 관심을 분산시키지 않는다. 오로지 자기가 생각하는 것만 생각한다.


그러니 같은 일을 해도 시간이나 노력을 더 써야하며 한 가지 일을 할 때에는 다른 것들을 신경쓸 여력이 없는 그런 사람이다. 행동이 느리고 손도 느려 한 번에 하나의 일을 제대로 하기에도 벅찬 사람인 것이다. 그러니 다른 일(직장, 요리, 식사, 휴식, 영화감상 등 모든 일)을 하면서 나에게 규칙적으로 연락을 하는 것은 무리인 것. 그래, 그냥 이 사람이 그런 사람이라 그런다 치자. 죽었다 깨나도 안되는 걸 너도 참 어쩌겠냐. 너무너무 머리가 좋아서 위치기록 숨기고 카톡내용 삭제하고 이 여자 저 여자 양다리 삼다리 걸치는 거 아닌게 어디냐. 차라리 그게 더 속터질 수도 있다.


좋게 말하면 그는 불확실성을 견뎌낼 수 있는 내성이 강한 것. 집도 절도 없고, 박봉의 말단 직장에, 앞으로 미래가 어떻게 될 지도 모르는 와중에도 자신의 몸을 챙기며 지금 이 순간 행복함을 느낄 수 있는 참으로 낙관적이고 여유롭고 느긋한 사람인 것. 그런 남편과 성격 급한 내가 만나 의사소통이 전혀 안됐었던 것이다. 시간적 마음적 체력적 여유가 많아 내가 보기에 불필요한 일들도 본인이 충분히 해낼 수 있기에 에너지를 발산하고 있는 것이다. 


체력이 강해 인내심이 많은 남편과 체력이 약해 효율성이 높은 나. 어느 누가 옳고 틀리지 않고 어느 누가 낫고 못났지 않다. 




그리고 나면 내가 아무리 답답해했던 그의 느릿느릿 천하태평한 행동도 결국엔 장점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내가 카페트에 음식을 쏟는 대형 실수를 쳤을 때 그릇을 떨어뜨려 깨버렸을 때 등등 순간적으로 당황하는 경우 침착하게 해결해주고 나의 안전을 신경써주는 것 역시 남편인 것. 그리고 그의 그런 장점은 충분히 배울만 하며 그에게 당신의 그런 점은 정말 존경한다고 그런 너의 모습은 빛이 난다고 내가 반했던 너의 모습이라고 표현해 준다면 더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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