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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이 Oct 15. 2021

다음 본문을 읽고 남자의 중심 생각을 고르십시오

리딩

국제 커플이라면 누구나 언어차이로 인해 의사소통에 문제나 갈등이 있을 수 있다. 특히 누군가의 모국어를 주 언어로 대화하는 경우 (우리의 경우 영어), 외국어로서의 영어를 배운 나는 일평생 영어만 써온 남편보다 실력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한 것. 반대로 내가 남편보다 나의 모국어인 한국어는 월등하게 잘한다. 또는 둘의 모국어가 아닌 제3언어로 대화하는 경우에도 실력차이가 있을 수 있다.


예전에 읽은 어느 글에서 외국인 남자친구가 그 사람의 모국어로 말하는 중저음의 목소리를 들을 때마다 그 목소리에 빨려 들어가는 것 같다고 너무 황홀하다고 표현신 분이 있었다. 남자친구가 그 언어로 말해주는 목소리를 더 듣고 싶어서, 어떤 내용인지 더 알고 싶어서, 함께 의미있는 대화를 하고 싶어서, 그 언어를 본격적으로 배우신다고. 솔직히 사이 좋은 연애 초반에는 뭔들 못하랴.


어느 커플은 각자의 모국어가 있고 영어로 소통하는 데, 어느 한쪽이 영어에 더 유창해서 상대에게 상처를 주는 언행을 했다고 한다. 예를 들어서 문법이나 발음을 지적한다던지 영어를 못하면 생기는 불리한 점을 계속 설명한다던지 자신이 했던 공부법을 강요한다던지 등등. 여기서도 아마 사람마다 반응하는 방식과 정도가 다를 것이다. 그냥 그러던지 말던지 무시하는 사람도 있고, 오히려 자극받아 영어를 원어민 수준으로 마스터 하려는 사람도 있고, 날 선 말에 상처받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사람들이 각자 다른 반응을 보이는데, 만약에 내가 이 문제로 계속 상처를 받고 상대가 원망스러워 진다면 어떻게 반응하는 것이 좋을까.


나 역시도 비슷한 경험이 있다. 남편과의 연애 초반에 그가 자꾸 내 영어 문법이나 발음을 고쳐줬었고 뜬금없이 내 이력서를 첨삭해서 나에게 줬었다. 자기가 보여달라고 달라고 해서 나는 단순하게 보여주기만 한 것 뿐인데, 내가 자기의 의견을 묻거나 조언을 구한 적도 없는데, 기분이 팍 상했었다. 자기가 뭔데 나보다 잘났다고 그러는건지 물론 나보다 영어를 잘하겠지만 원어민이니까 그건 당연한거고.


여기서 한 번 이 문제와 관련해서 내가 나에게 원하는 나의 모습을 기억해 본다. 나같은 경우에는 나는 중고등학교를 외국인학교 졸업했고, 한국대학교에서 영어영문을 전공했으며 영국에서 교환학생 홍콩에서 워킹홀리데이 한국에서 토플강사로 일한 경력 미국대학교 석사 졸업 등으로 그동안 내 인생에서 나는 영어를 상당히 많이 사용하였다. 내가 비영어권 국가에서 공부한 외국어로 치자면 상당히 열심히 한 것. 그래서 나는 내 영어실력에 뭔가 자부심이 있었나보다. 내가 다른 사람의 이력서를 고쳐주고 토플 라이팅 에세이를 첨삭해주며 돈을 벌었는데, 갑자기 내가 쓴 나의 이력서를 남이 고쳐주다니 직업적인 자부심에 타격을 받은 듯. 내 기준에서 나는 영어를 만족스럽게 하고 학교생활 직장생활 친구관계 등 문제가 전혀 없었는데, 그가 갑자기 나보고 잘못했다고 지적하는 것 같이 느껴졌다.



          언어감지          ⇌          남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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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사건 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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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이전의 생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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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객관적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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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 보고싶은 관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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⑤ 내가 원하는 결과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반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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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어감지          ⇌          남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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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남친이 내 영어 문법이나 발음을 교정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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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자기가 내 영어선생님도 아니면서 왜 자꾸 지적질이야 영어 원어민이 벼슬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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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나는 한국어와 영어 둘 다 의사소통, 학업, 직장, 사회생활 등에 문제없이 사용해 왔으며 지금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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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 나는 내가 최선을 다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므로 내 실력에 만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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⑤ 내가 너에게 영어를 쓰는 이유는 너와 연인으로서 하는 대화를 하기위한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이며, 완벽하지 않더라도 내 뜻이 전달된다면 굳이 고쳐주지 않아도 돼. 만약에 내 문법이나 발음 때문에 무슨 의미인지 못 알아 듣겠다면 그 때 무슨 뜻이야 하고 질문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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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조금만 더 깊게 고민해보자면, 만약에 남편이 아니라 다른사람이 이렇게 했다면 내가 받아들이는 감정이 달랐을 것 같다. 친구가 그랬다면 오 땡큐 하고 밥사줄게 이런식으로 넘어가거나 교수님이 그랬다면 와 이 교수님 진짜 학생들을 위해서 이렇게 이력서까지 봐주시고 너무 감사하다 이런 생각이 들었을 수도. 그렇다면 왜 남편이 그랬을 때 기분이 나빴을까? 이건 남편과 나의 관계에서 내가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부분이 건드려 졌기 때문인 것 같다.


나는 우리가 연인사이 이기 때문에 나는 우리가 항상 평등하길바랬다. 남편은 나의 영어선생님이 아니다. 그래서 남친과 나의 관계가 '영어'라는 주제에서는 상당히 불평등한 것이다. 애초에 시작점부터 다르고 30년의 경험에 따른 격차가 있는데 내가 당연히 불리할 수 밖에 없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예민하게 생각한 것 같다. 하지만 경기장이 '한국어'였다면? 당연히 내가 훨씬 더 우위에 있고 어쩌면 나도 남편이 한국어로 이력서를 쓸 때 그가 부탁하지 않아도 도와준다고 나섰을 것 같다.


여기서 내가 꼭 기억해야 할 점은 첫째, 아 나는 영어공부를 30년을 했는데도 원어민수준이 안되네 내가 부족한가봐 나는 실력이 꽝이야 절대로 이렇게 자기를 비판해서는 안된다! 내가 열심히 노력했다는 것을 내 스스로도 인정할 수 있을 정도라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둘째, 이 고민을 하면서 절대 누군가를 탓하거나 누군가와 비교하지 말아야 한다는 점. 니가 뭔데 나한테 영어실력을 운운해 내가 열심히 노력하는거 봤으면 니가 나를 더 공감해주고 이해해줘야지 너도 한국어 못하잖아 이런식으로 나간다면 싸움을 부추기는 것


그 일이 있은 후 그와 몇년을 지내고 나니 그가 왜 그랬는지 조금은 알 것 같아졌다. 남편은 외국인 비원어민 친구들과 하는 거의 모든 교류가 영어와 관련되어 있고 외국인 비원어민 친구들이 그에게 하는 가장 많은 부탁이 본인들의 영어를 첨삭 교정해달라는 것이었다. 대부분 돈도 받지 않고 그들이 가장 절실한 부분을 친구로서 도와줄 수 있는 자신의 모습이 본인이 생각하기에 좋은 친구의 모습이고 자신이 원하는 모습이었던 것. 자신이 부탁을 들어줬을 때마다 도움이 되었다고 느껴지고 칭찬과 인정을 받아서 중요한 사람이라 여겨져서 기분이 좋았을 것이다.


그러니 그의 입장에서 외국인에 비원어민인 나를 위해 본인이 해줄 수 있는 가장 잘 아는 방법으로 도움을 주고 싶어했던 것. 더해서 그가 나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 중요한 사람, 고마운 사람이 되고 싶어했을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렇게 보면 그가 나의 부족함을 지적하려고 악의로 한 일이 아니라 좋은 의도로 한 일이라는 것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언어감지          ⇌          남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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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내가 상처받는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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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상대가 의도한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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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내가 중립적으로 할 수 있는 반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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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 내가 해줄 수 있는 상대가 원하는 반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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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어감지          ⇌          남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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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남편이 내가 부탁하지도 않았는데 내 이력서를 첨삭해줬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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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외국인 친구들이 자기에게 가장 많이 도움을 요청한 사안이 영어 첨삭을 부탁한 것이고 여친도 비원어민이니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잘 아는 방법으로 도와주고 싶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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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남편이 시간을 들여 내 이력서를 첨삭해 주었구나. 내 이력서는 내가 열심히 작성하고 있어 도움이 필요하게 되면 부탁할게 나는 충분히 내 힘으로 취업에 성공할 것이라 믿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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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 내가 부탁하지도 않았는데 나를 생각해서 먼저 이력서를 첨삭해줘서 고마워. 네가 고친 내용들을 잘 선택해서 반영할게 너의 도움 덕분에 이번에 수정한 이력서로 좋은 곳에 취업이 잘 됐으면 좋겠다 응원해줘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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