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닝
관계에 상처받은 사람이 버티고 버티다가 상대와 급작스레 관계를 단절해버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 부모님과 천륜을 끊고 친구를 손절하고 사람들과 단절하고 그래야 내 마음이 편하다면 그것도 좋은 방법일 것이다.
하지만 내가 부모도 없고 친구도 잃고 혼자서 고립된 사람이 된다는 결과도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그게 내가 진정 원하는 것일까? 어쩌면 나는 사람들이 사무치게 그리웠을 수도 있다 언젠가는 그 사람들이 아련하게 생각나고 그 시절의 우여곡절을 함께한 우리와 만나고 싶을 수도 있다.
어떤 사람들은 나에게 상처준 사람들에게 똑같이 상처주기를 원할 수도 있다. 나를 보호하기 위해서, 상대에게 얼마나 무례하고 몰상식한 짓인지 알려주기 위해서, 내가 상처 받았으니까 보상받기 위해서 등등.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또는 역으로 지랄을 해야 알아듣는다는 역지사지 까지.
하지만 내가 상처받았다고 해서 상대에게 상처를 준다면, 그것 역시 나 스스로를 상처주는 사람으로 만들어 버리는 행동이다. 상대가 지랄한다고 역으로 지랄하면 나를 상대의 저급한 수준에 맞추는 것 뿐이다. 그렇게 우리 사회 전부가 지랄지랄 하면 그게 좋은 사회가 될까? 내가 좋은 사람이 될까? 그게 행복한 인생일까?
모든 사람들이 좋은 말로 할 때 듣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좋은 말로 하면 얕잡아보거나 만만하게 봐서 이용해먹으려는 사람도 있다. 자기밖에 생각 못하는 완전체 같은 사람들도 수없이 많다. 하지만 누군가는 그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요즘 트렌드는 서로서로 배려해서 듣기 싫은 말은 안하는 것이 정석이 되버린 것 같다. 예를 들어 명절에 친척들이 의례 묻는 몇 등 하냐, 대학이나 회사 어디 다니냐, 사귀는 사람 있냐, 결혼 언제 하냐, 아기 언제 낳냐 등등 의 질문에도 금액을 붙인 잔소리 메뉴판까지 나왔으니 말이다.
사실 일년에 몇 번 본다고 친근감의 표시로 안부인사로 물어볼 수도 있지 않나 그 분들도 할 얘기 없어서 그냥 하는 말일 수도 있겠지 생각되지만 그게 듣는 사람이 불편할 정도까지 갔다면 당연히 자제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타인이 하는 언행을 우리가 통제할 수는 없긴 하지 않을까.
누군가가 하는 말들이 나에게는 잔소리로 느껴지거나 무시당한다고 느껴지면 그 상황에서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그 상황을 잘 대처해서 넘어가냐 아니면 똑같이 무례한 사람이 되어 되갚아주냐 그것은 나의 선택일 것이다. 노후준비는 어떻게 하시나요 자식들 결혼할 때 집 사줄 형편은 되세요 뭐 이렇게 공격해버리면 순간 속은 시원하겠지만 (그리고 그게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라면 그것 또한 옳을 것), 그게 내가 궁극적으로 원하는 것일까?
정말 단순하게 본다면 이 세상에서 제일 위해주는 사람은 가족이다. 내가 원하는 대로, 또는 나의 잠재력에서 최대치로 행복하기를 바라는 사람. 나를 위하고 걱정하고 생각하는 그 깊은 마음은 헤아릴 수도 없을 것이다... 그런데 그런 가족의 조언도 어쩔 때는 듣기 싫은 잔소리로 느껴질 때도 있고 어쩔 때는 가족과 거리를 두어 멀리 도망갈 때도 있는데.
내가 원하는 것이 화목한 가정의 모습, 남녀평등한 명절 쇠는 집안, 앞에서는 끌어주고 뒤에서는 밀어주며 서로를 지지해주고 응원해주는 가족관계 등을 원한다면 그것을 만들어 갈 수 없을까?
그 분들도 마찬가지로 당신들의 입장과 나의 입장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후회했던 일, 시행착오 없이 더 잘할 수 있을거라 생각되는 방법, 지름길 등 삶의 지혜를 전달해주고 싶어하는 마음 일 것. 그 사람을 걱정하고 위하고 행복하길 바라는 그 마음은 십분 이해가 간다.
그 분들은 당신들이 살아오면서 느꼈던 것들을 공유하고 싶으실 수도 있다. 공부 잘하면 좋긴 하니까, 좋은대학 가면 좋긴 하니까, 월급 많이 받고 대기업 다니면 좋긴 하니까. 당신들이 원하는 추구하는 삶이 그거였나보다 그리고 당신들이 알고 있는 세상은 거기서 끝인가 보다.
그렇게 보면 어쩌면 측은하기까지 할 수도 있다. 일 평생을 회사에 몸바쳐 일하고 돈을 벌고 자식을 낳아 키우고. 자신들의 삶을 자신들의 노력을 인정받기를 원할 수도 있겠다... 라떼는 말이야~ 하는 것도 사실 지금은 볼 품 없더라도 자신에게도 이런 전성기가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받고 싶어서 하는 말 아닐까?
그럼 이 사람을 오랜만에 만나서 근황에 대해 무엇을 물어볼 수 있을까. 잔소리 메뉴판 말고 물어볼 수 있는 질문 리스트 같은 게 있으면 좋겠다. 요즘 취미는 뭐니 우리는 골프를 열심히 치러 다니는데 젊은이들은 뭐하면서 노니, 요즘 유행하는 것은 뭐니 우리는 트로트를 즐겨 듣는데 어린 학생들에게는 누가 제일 유명하니, 뭐 이런 거. 젊은이들이 하고 싶은 대화주제 리스트를 주면 그거에 대해서 대화하고 어른들이 들어주고 하면 좋겠다.
내가 왜 그럴까 되돌아 본다면 내 상황을 친척들에게 알리는 것 자체가 싫은지, 아니면 친척분들이 아는 것은 상관없으나 나에게 잔소리하는 상황이 싫은지, 아니면 내가 그 분들이 어떤 반응을 해주시면 내가 좀 더 마음이 편하게 대화할 수 있을까 생각해볼 수도 있다. 아니면 내가 친척들에게 알리고 싶은 나의 모습은 어떤 모습일까 고민할 수도 있다.
이렇게 누군가가 나에게 해주려는 말들이 나에게 부정적이게 느껴질 때도 있을 것이다. 기분 나빠하지 말고 들어. 상처주려는 건 아닌데. 이런 도입부 뒤에 나오는 이야기를 들으면 기분나쁘고 상처받는 내용일 것은 당연하다.
실제 고민속에 빠져있는 사람에게는 주변에서 하는 말들이 더 혼란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다 너가 더 행복할 수 있다 더 나은 삶을 살아라 이렇게 저렇게 해라 물론 다 그 사람을 위하는 말이고 자신의 일이 아니라 더 객관적으로 볼 수 있기에 충고해줄 수 있겠지만 당사자에게는 바로 받아들이기 힘든 경우도 있을 것 같다.
만약 내가 너무 상처받는다면 그 상처받은 마음을 나 스스로 잘 보듬어주고 스스로 치유해 줄 시간을 충분히 가져야 한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굳이 상대를 손절할 필요는 없다. 내가 다른 방향으로 생각이 넓어지거나 감정이 해소되어 내가 상처받는 상황에서 나 스스로 빠져나올 때 쯤이면, 새로운 시각과 새로운 마음으로 새롭게 상황을 보게 될 수도 있다. 내가 몰랐던 부분도 내가 틀렸던 부분이 있을 수도 있다. 그리고 나면 드디어 그 당시 그 사람의 말이 들리기 시작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전까지는 그냥 사실만 기억하자. 내가 힘든 얘기를 할 때마다 위로랍시고 자기가 더 힘들었다고 얘기하는 사람. 내가 무슨 말을 할 때마다 주제를 자신으로 돌려서 자기 얘기만 하는 사람. 내 생각을 얘기하는데 틀렸다고 니가 잘못됐다고 지적질인 사람. 정말 듣기 싫은 말만 쏙쏙 골라하고 어쩜 그렇게 미운 말만 하는지 이해가 안갈 수도 있다. 그냥 사실만 팩트만 말하자.
언어감지 ⇌ 남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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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이 이러이런 말을 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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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 사람은 자신이 겪은 비슷한 경험을 공유하고 싶었구나
-> 이 사람도 많이 힘들었던 일이 있었구나. 이 사람도 위로가 필요했구나.
-> 이런 일들이 흔하게 일어나는 일이라 내가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해주고 싶었구나
-> 비교대상을 주고 자신이 생각하고 해결했던 방법을 제시해서 하나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싶었구나
-> 이런 일들이 있어도 시간이 지나면 괜찮을거라고 지금 스트레스 받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의도구나
-> 이 사람은 자신이 알고 있는 최선의 방법으로 나를 위로해주고 있구나. 이 사람이 생각하기에 이 방법이 최선이구나. 이 사람이 알고 있는 것은 이 방법밖에는 없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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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이야기를 잘 들었어. 나에게 얘기해줘서 고마워.
너도 비슷한 일을 겪었구나 너도 힘들었겠다.
너는 이런 상황에서 이러이렇게 느끼고 저러저렇게 행동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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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감지 ⇌ 남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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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이런 힘든 일이 일어나서 위로를 받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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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금 이런 상황에서 위로가 필요해. 나에게 이러이런 위로의 말을 해줄 수 있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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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일관적이고 단호하게 나의 입장을 유지해야 한다. 내가 원하는 나의 모습을 유지하면서. 내가 흔들리지 말아야 한다. 내가 그 사람들의 시비에 말리지 않아야 한다. 나를 우아하고 차분하면서도 강단있고 소신있는 사람으로 내가 만들어야 한다.
굳이 나를 그들과 똑같은 사람으로 낮추어 싸우지 않아도 날서게 반응하지 않아도 된다. 그냥 나도 내가 원하는 사실만 말하면 되고 만약 그게 안된다면 그냥 자리를 피할 수 밖에. 주위에 아무도 남지 않는다면 자신도 자신을 되돌아볼 시간을 가질 수 있겠지.
나에게 가장 도움이 되었던 방법은 나의 긍정적인 모습을 말로써 다시 한번 상기시켜주는 것이다. 그러면 상대도 내 입장을 귀로 듣고 나도 내 입장을 대변했기 때문에 내가 상처도 조금 덜 받고, 공격받았다고 느꼈을 때 회복도 그나마 조금 더 빨리 되었다.
어떤 상황에서 다툼이나 갈등이 생겼을 때 내가 이제까지 해온 일들을 다시 한번 상기시키고, 내 행동은 내가 결정해야한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나는 독립적이고 주체적이고 자유로운 사람이다. 내가 상대를 위해 얼마나 해줄 수 있는지를 알리고 그것을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더이상 도와줄 수 없음을 알리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나는 최선을 다했고 내가 알아주면 된다.
언어감지 ⇌ 남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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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게요. 그랬으면 참 좋겠네요. 제가 그럴 가능성이 있다는 말씀으로 알아들을게요. 좋은 말씀 해주셔서 감사해요.
저는 제 삶에 만족하고 행복해요. 제 방식대로 제가 원하는 대로 살고 싶어요. 그러니 저의 선택을 응원해주세요.
저는 제가 원하는 인생을 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어요. 저의 노력을 인정해주세요.
아, 그런 방법도 알려주셔서 감사해요. 제가 결정할게요. 그리고 그 결과에도 제가 책임을 질게요. 저의 결정을 지지해주세요.
저는 이러이러한 것이 좋아요. 저는 이것을 선택할게요. 저의 취향을 존중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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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람이 여전히 내 곁에 남아줬다면 그 때 고마워하면 된다. 시간을 두고 곁을 지켜준다면 나와의 사이를 소중히 여기는 친구였다면 부모였다면 분명히 이런 나의 노력도 알아 줄 것이다. 그들도 내가 원하는 나의 모습을 내가 스스로 이루어 낼 수 있도록 응원해줄 것이다. 내 곁에 남아준 사람들처럼 나도 그들에게 그런 깊은 마음으로 품어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