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킹
요즘 내가 가장 많이 하는 고민은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어떻게 잘 들어줄 수 있을까 이다. 심심하다고 이사람 저사람 많이 만나고 새로운 사람들이랑 새로운 주제로 대화를 하면서 내가 그 사람들의 이야기를 얼마나 진심으로 들어주고 공감해줄 수 있을지가 고민이다. 나는 부정적인 사람들이 너무 힘들고 부담되었다. 사실 나는 그냥저냥 평범한 대부분의 소재들은 재밌게 들어주고 경험도 나누고 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어떻게보면 불호가 강하다고 할 수도 있어서 정말 듣기 싫은 말 몇몇은 귀에 하나도 안들어온다.
불평불만만 하는 사람
행동으로 옮기지 않는 사람
부정적인 말만 하는 사람
경제상황을 자랑하는 사람
외모 등을 지적하는 사람
유흥을 강조하거나 성적인 이야기를 거리낌없이 하는 사람
자신만의 방법을 강요하거나 가르치려드는 사람
다른 사람을 동정하며 깎아내리는 사람
특정 사람들을 무시하거나 차별하는 사람
정치 욕만 하는 사람
부정적인 기운을 뿜어내는 사람들 곁에서는 정말 어찌해야 할 바를 모르겠다. 굳이 그렇게까지 표현하지 않아도 될 것 같은데 정말 밑바닥을 보여주는 사람들에게는 대체 어느 위로가 그 사람 귀에 들릴까. 그 사람의 폭주를 멈추는 방법은 없는 것 같았다 아무도 관심갖지 않고 다른 얘기로 옮겨가려고 하면 테이블을 탕!탕! 내려치며 자기 얘기 들으라고 하고 ㅜㅜ 내가 다른 결과나 방법을 꺼내기라도 하면 자기 말이 무조건 맞다고 하고ㅠㅠ 내가 듣기에 너무 벅차다 그 부정적인 표현이 직접적으로 나를 향한 것은 아니지만 그 에너지에 잠식되어 버린다.
배우자의 외도나 나쁜 습관, 시댁/처가의 불합리한 대우, 재정적인 결핍, 그 외 일상의 문제 등등 뭔가 힘든 일이 있을 때 고민상담을 하는 경우가 많다. 어떤 사람에게, 또는 어떤 일에 대해, 화가 나거나 안타까운 마음이 들 수도 있지만 결국엔 그 순간 어떤 행동을 취하는 지가 관건일 것. 화를 낸다고 해서 불평불만을 한다고 해서 동정을 한다고 해서 뭐 상황이 나아지는 게 있을까? 만약에 그런다고 문제가 해결된다면 백 번 천 번이고 누구보다도 더 많이 화를 내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해결하기 위한 방법을 찾거나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보거나 하는 행동을 취하고 감정을 건강한 방법으로 해소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너무 부정적인 기운에 잠식당하기 전에 빠져나왔으면 좋겠다...
첫번째 상황은 해결책을 다 알면서도 행동으로는 옮기지 않고 자꾸! 계속! 똑같은 불평불만을 매번 반복하시던 분이 계셨다. 나는 정말 짧은 생각으로 이야기하는 그 상황만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었는데 내가 완전히 잘못 생각했었다. 내가 이해했던 그 분이 원하시는 것은 그 문제를 해결하는 것 이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그 분이 원하시는 것은 자신의 재산을 자랑하고 싶었고 능력을 인정받고 싶었던 것!!! 그런데 그걸 대놓고 자랑하는 것보다 이렇게 간접적으로 자신의 불편함(?)에 빗대어 이야기한 것 같다. 내가 못 알아들었으니 그 분도 을매나 답답하셨을까 ㅠㅠ
비슷한 상황이 계속 반복되면서 내가 깨달은 점은 같은 상황에서도 부드럽게 화제를 전환하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나 상대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그 듣고싶은 말을 해줄 수 있는 사람도 있었다는 것이다.결국 나는 내가 불편한 상황을 회피하거나 고통스러워도 참거나 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했는데, 또 다른 방법으로 내가 듣는 기술 공감 능력을 더욱 갈고 닦아서 그 사람이 듣고 싶어하는 부분을 충족시켜 줄 수도 있는 것이었다.
두번째 상황은 내가 이전에도 견디지 못하고 회피해버린 적이 있었다. 그 당시... 그냥 힘들어했을 그 마음을 공감해주면 됐을 것 같은데 나도 개인적인 일들로 이미 지쳐있었던 상황이라 조금만 부정적인 이야기들은 듣기가 힘들었던 것 같다. 어차피 목표하는 것을 이뤄야 하는 상황이고 문제가 있다면 이것저것 여러방향으로 시도를 해보고 해결되면 좋고 안되면 또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할 것 같았는데, 너무 부정적인 이야기를 끊임없이 듣다보니 그렇게 불만이면 그냥 안하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참 내가 뭐라고 특정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드리면 그 분이 스트레스를 덜 받으시고 부정적인 생각이 없어지길 바랬었나보다. 결국 그 일은 내 것도 아니고 그 분의 일이기 때문에 그 분이 해결하실 일이었다. 그나마 좋은 면을 보고 낙관적인 생각을 하는 게 도움이 되고 편하게 생각하고 스트레스 덜 받는게 좋다는 주장은 나의 주장일 뿐 다른 사람이 그렇게 하지 않는다고 해서 내가 도와주거나 해결해줄 일이 아니었다. 나의 오만방자한 착각이었음.
그 분은 그 분이 원하시는 생각을 하시고 그 분이 보고싶은 것을 보시고 그 분이 하고싶은 것을 하시는 것이고, 당연하게도 나에게 부정적인 감정을 덤핑하는 것도 아니라 그냥 자신이 느낀 점을 표현했던 것 뿐인데 내가 힘들게 받아들이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은 단지 그 사람의 의견일 뿐인 것이지 나와는 별개의 문제라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와서 돌이켜보면 그 사람들도 참 힘든 시기를 겪고 있고 나와 그만큼 가깝다고 느끼기 때문에 이런저런 상황들을 하소연하는 것이었을텐데 내가 철벽을 치고 거리를 둬버렸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참 눈치도 센스도 없었구나
세번째 상황은 우리 사무실에 되게 특이한 직원분이 있는데, 그 분께 적응하는 데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렸다. 처음에는 그냥 멀쩡한 줄 알았는데 진짜 왜 그렇게 스스로 남들고 적을 지고 다니는지 모를 정도로. 처음 온 사람이나 업무가 겹칠 일이 없는 사람들은 상상도 못할 정도로 특이하신, 같이 일하는 사람들은 혀를 내두를 만큼 악명높은 분이다.
나도 입사 첫 해에 업무분장이 바뀌어 처음 이 직원과 같은 일을 맡았을 때, 정말 일하기가 너무 싫었다. 회사오기도 싫었고 이사람 목소리도 듣기 싫고 나랑 같은 업무하면서 그리고 제대로 아는 것도 없으면서 왜그러는지 정말정말 듣기 싫었다. 그래서 일주일이 멀다하고 병가내고 휴가내고 출근하면 점심시간까지는 어찌저찌 버티는게 진짜 시간가면 갈수록 그 사람 옆에 있는 것이 고역이었다.
그 분은 여전히 그렇다. 문제를 해결하고 싶은건지 문제를 창조해내고 싶은건지 모를 정도로. 대체 원하는게 뭔지 왜 시비를 거는지 왜 쓸데없는 짓을 하는지 왜 말도 꼭 왜 그렇게 엄청 밉게 하는지 왜 상사에게 지적을 받아도 인정하지 않는지 왜 고객을 그렇게 응대하는지... 나는 여전히 이해할 수도 없고 이해하고 싶지도 않았다. 나는 매 순간을 그 분과 엮이지 않기 위해 나를 분리시킨다. 나중에 알게된 사실은 그런 성격때문에 타 부서에서 우리부서로 전출온 거였다고 한다.
그런데 내가 남편을 이해하기 위해 미국인의 문화나 배경, 심리, 성장과정 등을 이해하기 위해 공부하면서 깨달았다. 이 분은 자신이 우리 사무실에서 중요한 사람이고 열심히 일한다는 사실을 인정받고 싶은 것이었다. 그런데 자신이 생각하는 만큼 타인이 자신을 인정해주지 않기 때문에 그런 상황을 계속 찾아내고 만들어내는 것이었다.
어쩌면 자존감이 낮아서, 어쩌면 사랑이나 관심이 고파서, 어쩌면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고 싶어서, 그런 아이같은 언행을 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마음만은 그런데 실상 자신의 능력이 따라주지 않으니 그냥 심술 부리는 건지도 모르겠다. 자신도 컴퓨터를 잘 하고 싶고 신속정확으로 업무 처리를 해내고 싶고 부서 사람들에게 고맙다고 일 잘한다고 칭찬을 받고도 싶은데 그렇게 되지 않으니. 자신이 정상이고, 일잘하는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이 천재인 것이라고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그런 마음이 있을 수도 있겠다.
부정적으로만 본다면 자격지심에 이기심 피해의식까지. 심지어 능력부족에 다면평가 최악이겠지만, 지금은 그냥 그 사람이 그런 마음이려나 싶다. 그리고 그가 하는 행동들이 자신이 알고 있는 최선의 방법으로 자신이 원하는 자신의 모습에 다가가기 위한 노력이겠거니 싶다. 대체 원하는 게 뭐지 싶었는데 능력있는 커리어우먼 인정받는 유능한 직원 같은 자신의 모습인가보다. 나도 능력이 뛰어난 사람들을 선망하고 존경하는 마음이 들었고 그 사람들과 닮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으니 그 마음 이해안가는 것은 아니다.
이 경험들 덕분에 많은 깨달음도 얻었다. 나에게 다가와준 사람들에게 아무 말이나 쉽게 하는 것이 아니라 예쁜 말을 해주고 도움이 되는 말을 해주고 싶다. 너무 부정적인 말이나 고리타분한 말들 뻔한 위로가 아니라 그 사람이 듣고 싶어했을 말들 그 사람이 아직 보지 못했던 방향을 말해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리고 그 사람이 아직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았다면 여유를 갖고 기다려줄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어주고 싶다. 누군가를 개선하고 고치고 하는 것 보다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여주고 실수를 용서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화가 난 사람들을 진정시키고 차분하게 대할 수 있는 그런 아우라가 있는 사람이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