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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이 Aug 24. 2023

무엇이 우리를 ‘한국인’으로 만드는가?

어디에나 있지만 아무 데도 없는 아이들






가운데


있는 물체는 어느 것과 묶을 수 있을까? 라는 질문에 서양인들은 모양이 같은 원기둥을 선택했고, 동양인들은 재질이 같은 직육면체의 나무를 선택했습니다.


당신 앞에 놓여 있는 물체를 부분으로 부순다고 생각해 보세요. 그 물체의 잘려진 부분은 전체 물체와 다른 물체가 됩니다. 하지만 철이나 밀랍 덩어리가 있다고 생각해 보세요. 아무리 잘라내도 부분은 전체와 같지요. 그러니까 물질과 물체는 동질성에 대한 기준이 전혀 다르다고 할 수 있어요. 물질을 기준으로 생각하면 개체성이나 전체성이란 개념은 의미가 없어요. 물질을 기준으로 보면 개체나 전체나 같으니까요. 하지만 물체를 기준으로 보면 물체의 한 부분은 더 이상 전체 물체와 같다고 할 수 없습니다.

무츠미 이마이 | 게이오 대학교 인지심리학과 교수




이러한 동양인과 서양인의 생각의 차이는 물체와 물질의 차이로 해석될 수도 있어요.


닥스라고 불리는 나무 원기둥을 부수었을 때, 원기둥이라는 모양은 부서졌지만 나무라는 성질은 변하지 않잖아요. 그래서 동양인들은 물질을 기준으로, 나무라는 공통점을 가진 나무 직육면체를 선택했다고 해요. 동양인의 시각에서는 동질성이란 개체와 전체가 같은 일체의 상태를 의미합니다.


서양에서는 물체를 중심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같은 모양인 플라스틱 원기둥을 선택했다고 합니다. 사물의 개체성을 강조하는 서양인의 시각에서는, 전체라는 개념도 개체들이 모여서 이루어진 집합의 의미라고 합니다. 그래서 단수와 복수의 구분도 발달되어 있고, 집단에서도 각각의 개체들을 독립적으로 인식한다고 해요.





이러한


시각의 차이가 우리나라 국가 정체성을 어우르는 대단히 중요한 시사점을 보여줍니다.


우리나라는 역사적으로 오랫동안 단일 민족이었어요. 한민족이라는 핏줄을 중요시 여기며, 한국인이 될 수 있는 기준 역시 혈통입니다. 국적법에 따르면 한국은 속인주의로, 전 세계 어느 나라에서 태어났건 부 또는 모가 한국인이면 바로 한국 국적이 부여됩니다.


한국인의 근본.

한국인을 한국인으로 인정해 줄 수 있는 자격.

개인과 민족이 같은 일체의 상태,

그 안에 소속될 수 있는 동질성, 핏줄.




https://www.news1.kr/articles/?4839241


한국계


라는 출생을 따져서, 외국인의 업적을 우리 민족의 업적처럼 여기는 경우도 있어요.


한국계 최초 프랑스 장관에 임명되었고, 프랑스 최고 훈장을 수여받았다고 우리나라 뉴스에 대서특필 된 적이 있습니다. 정작 당사자는 생후 6개월에 해외 입양되어, 국적도 프랑스일 뿐만 아니라 평생을 완벽한 프랑스인의 정체성을 가지고 계신 분이셨는데도 불구하고, 한국인의 핏줄이라는 이유만으로 환대를 받았어요.




https://www.hani.co.kr/arti/international/america/204519.html


한국 국적


이지만 미국에서 더 오래 살아온 한국인이 범죄를 저질렀을 때에도 국가 차원에서 책임을 지려는 움직임이 있었어요.


당시 대통령께서 ‘공식 사과에 가까운 애도 표명’을 하셨고, 외교부에서 긴급 대책반을 구성했으며, 미국에 조문 사절단까지 제의했지만 거절됐다고 해요. 서울에서는 추모 촛불 집회가 열리기도 했어요.


이런 반응도 마찬가지로 한국인의 핏줄이 있었기 때문에, 단 한 명의 잘못에 한국인 모두가 책임을 느끼게 된 사건 같아요. 특히 대통령, 한국 대사, 외교부 등 공식적인 직책에서 비롯된 사과와 반성은 미국 사회에서는 국가책임론을 부각시키는 우려가 있다며 “부적절하다” 또는 “지나치다”는 반응도 있었습니다.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3730468


핏줄


로 이어진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이 무척 강하지만, 조금은 아이러니한 상황도 있어요. 한국인이 될 수 있는 자격이 어떤 면에서는 배척의 기준이 되기도 합니다.


바로 복수 국적자나 해외 영주권자에게는 말이에요.


1990년 대만 하더라도 오렌지족의 하루가 9시 뉴스에 소개되며, 풍기문란한 그들의 행동이 한국의 정서를 해친다는 평이 대부분이었어요. 납세, 국방과 같은 국민의 의무를 다하지 않고, 한국인으로서의 결속력도 없고, 다른 나라를 선택했다는 사실 자체가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것 같아요.



https://www.nocutnews.co.kr/news/4975575


심지어


그 정도가 선천적 복수 국적자의 한국 국적을 박탈해버리기까지 했다면 믿어지시나요?


2010년 국적법 개정 이전에 있었던 일입니다.


복수 국적자는 성인이 되기 전 한국 내 외국 국적 불행사 서약을 해야 국적을 유지할 수 있어요. 정해진 기간 내 국적 선택을 하지 않은 사람들의 한국 국적을 일괄적으로 박탈해 버렸다고 해요.




1980년대 후반에 태어난 복수국적자들이 본인 의사와 관계없이 한순간에 한국 국적을 잃게 된 거죠.


어떤 분께서는 한국에서 한국 국적으로, 한국인의 정체성으로 거의 평생을 살았는데 혼인 신고를 하려고 보니 한국 국적이 상실된 경우였다고 합니다.


어떤 분께서도 같은 상황에서 해외여행을 다녀왔다가 입국이 거부되어 제3 국으로 ‘자발적인 추방’되어 한국 영사관에서 관광비자를 받고서야 한국에 잠시 들어올 수 있었다고 해요.




기사에 따르면 법무부 국적과에서는 “국적선택의무 대상자에 대한 사전 통지 규정이 없어 별도의 안내문 등이 발송되지는 않는다”는 입장이고 당사자가 직접 “신고하지 않으면 정부도 이를 파악하기가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외교부에서는 전산오류로 일축했다고 합니다.




역설적이게도


한국인들을 배척하는 상황이 참 많아요.


한국에서 초중고 의무교육에 대학교까지 모두 공부하고, 한국에서 일하면서 세금 내고, 한국 의료보험 내면서 병원 다니고, 한국 여권으로 해외여행까지 다녀왔었는데, 한순간에 한국 국적이 박탈되었다는 통보를 받고 한국에 존재하는 것 자체가 불법체류라며 범죄자 취급을 받는다면 얼마나 무서울까요?


한국이 내 삶의 터전이었고, 한국을 조국으로 생각하며, 한국인의 자부심을 갖고 살았는데... 순식간에 한국에게 버림받는 비참한 심정이었을 것 같기도 해요.


만약 국적 선택 의무자에게 안내라도 갔었더라면 모두 한국 국적을 선택했을 거라고 해요.




우리나라


를 사랑하는 수많은 사람들,

여러 인생 행보를 걸어온 사람들,

다양한 배경과 다양한 모습의 사람들,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우리 사회가 되었으면 바라봅니다.


헬조선 탈출하고 해외로 이민 가는 사람들이 최고점을, 출산율은 최저점을 찍는다는 요즘... 무엇이 한국인을 한국인으로 만드는지 한 번쯤 고민해 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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