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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이 Sep 05. 2023

윌 스미스가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퇴출당한 이유

같은 사건, 다른 해석








풍선


이 갑자기 하늘로 날아간 이유를 묻는 질문에, 풍선 자체에 원인을 찾는 접근법과 풍선 외부에 원인을 찾는 접근법으로 크게 나뉘었다고 합니다.




갑자기 저절로 확 떠오르는 풍선을 보여주고 사람들에게 왜 풍선이 떠오른다고 생각하는지를 물어보았습니다. 미국 학생들은 풍선에 바람이 빠진 것 같다고 대답했습니다. 물체 자체의 속성으로 본 것이지요. 중국 학생들은 어디선가 바람이 분 것 같다고 대답했습니다. 바람이나 다른 뭔가를 전혀 보여 주지 않았는데도 중국인들은 전혀 다른 대답을 했습니다.

펑 카이핑 I 켈리포니아 버클리 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서양인은 어떤 현상의 원인이 사물에 내부에 존재하는 속성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반면 

동양인은 어떤 현상의 원인이 사물을 둘러싼 상황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의 행동이라는 것이 무엇에 의해서 결정되느냐? 동양사람들은 사람이라고 하는 게 그 전체적인 맥락 속에 속해 있기 때문에 그 맥락에서 일어나고 있는 조금만 변화에 의해서도 사람들의 행동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굉장히 다양한 요인들을 고려해야 됩니다.

서양사람들은 사람이라고 하는 게 맥락과는 좀 독립적인 하나의 어떤 완결된 주체라고 보기 때문에 그 사람 내부에 있는 것만으로도 설명이 충분하다 라고 보는 인간관에서의 차이에서 이런 차이들이 비롯된다고 볼 수가 있겠죠.

최인철 l 서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이러한 생각의 차이로, 개인의 행동을 유발하는 동기에도 차이가 나타납니다.


서양인은 내재적 동기를 중요하게 생각하여 모든 판단의 기준은 자신의 내면에서 나온다고 합니다. 자기 자신에 대해 평가할 때에도 다른 사람들이 뭐라고 하든 상관없이 자신의 생각에 따른대요. 


동양인의 경우  주위 사람이나 사회적 기준과 같은 외적 기준으로 자기 자신을 평가 한다고 합니다. 자기 자신의 평가 보다는 다른 사람이 자신을 어떻게 평가 하는가가 더 중요한 기준이 되는 것이죠. 따라서 동양인은 다른 사람의 평가에 대해서 매우 민감하며 자신이 처한 사회적 역할이나 규범에 자신의 행동에 대한 정당성을 둡니다.







관계


를 소중히 여기는 문화는 한국인의 가장 큰 특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관계주의란 타인이나 관계에 따라 의견을 바꿀 준비가 돼있는 관계 지향적인 삶의 태도를 말합니다.


허태균 박사님에 따르면, 한국인은 사회적 맥락에 따라 다양한 기호를 준비하고 상대에 맞춰 선택한다고 합니다. 상대의 의견을 먼저 묻고, 그에 따라 나의 선택을 바꿀 준비를 하는 거예요. 영향을 주고받는 걸 당연하게 여기고, 그걸 받아들일 준비도 돼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인의 입장에서는 우리가 일관성이 결여된 것이 아니라, 상황에 맞는 판단을 그때그때 하는 것입니다. 다양한 배경과 환경을 전체적으로 고려하는 것입니다.




한국인


인 제3문화아이들에게 어쩌면 가장 혼란스러운 부분일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익숙하지 않은 입장에서는 관계에 따라 자기 자신을 바꾼다는 사실이 인지부조화로 인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을 수도 있어요.


더 문제는, 한국에서 상황에 맞는 판단이나 선택을 하지 못하는 경우입니다. 한국인이라는 사실만으로 어느 정도 문화에 대해 이해하고 있다는 기대를 받는데, 성장발달기의 대부분을 해외에서 보내며 한국인과의 관계를 경험하지 못했다면, 이러한 전제 자체를 모를 수도 있는 것이죠.

 






인간관계


는 유기적인 관계이므로 언제나 변화한다는 것이 동양의 시각입니다. 사회나 공동체를 구성하는 개개인들이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어 서로에게 영향을 주기도 하고 받기도 합니다. 그러므로 사람은 상황에 따라 친절할 수 도 있고 무례해질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상대방이 어떻게 행동하는가에 따라서 나의 행동도 달라질 수 있는 것이죠.


즉, 상대가 주체가 되어 나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상대에 따라 나의 반응이 결정됩니다. 상대가 이렇게 한다면, 나는 저렇게 할 수밖에 없다는 상대적으로 수동적인 관계입니다. 대상자의 시점에서 자기 자신을 보는 것이죠.


이런 경우, 내가 상대에게 영향을 받는 만큼 나도 상대에게 영향을 주기를 기대합니다.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관계를 확인하는 것입니다.




반대로


서양에서는 개개인은 독립적인 존재로 자신의 자유를 가장 중요하게 여깁니다. 타인에게 영향을 받기보다 자신의 선택이 더욱 강하게 작용하고, 자신의 감정과 의사에 따라 행동합니다. 그러므로 친절한 사람은 어떤 상황에서도 친절할 수 있다고 믿고, 내가 관찰했던 한 시점에 상대가 불친절했다면 그 사람 자체가 불친절한 사람이라고 믿는 거죠.


즉, 자신이 주체가 되어 스스로의 행동과 반응을 결정합니다. 제가 느꼈던 바로는, 타인이 어떤 행동을 하던 자신이 원하는 영향을 선택적으로 받고 원하지 않는 영향은 고려하지 않습니다. 자신의 행동이 주는 영향을 받거나 받지 않는 것은 타인의 선택이라 여깁니다. 상대가 어떻게 하든, 나는 나의 길을 가겠다는 능동적인 자세입니다.


반면, 서양인의 이러한 태도에는 오류가 생길 수 있습니다. 관찰자의 시점에서 상대를 바라보는 것이기 때문에 실제 상대의 입장이 어땠는지는 고려할 수 없게 됩니다.




서양 심리학에서는 어떤 사람이 친절한 행동을 보이면 그 사람을 친절한 사람이라고 해석하고 무례한 행동을 보이면 그 사람을 무례한 사람이라고 해석하는 오류를 범합니다. 주변 상황이나 맥락을 고려하지 않는 것이지요. 그래서 서양인들은 누군가가 잘못된 행동을 하면 그 사람의 본성이나 기질이 잘못된 거라고 단정 지어 생각하는 실수를 합니다.

리처드 니스벳 l 미시건 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아카데미 시상식


에서 윌 스미스가 크리스 락의 뺨을 때리고 욕설을 했던 사건이 생중계 됐었던 사건이 있었어요. 이에 미국 내의 반응과 해외의 반응이 극명하게 나뉘었는데요.


크리스 락이 자가면역 질환으로 투병 중인 윌 스미스의 아내 제이다 스미스에게 먼저 부적절한 농담을 했다, 남편 입장에서 아내에게 모욕적인 언사를 하는 사람에게 화를 낼 수 있다, 농담은 듣는 사람이 재밌어야 농담이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등 어느 정도 윌 스미스의 반응을 납득해 주는 분위기가 있었습니다.


온라인에서는 윌 스미스의 근황으로 아내가 21살 어린 아들 친구와 바람피웠는데 용서해 주었으며, 딸은 양성애자이자 폴리아모리라는 선언을 하였고, 아들은 남자친구와의 동성애 열애 사실을 인정했다는 사실을 예로 들기도 했습니다.




미국


내에서는 윌 스미스의 행동은 절대로 용납될 수 없다는 반응이 지배적이었습니다.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퇴출되고 사회적으로 매장을 당해 대역죄인이 됐어요. 뺨을 맞고도 폭력으로 응대하지 않은 크리스 락은 대인배이자 프로의 이미지를 얻었다고 합니다.


윌 스미스 역시 “폭력은 종류를 막론하고 유해하며 파괴적입니다. 어젯밤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저의 행동은 변명의 여지가 없는, 용납할 수 없는 행동이었습니다.” 라며 공식 사과문을 게재한 반면, 크리스 락은 자신의 코미디 투어에서 “내가 태어나서 한 최고의 농담”이었다며 윌 스미스를 향한 욕설을 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관계나 입장의 차이는, 한국의 관계주의 문화를 폭력적으로 보는 결과를 낳기도 합니다.


특히 한국 드라마에서 남자 주인공이 여자 주인공을 위했던 여러 일화들이 다른 시각에서는 폭력의 일환으로 비칠 수도 있어요. 또는 가족 간에 거칠게 들리지만 서로에 대한 애정이 가득한 말투들도, 연인이나 부부간에 서로에 대한 확고한 사랑과 믿음이 있어서 말하지 않아도 아는 표현법 등도 오해를 살 수도 있어요. 전후상황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동료를 따돌린 주인공이나 복수를 꿈꾸는 주인공에 대한 일차원적인 판단이 달라질 것입니다.




같은


사건을 두고도 다양한 해석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관점의 차이로 인해 자의식을 인지하는 방식에도 상당한 차이가 있어요.


제3문화아이의 경우, 양쪽의 문화를 겪으며 누가 좋은 사람이고 나쁜 사람인지의 판단이 어려울 수 있습니다. 특히 사춘기의 아이라면 또래 압력과 같은 사회적 압박감에 자신의 판단보다 다수의 의견을 무조건적으로 따를 수도 있고요.


무엇이 좋고 나쁜 행동인지에 대한 경계가 흐릿하여 자신이 어떤 행동을 하고 싶은지, 또는 해야 하는지에 대한 기준도 모호하게 느껴질 수 있어요. 그렇기에 문화가 바뀌며 주변에 의도치 않게 폐를 끼치거나 혹은 속앓이를 할 수도 있습니다.


다음 글에서 각각의 입장 차이를 더욱 자세하게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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