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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이 Sep 04. 2023

인과응보가 허용되지 않는 법?

법, 문화 언어 사회의 집약체









은 정말 흥미롭습니다. 법이라는 제도 자체가 사회상을 그대로 담아내는 거울과도 같아요. 이전 글에서, 하나로 연결된 일체의 상태인 동양 문화와 개개인이 모여서 전체를 만드는 서양문화의 차이를 설명드렸어요. 이러한 문화차이로 인해 발생된 특징은 각 나라의 법에도 고스란히 보입니다. 


우리나라는 성문법주의 국가입니다. 제정법이라고도 하며, 입법기관이 목적 하에 일정한 형식과 절차에 따라 법을 제정합니다. 언어를 배울 때에도 성문기초영어부터 배웠듯이, 성문법은 전체적인 법의 근원을 정해두고 그에 맞게 법을 집행합니다. 일체의 상태, 하나의 상태를 중요시하는 문화가 반영되어 있어요. 


영미법 체계는 판례법주의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관습법이라고도 하며, 법원이 내린 판결에 대하여 법적 구속력을 인정하고 이것을 제1차적인 법으로 하는 법원칙을 지칭합니다. 개개인이 모여 전체를 만드는 문화가, 판례의 누적에 의하여 성립된 판례법, 관행을 통해 법의 근원을 쌓아가는 관습법으로 나타나는 것도 연관이 있어요.


각기 다른 문화에서 파생된 법의 차이는 법의 적용을 받는 사람들의 삶의 태도에도 다시 한번 더 영향을 줍니다. 제가 한국과 미국에 살면서 느꼈던 가장 큰 법의 차이들을 말씀드릴게요.







부양


의 의무가 법으로 정해져 있는지 여부에 따라, 젊은 층의 인식도 상당히 다를 거예요. 


부양의 의무가 없는 국가의 가족관계는, 자녀가 성인이 되면 독립하는 것이 당연하고 부모의 노후대비 여부가 결혼 시 중요한 조건이 될 필요가 상대적으로 적을 거예요.


하지만 부양의 의무가 법으로 정해져 있다면, 부모와 자녀 간에 책임이 비교적 크고 그로 인해 서로에게 상호의존적인 관계가 더 길게 지속될 것입니다. 결혼할 때에도 배우자의 조건으로 부모의 노후대비가 중요하겠죠.







이혼


과 관련된 법도 매우 다릅니다. 우리나라는 유책주의, 미국은 파탄주의입니다. 


유책주의인 경우, 배우자의 부정행위, 혼인 의무의 위반이 있는 경우에 무책배우자가 이혼 청구 소송을 할 수 있습니다. 유책배우자는 이혼을 청구할 수 없는 것이 원칙입니다.


하지만 파탄주의의 경우 부부 관계가 정상적인 혼인 생활을 유지할 수 없어서 회복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된다면 이혼을 인정하는 법입니다. 부부 당사자의 책임을 묻지 않습니다. 유책배우자가 이혼 소송을 한다면 무책배우자는 이혼을 당하게 되는 상황인 거죠.


이 역시 혼인 의무가 법으로 정해져 있는, ‘정상’적인 결혼의 모습과 부부의 역할이 정의된 상태와,

개개인의 의사가 가장 중요한, 부부라는 관계성과도 분리된 개인의 선택과 자유가 가장 중요한 상태의 차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아무리 유책배우자라도, 자신의 행복추구권, 삶에 대한 결정권, 선택권 등을 침해되면 안 되기 때문이죠. 그래서 혼전계약서 prenuptial agreement 도 많이 작성하게 되는 것 같아요. 여러 상황에 대비를 하기 위해서요. 


책임 자체를 묻지 않으니, 유책에 대한 정의도 달라지며 죄책감의 정도도 매우 다를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결혼을 대하는 태도에도 역시 차이가 있겠죠. 심지어 상간자 소송은 미국 6개 주에서 가능은 하지만 처벌도 약하고, 하와이는 상간자 법은 존재하지만 최근 보고된 사례는 없다고 합니다. 


저도 국제결혼을 하고 나서 이러한 법 제도 차이에 대해 알게 됐어요. 그전에는 남편이 절대 이해가 안 됐었는데, 이런 배경에서 자란 남편이 저와 다른 생각을 한다는 사실을 인정하게 됐습니다. 







교통사고


관련 법에도 차이가 큽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몇 대 몇으로 잘잘못을 따지고, 가해차주가 피해차주에게 보상을 해줘야 하죠. 


미국 내에서도 주마다 법이 다른데요. 제가 살고 있는 하와이는 무과실주의 보험 제도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교통사고 발생 시, 사고 관련 운전자들의 과실 여부를 따지지 않고 각 운전자의 보험회사를 통해 본인의 손해를 보상받도록 하는 법입니다. 


무과실이란 정확하게 따지자면 잘못이 없다는 게 아니라, 과실 책임을 따지지 않는다는 개념이에요. 시시비비를 법적으로 가리지 않는다는 뜻이지, 누군가가 잘못을 하긴 한 거죠. 이미 사고는 일어났으니, 사건을 해결하는데 집중한다는 취지입니다. 


교통사고가 나면 심각한 부상이 없는 한 고소를 하거나, 고소를 당하지 못한다고 해요. 경미한 부상을 당했다면 각자 보험에서 병원비 처리를 하므로, 승객을 포함한 개인 상해, 재산 손해 배상 비용 등 정해진 최소한도를 포함한 보험에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합니다. 심각한 부상이나, 차량 및 재산에 손해가 있었다면 재판으로 가기도 하고, 과실자에게 손해 배상의 책임이 있죠.


교통사고 관련자들이 감정적으로, 경제적으로 소모적인 소송을 겪지 않아도 되고, 과실이 무관하기 때문에 사후처리와 보험금 지급이 빠르게 진행된다는 장점이 있어요. 특히 하와이는 관광지이기 때문에, 외지인의 경우 신속하게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보험을 활용하는 것이라 추측합니다. 







성관계 동의 법


을 채택하는 국가나 대학교도 많아지는 추세입니다. 캐나다, 덴마크, 호주 등에서도 지역별로 적극적인 성관계 동의 법안을 실행 중이며, 어플까지 활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더해서 미국의 다섯 개 주에서도 성관계 동의 규정을 대학교 학칙에 포함해야 하는 법이 있습니다. 개개인의 선택과 자유가 중요한 만큼 확실한 의사 표현도 요구되는 것이라 보입니다.







해외에서


산다면 거주 국가의 법을 정확히 인지하고 있어야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당연했던 일들이 해외에서는 당연하지 않을 수 있고, 외국인으로서 내국인만큼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입니다. 


저는 법원에서 사무직으로 일하고 있는데요, 특히 외국인의 경우 “몰랐다” “억울하다”는 호소를 하실 때 가장 안타깝습니다. 한국에서 살고 있는 외국인의 경우에도, 한국 국민으로서 당연하게 받는 혜택이 외국인 신분에게는 적용이 안 되는 상황이 흔해요. 


법을 정확히 알아야 지킬 수 있고, 의도치 않은 오해 상황을 피할 수 있을 거예요. 불필요한 감정 소모나 헛된 기대를 최소화해야 현지에 적응하기에 더 수월할 것입니다. 


현지의 법을 지키는 것이 그 나라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에 여행 오는 외국인들이 한국의 법과 문화, 예의를 존중해 주길 바라는 것처럼, 우리도 반대의 경우에 상대 국가에 대한 성숙한 시민 의식이 필요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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