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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이 Oct 19. 2021

부록의 부록 - 시부모님는 대체 왜 그러실까?

내가 시어머니가 하시는 말씀이 상처인 이유는 시어머니가 나에게 잘해주실 것이란 기대가 있기 때문이다. 물론 내가 사랑하는 남편의 부모님께서 나를 좋아해주시고 환영해주시면 완벽하고 화목한 가정의 모습일 수 있겠지만, 사실 일평생을 뼈빠지게 키운 아들과 일평생을 존재조차 몰랐던 며느리와 어떻게 똑같이 사랑할 수 있을까. 어른스럽고 현명한 시부모님이라면 당신의 눈에 차지 않더라도 며느리를 사랑으로 감싸안는 것이 아들이 더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것을 아시겠지만, 사람 마음이라는게 어떻게 항상 뜻대로 되겠는가. 


시어머니는 원래 며느리를 싫어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시어머니의 치사한 행동이 완벽하게 설명된다. 시어머님은 어쩌면 아주 효과적인 방법으로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고 있을 수도 있다. 그리고 내가 시어머님께 이쁨을 받아야 하거나 점수를 받아야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면 나도 맘이 편하다. 시어머님은 며느리가 누가 되었든 싫어할 것이다. 나라는 사람을 싫어하는 것이 아니라 원래 며느리를 싫어하는데 그게 어쩌다가 내가 되어버렸다. 그러면 현실적으로 기대치를 조정할 수 있다.


시어머니에게는 당연히 남편이 착한 편이고 내가 나쁜 편이다. 그건 당연하다. 우리 가족도 내가 누명을 쓰고 경찰에 잡혀가면, 우리 딸은그럴애가 아니에요!!! 하면서 나의 결백을 밝히도록 만반의 일을 해줄텐데. 남편의 가족도 똑같을 것이다. 팔이 안으로 굽는 건 세상의 이치이자 자연의 섭리이다. 너무나도 자명한 사실이다. 우리 가족도 나를 더 위해준다. 그러니 아내가 남편의 행동에 상처받아서 남편을 나쁘게 몰아간다면, 남편가족도 마찬가지로 우리 아들이 그렇게 나쁜 남편이 아니야 결백해 무죄야, 즉 우리 아들을 나쁜 사람으로 보는 며느리가 잘못이야 라고 생각하시겟지.







과거 농경사회를 산 부모님의 조언이 산업사회를 살아간 자식에게 적합하지 않을 수도 있는 것처럼, 산업사회를 산 우리 부모세대의 삶이 지금 시대와 조금 다를 수도 있다. 어쩌면 불과 몇 십년 전 만 해도 찢어지게 가난한 시기도 있었고 경제위기도 있었고 물질적으로 풍요롭지 않았던 때도 있다. 아이들 밥먹이는데 만이라도 급급하다보니 인성교육이나 아동심리, 자아실현까지 신경 쓸 겨를이 없었을 수도 있고, 배려나 공감과 위로에 서툴을 수도 있다. 하루하루 입에 풀칠하기도 힘들면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삶이 최고라고 생각할 수도 있고, 그 당시에는 좋은 대학을 가고 대기업에 취직하는 것이 신분상승의 유일한 길이었어서 그 믿음으로 자녀들에게까지 교육열을 올렸을 수도 있다. 그 시대에는 그게 당연했다. 그렇게만 사는게 정답이었다. 다만 시대가 많이 변했을 뿐이다.


시대에 맞춰 변화를 배우고 시대착오적인 생각을 고쳐가며 어린 사람들을 수용하는 현명하신 어른도 있을테고, 자신의 삶을 어떻게든 보상받고 싶어서 젊은 세대들에게 부담을 주고 싶은 사람도 있을테고, 당신이 살아오면서 겪은 시행착오나 교훈들을 다음 세대에 물려주고 싶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 언제 어디서나 다양한 사람들이 있다.




우리 부모님을 단순히 ‘부모’로만 보거나 시부모님을 단순히 '시부모'로만 보아서는 이해가 안된다. 그렇지만 부모님이나 시부모님 또한 그저 한 명의 평범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날 선 마음이 조금은 누그러진다. 시부모님께서 살아오신 삶을 되돌아보면 어쩌면 그 분들께서 왜 그랬는지 이해가 갈 수도 있다. 


그 당시에는 남아선호사상도 심했고 남녀차별이나 성평등, 여성의 사회진출 기회도 지금세대와는 첨예하게 달랐다. 그 당시의 사고방식으로 지금의 며느리들에게 조언을 해준다면 당연히 듣는 젊은 세대에게는 거부반응이 일어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모님도 시부모님도 일평생을 가족을 위해 일하고도 더 주고 싶어하시는 그런 분이시다. 다만 뭘 줘야할 지를 모르셔서 당신이 생각하기에 최고로 좋은 것을 주기 위해 고심하셨을 수도 있다. 다른 세대를 사는 우리에게 어떻게 보이더라도, 그래도 당신들의 입장에서 할 수 있는 바를 다 해주셨다. 그 분들께서 알고 있는 한에서 가장 최선의 선택을 해 주셨고, 덕분에 나도 남편도 이렇게 컸다.


어쩌면 시부모님은 자신이 원하는 무언가가 있는데 그것을 어떻게 이뤄야 할 지를 모르시니까, 더 좋은 방법을 모르시니까 그러실 수도 있다. 그래서 자신이 알고 있는 방법으로, 자신이 익숙한 방법으로, 자신에게 행해졌던 방법으로 무의식적으로 행동하실 수도 있다. 그게 틀린 방법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어쩌면 다른 방법을 모르실 수도 있다. 아들을 조종해서든 며느리를 자극해서든 뭔가 절실하게 원하는 게 있으실 수도 있다.




하지만 내가 성인이 된 이상 지금 어떤 선택을 하는지는 온전히 나의 책임이라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남탓을 하는 것이 지금 내 문제를 회피하는 데에 가장 맘이 편하고 단기적으로 나의 죄책감을 덜어줄 수도 있겠지만, 우리는 우리의 행동에 책임을 피할 수 없다. 나는 그 분들을 이해는 하지만 옳고 그름을 분간하거나 현 세대에 맞는 의견을 제시할 수도 있고, 그 분들의 의견을 존중은 하지만 내가 원하는 삶을 선택할 권리와 나의 믿음을 지킬 수 있다. 


우리 세대는 부모님 덕분에 더 풍요로운 환경에서 더 나은 교육을 받았으며 더 많은 것을 알고 더 큰 세상을 봤다. 접시 하나도 귀했던 그 옛날, 집전화도 귀해서 헝겊으로 덮어놓았던 그 시절과 지금은 다르다. 부모님은 부모님의 삶을 살았고 우리는 우리의 삶을 선택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분명 더 좋은 방법을 찾을 것이고 더 행복할 수 있다. 




시부모님께서 힘들게 살아오신 과거 자신의 삶을 자식들에게 보상받기를 바랄 수도 있다. 뭐 인간이라면 그런 감정이 들 수도 있다. 남편이이 얼마나 할 지와는 별개로 내가 얼마나 받아들이고 얼마나 해드릴지는 내가 정한다. 그리고 나는 어차피 시어머님께서 바라시는 만큼 못해드리니, 말만이라도 예쁘게 할 수 있다. 뭐 돈 드는 것도 아니고.



          언어감지          ⇌          시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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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ㅇㅇ씨 키우시느라고 고생 많으셨어요. 정말 훌륭한 사람이에요.

어머님, 정말 대단해요. 존경해요. 

어머님, 저는 어머님께서 행복하시길 진심으로 바라고 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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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머님께 상처를 받았다고 똑같이 상처를 주거나, 눈눈이이 역지사지를 느끼시라고 시어머님과 똑같이 행동한다거나 하면 사실 내가 나를 그 수준으로 낮춰버린 것이다. 나는 내가 원하는 만큼 우아하고 깔끔하게 행동할 수 있다. 여전히 메너를 지키고 예의를 다할 수 있다. 시부모님이 나를 아무리 싫어하더라도 내가 상처받지 않을 수 있다. 그게 내가 그분들보다 더 큰 사람이 될 수 있는 방법이다. 내가 그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있다. 사실 나도 아직 못하는데 그렇게 할 수 있다고 최면을 걸고 있다. 언젠가는 이루어지게.




예를 들어서 친구 며느리가 시어머니 생신상을 진수성찬으로 차려드렸다고 나에게 말씀하시면 나보고 지금 어머니 생신상 차리라는 말인가? 하고 (설령 그게 어머님께서 의도한 바라 하더라도) 듣지 않기. 내가 듣고 싶은 만큼만 듣고 반응하면 된다.



          언어감지          ⇌          시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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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어머님 친구분 좋으시겠어요 며느리가 생신상 차려드려서.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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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님께서 다른 사람과 비교하면서 나를 깎아내리거나 유세부리거나 한다면 그것도 그냥 내가 받아들이지 않고 표면적으로만 반응하면 된다.



          언어감지          ⇌          시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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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어머님께서 행복하시다니 저도 기뻐요. 

어머님께 정말 좋은 소식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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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님께서 편찮으시다고 하면 인류애적인 마음으로 (누군가 아프다면 걱정되는 것은 당연하니) 진심어린 답변을 드리면 된다. 설령 그 말 속에 떡밥이 합가나 병수발을 바라는 거라도 내가 떡밥을 물지 않으면 된다. 그 깊은 뜻은 어머님의 아들에게 전달해야 한다. 



          언어감지          ⇌          시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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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어머님 어디어디가 아프시다니 정말 걱정이에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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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께서 아무리 무례하고 상식이하의 발언을 하시더라도 그냥 그게 어머님의 선택임을 존중해야 한다. 어머님은 그게 무례한지도 모를 수도 있다. 우리만큼 수준 높은 교육을 받지 못하셨을 수도 있다. 그러니 내가 알려드리면 된다. 그리고 내가 할 수 있는 한 가장 우아하고 메너있는 반응을 하면 내가 그만큼 더 넓은 마음을 가진 사람이 된다.



          언어감지          ⇌          시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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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 피임하니? 

-> 어머니 저희 피임하는지 물어보시는 거에요? 저희가 피임하는게 궁금하세요, 아니면 손주를 보고 싶으신거에요? 손주를 보고 싶으시면 저희가 좋은 소식 있을 때 가장 먼저 알려드릴게요. 저희 위해주시고 걱정하시는 마음은 감사하지만, 이런 걱정은 안하셔도 돼요. 이런 문제는 굉장히 사적인 문제이니 저희 부부가 알아서 할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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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곳에서 살면서 가장 인상깊게 느꼈던 한국과의 차이점은 바로 옳고 그름의 기준이다. 한국은 대다수가 동의하는 정답이 있다면 이곳은 각자가 자신의 방법으로 살아간다. 그리고 그 개인의 자유가 법에서 수호하는 가장 중요한 개념이다. 미국인 대화방식 표현의 자유, Free Speech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 정도가 표현의 자유를 위해 혐오 발언을 하던 인종 차별을 하던 어떤 표현을 하던지 법으로 보호되는 정도이다. 


그 개인의 자유를 보호하기 위해 누군가가 도덕적으로 잘못된 행동을 하더라도 옳고 그름의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그를 고치려고 하기 보다 그 상황에서 나를 분리시킨다. 그 사람과 직접 대면해서 따지다가 총이라도 맞으면 나만 죽는게 되니까. 경찰이나 책임자에게 신고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래서 오히려 빈부격차도 심해지고 사회적 인식의 격차도 더더욱 심화되는 것 같다. 




그러니 시부모님께서 어떤 말씀을 하시던, 어머님께서 법으로 보호받는 표현의 자유를 행사하고 계시구나 하고 생각하자. 단순하게 그냥 어머님이 하고 싶은 말씀을 하시는구나. 그리고 내가 그 말씀을 들어드림으로써 어머님께서 원하는 일(=말하는 행위)을 이루어 드렸다 생각하자. 어차피 귀가 있으면 듣기 싫어도 들리니까. 그러나 그걸 얼마만큼 내 듣는지는 오롯이 나의 선택이다!


그리고 어떤 대화에 빠져서 헤어나오고 싶다면 나를 빼내는 것도 나의 선택이다. 나를 분리하는 것도 내가 해야 한다. 남편이 눈치있게 중간역할을 잘 해준다면 그럴 필요도 없겠지만 남편이 그래주지 못한다면 내가 나를 보호해야 한다. 그럴 때, 자리를 피하기 전 할 수 있는 표현 3단계.



          언어감지          ⇌          시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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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제 일은 제가 결정할게요

2. 그 이야기는 더이상 안했으면 좋겠어요. 다른 이야기로 넘어가요.

3. 저는 더이상 그 이야기를 듣고 싶지 않아요. 실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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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I'd like to keep it private.

2. I don't want to talk about it anymore. Let's talk about something else.

3. I'm not listening to this. Excuse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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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요즘 내가 연습하는 불필요한 감정소모를 하지 않기위한 사고방식과 대화법. 팩트로만 대답하기. 실제 일어난 일을 언급한다. 그게 얼마나 옳고 그른지, 맞고 잘못됐는지, 동의하는지 안하는지에 대한 언급 없이. 상대가 뭐라고 말했으면 아 상대가 뭐라고 말했구나. 여기까지만 하고 끝.


어머님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시는 지, 나에게 뭘 원하시는지 표현하시는 것은 어머님의 자유. 하지만 그 요구를 들어드릴 지 말 지는 나의 선택임을 기억하자. 나는 내가 하고싶은 만큼만 하는거고 상대가 어떻게 받아들이던 그것은 상대의 선택이다. 상대의 선택을 존중하자. 상대가 어떻게 생각하던 내가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내가 인정할 수 있다면 충분하다. 나를 미워하면 상대의 손해지 나는 그냥 내 갈길 가야 한다.



          언어감지          ⇌          시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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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머니께서 한 말을 필터없이 남편이 나에게 전달했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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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너한테 실망했대

-> 아, 어머님이 "나에게 실망하셨다"라고 말씀하셨구나. 

->  아, 어머님이 "내가 하는 것이 부족해서 불만이다"라고 말씀하셨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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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나는 개인적으로 내가 잘못한 것도 없는데 무조건적인 사과는 하기 싫다. 나는 내가 행복하기 위해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하여 함께 살아가는 것을 선택한 것이지 시부모님을 행복하게 만들어드리기 위해 결혼한 것이 아니며 (내가 원해서 하지 않는 한) 그럴 의무나 도리 또한 없다. 상황을 모면하기 위한 사과나 내가 진정으로 미안한 마음이 없는데 억지로 죄송하다고 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I apologize 가 아닌 유감의 표현인 I’m sorry 도 최대한 사용하고 싶지는 않지만 상대의 감정에 본인 스스로 책임을 질 수 있게 딱 한마디만 한다. 당신이 그렇게 느낄만한 (내가 이해할 수 있는) 이유는 없지만 당신이 그렇게 느끼기로 선택했다는 사실이 유감이다라는 의미. 



          언어감지          ⇌          시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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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님께서 그렇게 느끼시다니 유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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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 sorry you feel that w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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