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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이 Apr 29. 2024

흘려들을 수 있어야 하는 말들

그리고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말들

좋은 소식을 전할 때, 아이러니하게도 걱정과 조언을 더 많이 받은 적 있으신가요? 저는 근황 이야기를 하다 보면, 순수한 축하를 받기가 참 어려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다른 곳은 인종 차별 많고 이곳처럼 외국인에게 호의적이지 않을 거란 걱정을 하시고,

남편에게 이곳에서 직장을 찾으라는 등 이곳에서 계속 거주할 방법을 고민하여 주시고,

왜 굳이 다른 곳으로 가고 싶냐고, 또는 왜 특정 지역은 배제하냐는 질문을 반복해서 하시거나,

임시로 거쳐가는 도시에서 저에게 무슨 일을 할 거냐고, 경력 단절과 가정 경제를 걱정해 주시거나,


미소 지으며 질문하지만, 절대 그 미소가 인자한 미소가 아닌 평가받는다는 느낌이 들 때가 많았어요. 그리고 그런 상황은 대부분 제가 바라는 일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그랬던 것 같아요. 그게 보통 언제였냐면요...




내가 축하받고 싶을 때


제가 오래 기다려 온 일이 곧 이뤄질 것 같다는 희망에 부풀어 올랐다가, 계획대로 되지 않아 실망한 적이 많았잖아요. 그래서 이번에도 너무 기대했다가 제가 상처받을까 봐 해주는 조언을 해주시는 것일 수도 있겠죠.


제가 너무 순수하게(?) 구체적이고 안정적인 계획 없이 무모하게 시도하는 것처럼 보여, 어른으로서 걱정해 주시는 것일 수도 있고, 아마도 이제 새로운 곳으로 가버리면 더 이상 자주 볼 수 없다는 아쉬움에 대한 표현일 수도 있을 거예요. 


제 주위 사람들 모두 저를 위하는 마음, 제가 행복하기를 바라는 마음이겠죠. 설마 제가 언제 고꾸라지나, 얼마나 잘되나 두고 보자 이런 마음이지는 않겠죠? 




내가 이해받고 싶을 때


여러 사람과 대화하다 보면 뜻밖의 말들에 신선하기도 하고 깨달음을 얻기도 하지만, 상처받기도 하고 당황스러울 때도 많아요. 


그럴 때마다 제 상황이나 입장을 구구절절 설명하려 했었던 적도 있었어요. 하지만 어림도 없지, 다음 날 다시 만났는데 똑같은 말을 또 해주시더라고요. 그때 깨달았어요. 


아, 저 사람은 내 말을 들으려는 의도가 전혀 없구나. 

내가 그 어떤 말을 해도 저 사람에게는 들리지 않겠구나. 


저는 제 이야기를 듣지 않는 그 사람이 잘못됐다 생각한 적도 있었어요. 그런데 사실은  상대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그 사람이 내 말을 귀 기울여 들어줘야 한다는 기대치를 가진 것은 저였어요. 그리고 그 기대에 미치지 못하니 상처를 받은 것이죠.




내가 인정받고 싶을 때


제가 이곳을 떠나고 싶어 하는 건, 저와 더 잘 맞고 제가 더 소속감을 느낄 수 있는 곳을 찾고 싶은 저만의 욕망이라고 생각해요. 단지 그뿐이지, 현재 이곳에 만족하고 정착하신 사람들에 대한 반감이나 평가는 전혀 아니에요. 


하지만 제가 이곳을 떠나며 너무너무 기뻐하는 모습이 남아있는 사람들에게는 기분이 꼭 좋지만은 않을 일일 수 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렸을 때부터 살아온 자신의 정체성이 담긴 도시, 또는 오랜 기간 열정적으로 일해 자신의 성과로 쌓아 온 회사. 그래서 더 애착을 가지고 사는 분들도 많잖아요.  


그런데 어디서 굴러 들어온 돌이 고이 받아주고 정 주고 마음 주고 했는데, 다시 떠날 거라며 한참을 난리 피우는 모습에 시원 섭섭하겠다 싶어요. 그리고 여기서 제가 정말 좋은 대우를 받았다는 사실을, 저를 정말 진심으로 잘 대해주었다는 사실을, 제가 알아주었으면 하는 마음도 있을 것 같아요.




내가 남편을 여전히 존중하는 이유


저희 남편은 말을 정말 예쁘게 한다는 장점이 있어요. 그래서 이런 상황에서 남편은 어떻게 표현했을까 하는 생각을 가끔 해봅니다. 남편 역시 먼저 시험에 합격한 친구들이 떠나는 모습을 봐왔고, 자신도 시험에 합격해서 앞으로 나아가기를 바라고 있어요. 


나보다 잘 돼서 떠나는 사람을 진심으로 축하하고 응원해 줄 수 있고, 

모든 관계에서 경쟁보다는 공생으로 도움을 줄 방법을 먼저 찾고, 

자신과 비교하지 않고, 핑계 대지 않고, 깎아내리지 않는... 


저 같으면 예를 들어 사촌이 땅을 사면 배 아플 정도까진 아니더라도 부러워는 할 텐데, 남편은 상대와 자신을 잘 분리해서 개별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능력이 있어요. 




나의 태도를 돌아봐야 할 때


사실 너무 오랫동안 바라던 일이라 그런가 막상 이사 갈 준비를 하면서도 실감이 하나도 안 나요. 그 갈망하던 상태, 이루어지지 않아 실망하고 좌절하던 그 상태에 너무 익숙해진 기분인 것 같아요. 


그래서 사람들에게 소식을 전할 때에도 저의 그런 감정이 전달된 것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사실 그냥 흘려듣거나 신경 안 쓰면 되는 일이기도 해요. 그러려니 하거나 그렇구나 하면 되는 걸, 제가 칭찬도 받고 이해도 받고 인정도 받고 싶다 보니, 집안 사정 다 떠벌리고 다녔던 거죠. 


물론 저와 가까운 사이라 생각됐던 사람들과 한 이야기이긴 하지만, 또 가까운 사람에게 더 상처받기도 하니까요.




소통이나 공감이 없다고 느껴지는 대화는 저뿐만이 아니라 상대에게도 말로 딱 설명할 수는 없지만 뭔가 오묘하게 불편하다는 느낌을 주었을 거예요. 그래서 앞으로 조금 더 서로에게 편안하고 원만한 대화를 위해서 신경 써야 할 것들을 생각해 봤어요.


제가 좋은 소식을 전할 때, 저만 생각해서 ‘떠나는’ 데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그동안 이곳에서 지내며 얼마나 좋았고, 이곳을 그리워할 것이며, 사람들도 너무 보고 싶을 것이라는 말도 더했더라면 좋았을 것 같아요. 감사한 일들이 정말 많았는데 그런 부분들을 바로 말해볼 수 있도록 하나하나 생각해 놔야겠어요.


그러다가 갑자기 아쉬워지면 어떡하죠 ㅠㅠ? ㅋㅋㅋㅋㅋ 그래도 새로운 시작! 스스로 셀프 응원 해봅니다. 토닥토닥 궁디 팡!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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