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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이 May 23. 2024

미국 시댁에서 만난 반전 남편

돌멩이 전성시대 

결혼 6년 차, 남편이 어린 시절을 보냈던 동네에 와서 알게 된 새로운 모습. 더 정확히는 그동안 시댁에 방문했던 겨울에는 볼 수 없었던! 봄 여름 한정 리뉴얼 된 남편 ㅋㅋㅋㅋ




1️⃣ 피터 팬


남편은 어렸을 때 사춘기도 늦게 오고, 다른 친구들이 자라는 걸 보면서 자기는 더 이상 자라고 싶지 않다고 느낀 적이 있었다고 한다. 나름 소년(?) 감성인가. 그래서였을까, 유난히 수험생활이 길었던 남편. 


키덜트니 니트족이니 캥거루니 뭐 요즘에도 계속되는 현상인 듯하다. 사실 나도 그렇다. 주변의 친구들은 다들 한 회사에서 쭉쭉 승진하고 가족을 꾸리고 집과 차를 마련하면서 임신과 출산 육아를 해내고 심지어 둘째까지 가진 친구들이 있는데 반해, 나도 유학에 워홀에 여행에 이리저리 도피를 하고 있었으니까. 우리도 그냥 끼리끼리 ㅜㅜ?




2️⃣ 알러지


남편이 사는 데 불편한 알러지 없어서 건강해서 좋다고 그랬는데... 무슨 풀 꽃가루 알러지가 있다네?ㅋㅋㅋㅋㅋ 하우스시팅 하는 집에 혹시나 냄새 밸까 봐 컵라면 먹을 때 창문 활짝 열고 먹으려는데 창문 닫자고 난리다. ㅋㅋㅋㅋㅋ 하이킹을 가도 알러지 약을 먹고 가야 하는 것 같다 ㅠㅠ 아니 왜 어렸을 때 여기서 어찌 살았대 ㅠㅠ 


하와이에서는 알러지 반응이 전혀 없었는데 확실히 하와이가 환경이 좋긴 좋구나. 여기가 하와이랑 뭐가 다르지? ㅜㅜ 나는 알러지나 비염 같은 게 없어서 모르지만 평생을 환절기나 꽃가루에 시달리는 건가 얼마나 불편할까. 알러지 반응 없는 곳을 찾아 떠나야 하려나 ㅜㅜ 이렇게 다시 하와이로 컴백하는 건가ㅜㅜ?ㅋㅋㅋㅋㅋ




3️⃣ 발 망치


지금 우리가 머무르는 하우스는 다락까지 3층인데, 남편이 2층에 있으면 1층에서 발소리가 엄청 크게 들린다. ㅜㅜ 자다가도 깰 정도 ㅜㅜ 단독주택에서 살면 문제가 아닌데... 우리가 살았던 콘도에서도 층간 소음이 크게 문제 된 적이 없어서 남편은 별로 의식하지 않는 것 같다. 만약에 한국 친정 부모님 댁에 가게 되면 주의를 많이 받을 듯 ㅠㅠ


환경이 달라지면서 자신의 자연스러운 행동이나 습관들이 문제화된다면 조금 억울할 것 같기도 하고... 하지만 또 환경이 바뀌면 그에 맞춰서 적응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인 것 같기도 하고... 으찌해야 하나 




남편 보기를 돌 같이 하라



공기 식물을 키우는 돌


우리가 하우스시팅 하는 집에서 화분에 물 줘야 하는 임무를 맡고 있다. 그중 가장 특이한 공기 식물 air plant. 돌멩이에 식물이 자란다 귀염뽀짝함 ㅋㅋㅋ  심지어 얘는 물 주는 방법도 따로 있다. 돌이랑 식물이 젖게 물을 살짝씩만 뿌려줘야 함. ㅋㅋㅋㅋㅋ 너무 하찮고 귀여워!





일라이가 지연수한테 줬던 감사의 돌


진짜... 너무 미국스러운 선물이었던 일라이의 돌... ㅜㅜ 나도 하얀 조약돌을 받은 적이 있어서 너무 웃겼다ㅋㅋㅋㅋㅋ ㅜㅜ 아니 웃펐다 ㅜㅜㅜㅜ “주머니에 갖고 있다가 만질 때마다, 손이 닿을 때마다, 감사할 거리를 머릿속에 3개씩만 떠올리면 기본이 좋아지니까. 감사할 거리를 본인이 인식하고 있을 때랑 무의식적으로 생각하는 거랑 다르니까.” 라는 아주 좋은 의도이지만 ㅠㅠ


후후 남편 보기를 돌 같이 해서 남편을 볼 때마다 감사할 거리를 3개씩 떠올려야겠다. 





돌 키우기 게임


인터넷에서 한창 떠돌았던 돌 키우기 오픈챗 ㅋㅋㅋㅋㅋ “돌은 겉은 단단하지만 그 속에 깊은 인생이 담겨져 있습니다. 어딜 가나 자갈조각이라도 그 속에 수천 년의 역사가 있는 게 돌입니다.” 라는 수석회 부회장님의 말씀. 진짜 인생을 관통하는 말이다. 


겉으로 단단해 보이는 사람도, 그 속에는 모든 희로애락이 담겨 있겠지. 내가 알 수 없을 수 십 년의 개인사, 가족사, 문화사, 흑역사 등등. 그 사람에게 한정되지도 않고 시간과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는 깊은 인생이 담겨 있겠지. 남편 만의 역사. 내가 존중해줘야만 할 남편의 단면.





맹구의 반려 돌


반려 동물을 키울 여건이 안 되는 사람들이 반려 돌을 입양(?)하는 것이 유행했던 적이 있었다. pet rock. 알러지 문제없고 상실의 아픔도 없으면서, 식사나 배변훈련, 샤워, 산책 등의 관리는 선택적으로 할 수 있으니 ㅋㅋㅋㅋㅋ 지친 현대인들에게 심리적 안식처가 되어 준다고 한다.


나도 돌멩이처럼 살아야지. 돌멩이가 되어야지. 돌처럼 단단하고도 녹슬지 않는, 그리고 새 생명을 품을 수 있는 그런 돌멩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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