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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이 Jun 21. 2024

불안을 돈으로 해결하려는 성향, 나야 나.

경제관념이 다른 남편에게 배우기

집 구하기 편에서 나름 이어지는 글...







사실 나는 이미 점 찍어둔 집이 있다. 신축에 첫 입주인 집. 꺅 너무 좋아 ㅠㅠ 우리가 또 언제 신축에 살아보겠냐구~~ 다운타운에 위치해서 역 5분 거리, 마트 5분 거리에 근처에 아웃렛까지 있다. 이 건물에 학교 기숙사도 들어왔다고 하는데, 얼마나 좋으면 학교까지 왔겠어 하는 마음 ㅋㅋㅋ


그래서 아파트 사진을 보고 또 보고, 평면도에 가구를 이리 두고 저리 두고, 이케아며 아마존이며 어울리는 가구를 골라 찜해두고 ㅜㅜ 마음은 이미 열 번도 넘게 이사 갔다. 심지어 투어 갔다가 바로 온라인 지원서 다 작성했는데, 아직까지도 제출을 못 했다 ㅠㅠ 이것도 기다려보자 저것도 고려해 보자 아주 신중에 신중을 더하는 남편 덕분에.


언제까지 집도 절도 없이 살 수도 없는 노릇 아닌가. 월세에 이것저것 더하면 어차피 최종적으로 지출하는 비용은 비슷비슷한데, 어차피 돌고 돌아 그 집으로 갈 거면 한 달이라도 일찍 더 살면 편하지 ㅠㅠ 당장 어디 정규직 자리가 떡하니 떨어질 것도 아니고, 하와이에서도 반년만 더 살자, 반년만 더 살자 해놓고 6년을 살았지 않나 ㅠㅠ


물론 남편 말이 맞다. 한 번 계약하면 큰돈이 왔다 갔다 하는데, 성급하게 덥썩 계약하는 것보다 천천히 장단점 다 따져가면서 여러 개 놓고 비교하고 제일 좋은 걸로 결정해야지. 다 맞는데... ㅠㅠ







내가 이렇게 안달복달하는 이유는, 불안을 견디지 못하는 나의 성격 때문이다.


불확실성 회피 성향. 나는 항상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 두고 대비한다. 그렇기 때문에 아무리 잘 돼 가는 일이라도 최악의 상황을 상상하면 불안해 견딜 수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 마음의 평화를 소비로 얻는다. 나에게 실질적인 안정감을 줄 수 있는 걸 구매한다.


지금 눈앞에 보이는 집, 당장 계약해!!

인스타에서 광고하는 필수품들, 바로 주문 ㄱㄱ

30대가 전부 쓴다는 물건, 그럼 사야지~~

한국에서 제일 많이 팔린다는 국민템, 묻고 더블로 가~!!​


그렇게 마음의 안정을 얻으면, 결국 깨닫는다. 나에게는 필요 없는 물건이라는 것을... 그리고 비운다 ㅠㅠ 악순환 악순환. 그래서 나중에는 경험이나 여행으로 불안감을 해소했다. 여행은 추억이라도 남으니까 ^^;;




남편은 뭐 하나 하는데 3년은 걸리는 사람. 그 대신 그동안 고심하고 고심하여 최고의 선택을 하길 원한다.


신발이 다 떨어져서 너덜너덜하는데도, 재작년에 우리 엄마가 신발 사라고 용돈 줬는데도, 지난달에 시어머니께서 새 신발 있다며 물려주셨는데도, 아직도 그 운동화를 신는다. ㅜㅜ 옷도 몸에만 맞으면 10년 20년 된 옷을 그대로 입는다. 추억이 담긴 옷, 단체 티, 물려받은 겉옷, 선물 받은 양말, 구멍 숭숭 난 거 그대로 입는다 ㅠㅠ


그 운동화도 옷도 다 마음에 쏙 드는 것들이라 오래오래 쓰는 거겠지ㅜㅜ 남편처럼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소비를 해야지 당연히.


내가 너무 신기한 건, 그 불안한 시간들을 어떻게 그렇게 잘 견뎌내는지 이다. 소극적 수용력. 나에게 너무나도 필요하고 내가 정말 정말 배우고 싶은 능력.




그렇다. 내가 지금 이렇게 자기 반성적으로 글을 쓰는 건, 아까 아침에 받은 한 통의 전화 덕분이다. 지난달 말에 지원한 사무실에서 면접 보러 오라는 전화를 받았기 때문. 마감일이 3주가 지나도록 연락이 없어서 광탈했나 보다 하고 우울해 있었는데... 오늘 연락이 오다니 ㅜㅜㅜㅜ


어제까지만 해도 여기 환불 안 되는 에어비앤비 오지 말고 그냥 집 계약 했었어야 했는데 하며 온갖 걱정을 했었다. 만약 남편이 없었더라면 나는 그 집을 계약했을 것이고, 내가 최종 합격이 될지 안 될지는 아직 모르지만, 더 나은 선택지가 나타났을 때 손해막심이라며 후회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내가 남편과 함께하면서 점점 안정된 가고, 불안에 대한 수용치가 높아질 수 있기도 했다. 혼자일 때보다 둘이 함께일 때, 서로를 의지하면서 버틸 수 있었달까.


그리고 이 순간을 버틸 때마다 보상처럼 주어지는 좋은 결과. 그 덕분에 나도 남편의 생활 방식이 이해가 되고 존중할 수 있게 된다.


느릿느릿한 남편에게 빠른 상황 판단이 필요할 때 내가 옆구리 찔러주고, 폭주하는 나에게 브레이크가 필요할 때 남편이 묵직하게 중심 잡아 주면서, 우리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나도 남편도 조금씩 조금씩 바뀌면서. 더 나아지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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