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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이 Sep 15. 2024

입사 한 달 차, 팀을 대표하다!

팀장님이 빤스런하는 회사

모든 직원들이 최대치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회사. 최상의 사무실, 냉난방, 사무기기에 첫날부터 명함까지 파주고, 비품이 필요하면 바로 주문해 준다. 필요한 건 말만 하라는 회사. 말만 하면 다 찾아주고 없으면 다 사준다.


신입사원에게는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하필 제일 바쁜 시기에 입사해서 바로 업무에 투입됐는데, 내가 뭐 하나 하기만 하면 쿠도스다. 팀 회의에서도 칭찬하고, 부서회의에서도 칭찬하고, 전체회의에서도 칭찬한다. 엥? 인생이 이렇게 쉬워지나?




근데... 왜 이제까지 아무도 이렇게 일을 안 한 거지? 회사가 돌아가기 위해서는 앞을 보면 장단기 목표, 연간 계획이나 분기별 계획이 있을 거고, 뒤를 보면 성과 보고나 업무 분석이 있을 텐데. 우리 팀은 대체 어떤 상황인 거지?


발품이 많이 드는 일들은 직원들이 도맡아서 하고,

상대해야 하는 고객이나 거래처 수가 수백 명이 넘고, 현장 답사까지 있는데도 두 명이서 하고 있고,

대면이나 비대면으로 상담 오시는 분들 만나야 하니 사무실 자리는 또 한 명은 지켜야 하고,

케이스 별로 온갖 불만사항과 요청사항을 쳐내느라 눈이 빠지게 일하고,

팀원들은 진짜 진짜 바쁘게 일하고 하루가 모자라게 뛰어다니는데.




나 지난달에 왔는데 왜 나한테 다들 물어보지?

심지어 우리 팀 팀장님도...?

왜 팀장님은 나한테 수치를 달라고 하시지?

왜 이제까지 아무도 이런 현황 보고서를 만든 적이 없지?

신입인 내가 양식을 만들어 놨으면... 업데이트라도 할 수 있는 거 아닌가?

현황에 대해 전혀 모르시는 건가?


팀장님은 대체 무슨 업무를 하시는 거지? 우리 팀의 리더십에 의구심이 들 무렵이었다...




다음 분기 고객사들을 대상으로 하는 프레젠테이션이 수목금 3일 연속 예정된 날이었다. 각 PT 당 예상 참석인원 50~150분. 당연히 부서원 전체 참석. 본부장님까지 출동하는 꽤 중요한 미팅이었다.


우리 팀은 팀장님(부장님), 과장님, 1년 차 직원, 한 달 차 나 수습. 너무나도 당연히 우리 팀 대표로는 팀장님이 아닌가? 그런데... 팀장님은 발표를 부하직원에게 시킨다. 본인은 목요일 휴가, 수요일은 팀장이 할 수도 있는 거 같은데? 다른 팀은 팀원이 휴가 가고 팀장이 남아있던데? ^^


과장님은 9개월 전부터 예정되어 있었던 휴가를 가셨다. 너무나도 당연히 팀장님이 휴가를 승인했으면... 그 공백은 팀장님 책임 아닌가? 반복되는 회사 일정 앞으로 10년은 똑같은데, 과장님이 나 입사하자마자 신신당부하시던 일정인데.


다른 직원은 목요일은 우리 부서 PT(야근)가 따로 예정되어 있고, 금요일은 본부장님 호출로 외부 출장이 잡혔다. 너무나도 당연히 팀장님이 승인했으면... 팀장님도 알고 계셔야 하는 거 아닌가?


그런데 팀장님은... 우리에게 금요일에도 휴가를 통보했다. 바로 전 날.




사무실에 남아있는 사람 나 하나. 예정된 다섯 개의 PT 중 세 개는 1년 차 직원 분이, 두 개를 내가 했다.


응애응애~~ 지난달 입사한 수습 직원입니다~~~ ^^ 제가 우리 팀을 대표해서!!! 발표를~ 하겠습니다~~~ ^ㅗ^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사실 발표는 어려운 건 아니었다. 본부장님과 선임부장님께서 나에게 부탁하셨을 때에도 "노"라고 얘기해도 괜찮다고 몇 번을 당부하셨으니까. 내가 아니라도 사실 그 두 분께서 하셨을 일이긴 하다. 분리된 팀인데 얼굴을 비치고 인사를 하는 것도 신뢰도나 평판 관리에 도움이 될 테니 나라도 시켰겠지.


다만 입사 한 달 차 직원만 남겨두고 토낀 팀장님? 아무리 휴가가 당연한 권리라 하더라도 중요한 일정이 있는데 내팽개쳐버리다니... 그 리더십 자리에 정말 많은 것을 유추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었나 싶다.




모든 직원이 최대치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환경.


신입도 팀을 대표할 수 있는 유연함~~

연차가 아닌 능력으로 평가하는 공정함~~


근데 월급은 못 올려준다. 공무원 월급 정해져 있으니.




그러니까 누구든 일 잘하면 등골까지 쪽쪽 빨리는 거 아니겠나 싶다. 못 한다고 하고 안 하면 되는데, 또 금방 할 수 있는 걸 거절하기가... 하 진짜 한국인들 일 너무 열심히 한다. 나도 넵병 걸렸나. 여기 한국도 아닌데ㅠㅠ 이렇게 일한다고 누가 알아주나~~


내가 이 공무원 시보만 떼면~~ 아주 그냥~~ 월급 루팡 해도 안 잘리는~~ 뭐 그런 거 아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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