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이 시험대는 아닙니다.
사실 나는 이 회사에 지원할 때에도 회사에 대해 전혀 몰랐다. 남편이 예전에 1-2년 정도 일했던 곳이고 내가 이 사무실 이 자리에 지원하면 사택이 제공될 것이라는 꼬임에 홀라당 지원해 버렸다.
그런데 지원 마감일이 지나가고 몇 주가 흘러도 연락이 없어서 광탈했나 보다 마음을 비우고 있었는데, 그때서야 면접 제안 연락을 받았다. 금요일에 연락 와서 바로 월요일에 면접 볼 수 있다고 덥석 물음. 심지어 면접에서도 당장 내일 일할 수도 있다는 패기를 보여주었으니 ㅋㅋㅋㅋㅋ
퇴사자/취준생으로서 따박따박 들어오는 월급이 끊겼을 때의 불안감을 처음 느끼니 나도 조급해진 것 같다. 페이첵 투 페이첵으로 산다는 표현이 있는데, 미국에서는 저축은커녕 하루 벌어서 하루 사는 게 보통이다. 특히나 우리는 나의 외벌이로 몇 년을 보냈으니 진짜 페이첵이 모자라는 형편인 것.
나는 이전 회사에서 소속 부서 인사/채용 담당이었기 때문에 조금 안일하게 생각했던 면도 있었던 것 같다. 캬, 진짜 꼴에 뭐라도 된다고 우쭐했던 과거의 나라니... 당연히 어느 회사든 전부 다르고 같은 회사 내에서도 부서마다 사무실마다 팀마다 다 분위기가 다를 텐데. 지금 생각해 보면 우습기 짝이 없다. ㅎ
벌써 인터뷰 합격해서 사택 들어가 살고 있는 행복회로를 돌리며~~ 그렇게 헬레벨레 주말을 보냈는데... 일요일 오후, 면접 관련 한 통의 메일을 받는다. 심지어 놀다가 저녁에나 확인함.
우리 팀은 면접이 지원자를 테스트하는 자리가 아닌 지원자의 경험에 대해 더 잘 알아보고자 하는 목적이니 면접 질문을 미리 보낸다는 내용...!!! 서프라이즈 없게~ 미스테리 없게~ 스트레스 없게~~~
오모나! 이런 회사가 있다니! 이게 더 신선해서 더 서프라이즈하고 더 미스테리하고 더 스트레스...! 질문을 미리 보냈는데 면접을 죽 쑨다면? 지원자가 얼마나 이 면접에 진지하게 임하는지, 얼마나 많은 준비를 하는지까지가 테스트에 포함인 건가? 테스트 안 한다고 말하긴 했는데 ㅜㅜ
한국의 압박 면접! 인성 시험! 조직 적응력! 위기 대처 능력! 역량 검증!!!!! 에 익숙한 나라서 이렇게 받아들이는 건가... 질문은 평범한 것 같기도 하면서 특수한 것 같기도 했다. 한 다섯 개는 거의 모든 면접에서 대부분 물을 법한 공통 질문이고, 한 다섯 개는 실제 일을 하면서 구체적으로 맞닥뜨릴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할 지에 대한 내용이었다. 더해서 중간에 한 질문은 인종차별 방지에 대한 질문, 마지막은 면접관들에게 질문이 있는지였다.
한인타운 놀러 갔다 왔다가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들어서 그 밤에 파워포인트를 만들어 댔다. 한 질문 당 슬라이드 하나. 사실 질문지를 미리 줬으면 내가 질문에 대한 답변을 적어가도 괜찮은 거 아닌가 해서. 사진이랑 키워드 위주로, 문장을 적으면 그대로 읽을 것 같아서 나름 자연스럽게, 그래도 중요한 거 까먹지 않게, cheat sheet 처럼. 시험 아니랬으니까~~ 오픈북이나 마찬가지 아닌가~~?
그렇게 대망의 면접 날, 면접장에 들어가니 면접관이 여섯!!!!! 두 세분 정도 예상하고 들어갔는데 여섯이나 ㅋㅋㅋㅋㅋㅋㅋ ㅠㅠ 쪽수는 못 이기지...
내가 답변에서 나름 신경 쓴 부분은 팀원들의 정보를 인용해서 답변하는 것. 직원들 사진이랑 자기소개가 전부 온라인으로 공개되어 있어서, 답변하면서 나도 이런 경험이 있었다~ 나도 이런 부분에 동의한다~ 는 식으로 면접관이랑 공감대를 형성하고, 이름을 부르면서 친근함을 보여주고 싶었다. 당연하게도 팀원이 전부 면접에 나오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나름 성공적이었던 것 같기도 하고.
그리고 내 생각에 가장 중요했던 부분은 마지막 질문이었다. 이 마지막 질문이 나의 날카로운 시선! 냉철한 분석! 객관적인 판단력! 을 보여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 (있겠냐고 ^^~~) 공식 웹사이트, 핵심 가치, 뉴스 기사 등등 의외로 내부에서는 잘 확인 안 하는 디테일들이 많다. 거기서 장점만 뽑아서 이런 점이 인상 깊었다, 자세히 설명해 줄 수 있냐, 이런 부분은 어떻게 업무하고 관련 규정이 있냐, 전문성 계발이나 자기 계발 등의 성장 기회가 있냐 등등.
요즘에는 굳이 책을 안 봐도 인스타그램에도 이런저런 정보가 많은 것 같다. 내가 팔로우하는 회사 관련 계정.
그렇게 시작은 꽃길처럼 보였으나 인생이 늘 그렇듯 굴곡이 너~~~무 많다. 입사한 지 두 달도 안 됐는데. 아직 시보도 못 뗐는데. ㅜㅜ
https://brunch.co.kr/brunchbook/kim20064789
<외국인 남편 덕분에 배운 자존감 대화법> 도서
http://www.yes24.com/Product/Goods/118414149
<외국인 남편 덕분에 배운 자존감 대화법> 클래스
https://class101.net/ko/products/DCNO3sPxKUBstRcB0ui9
<남편이 미워질 때 보는 책>
http://www.yes24.com/Product/Goods/10474436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