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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이 May 11. 2024

취직 준비를 안하겠다는 이기적인 남편에 대한 고발

나는 왜 평강공주를 자처했는가!

저희 남편은 절대적으로 좋은 ‘남편’은 아니에요.


시어머니께는 최고의 아들이기 위해서는 아내에게도 최고의 남편이 될 수는 없는 것처럼요.

밖에서는 친구나 동료, 주위 사람들에게 호인이겠지만, 집 안에서는 꼭 좋은 남편, 배우자, 동반자가 아닐 수도 있는 것처럼요.


남편의 장점을 적은 글은, 제가 좋게 받아들이기 위해 뼈와 살을 깎는 노력을 해서 좋은 점을 찾아냈기 때문이에요. 결혼하지 않았으면 몰랐을 한 사람의 크나 큰 단점과, 그것을 상쇄하는 장점과, 또 그것을 뛰어넘는 단점과, 다시 인생의 굴곡에서 빛을 발하는 장점의 반복인 것 같아요.




짧은 여행에서 돌아오는 길, 미래에 대한 대화를 하다가 서로가 서로를 완전히 잘못 이해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저는 남편의 시험이 끝나면 당연히 일을 시작할 것이라 믿었거든요. 왜냐하면 남편 본인도 “이제는 진짜 시험을 빨리 끝내고 싶고, 시험 보고 바로 일을 하고 싶다” 고 말했기 때문이에요. 그런데 미국은 채용 과정이 굉장히 느려서 지원을 하고 최종 합격까지 두세 달이 걸리니, 3월 4월부터 남편에게 6월에 일을 시작하려면 지금쯤 뭔가 지원해놔야 하지 않겠냐고 언급을 했었어요. 그리고 만약 5월까지 파트타임으로라도 일을 찾지 못한다면 한국은 채용이 빠르니 한국에 가면 된다고, 걱정하지 말라고 남편을 다독였었죠.


그.런.데. 저의 대단한 착각!! 긴 대화를 통해 알게 된 건 남편은 일을 하고 싶은 마음과 일을 할 것이라는 행동과는 별개였더라고요. 그러니까 양심은 있었는지 인간 된 도리로 일은 하고 싶긴 하지만, 일을 하지는 않을 거라는 거죠. 시험 공부하느라 수고한 자신을 위해 휴식기를 가지고 천천히 취업 준비를 할 거라고 해요. 지금 지원하고 있는 자리들도 전부 8월 9월 시작인데 그중 하나라도 합격하면 일을 시작할 테니, 무리하게 한국을 가거나 눈을 낮춰 아르바이트를 하고 싶지는 않대요.


그래서 제가 그럼 왜 일을 할 거라고 나한테 약속을 했냐고 물었더니, 일을 있으면 할 거라는 뜻이었대요. 하지만 그 일을 찾기 위해서 그만큼의 노력을 하지는 않겠다는 암시를 두었던 거죠. 저는 해야 할 일이 있으면 어떻게든 일을 해내야 한다고 믿거든요. 조금이라도 노력하다 보면 이루어 낼 수 있는 일이 무척 많잖아요. 그런데 남편은 그 작은 노력조차 안 하다니요.




          언어감지          ⇌          남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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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할 것이다

= 할 수 있으면 한다

= 하고 싶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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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할 것이다

= 안되면 되게 한다

= 해야 하는 것을 먼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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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오랜 수험기간 동안 본인이 가장 힘들었을 거예요. 당연히 노력한 만큼 보상도 받고 싶어 할 수 있죠. 그 마음 모르는 게 아니에요.


하지만! 부부는 경제공동체잖아요. 제가 외노자로 외벌이 하면서 생활비와 월세까지 감당하고, 저희 친정 부모님께서도 제가 힘들까 봐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셨는데, 그걸 까맣게 잊고 그 시험이 오롯이 본인이 이룩한 것이라 생각하고 있으면 그건 모순이죠...


휴식도 좋아요. 그런데 누구 돈으로 먹고 사나요? 저는 남편이 봉사활동이나 열정페이라도 사회생활을 시작했으면 좋겠어요. 그럼 저도 기꺼이 외벌이 합니다. 게다가 남편은 제가 외벌이 하는 중에도 친구 일 도와준다고 자기 공부 내팽개치고 호인 행세를 했었던 전적이 있거든요.




개인주의 남편, 무책임한 남편, 이기적인 남편... 이렇게 보면 정말 한도 끝도 없이 나쁜 남편이에요.


공항 게이트에서 비행기를 기다리며 오도 가도 못하는 그 상황에서 몇 시간이고 남편이랑 대화를 했어요. 이 대화도 너무 길고 힘들었지만 꼭 기억해두고 싶어서 챌린지 글로 기록하려고요.


저희 남편의 가장 큰 단점이자 장점, 본인에게 납득되면 사과하고 시정하거든요.


이제는 제가 원하는 방향으로 대화를 할 수는 있고

남편도 결국 아주 천천히지만 변하기는 하는데

이제는 그게 내가 진짜 원하는 것인지가 의문이 들었어요.


이렇게 힘들게 하지 않아도 아주 자연스럽게 찰떡같이 착 맞는 사람이 있지는 않을까?

우리도 처음에는 아주 잘 맞는다고 신기해했던 때가 있었던 것 같은데.

그런 사람과도 결혼이라는 현실 앞에서는 지금의 우리처럼 싸우게 되는 걸까?




순수하게 남편의 입장에서 보면 수험 기간 동안 정말 많은 일이 있었고, 결혼 생활도 남편에게 예상치 못한 굴곡이 많았을 거예요. 각별했던 아버님을 보내드린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취업해서 또 다른 인생을 향해 달려 나가기 전 시간이 필요할 수도 있을 거예요. 그리고 친정만큼은 아니지만 시댁에서도 금전적으로 도움을 주겠다고 (미래의 어느 시점에...) 하셔서 본인 딴에는 부담이 덜 느껴질 수도 있겠죠.


남편이 가정적이길 바란다면 가정적일 수 있는 환경과 분위기를 만들어 줄 수 있어야 하고,

남편이 책임감 있기를 바란다면 남편이 져야 할 책임을 내가 대신 지고 있지 않아야 해요.

남편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듣고 싶다면 자신의 행동을 스스로 되돌아볼 수 있도록 시간을 주어야 하고,

남편에게 고맙다는 말을 듣고 싶어도 저의 외조나 희생을 강조하기보다 스스로 깨달을 때까지 기다려야 하겠죠.


이사 문제로 다투고 나서 남편은 시어머니와 상의하기 위해 전화통화를 했어요. 저희가 차를 구입하기 전까지 한 대를 빌려주신다고 하셔서 시댁 근처에서 한 달 정도 머물기로 했거든요. 그리고 시어머니께서 제가 남편에게 듣고 싶어 했던 말들을 고스란히 문자로 적어주셨어요.


남들 다 아는, 심지어 시어머님까지 알아주시는데, 왜 남편은 모를까요?


모르는 척하는 걸까요?

어쩌면 자존심 때문에? 인정받고 싶어서?

자신이 원하는 모습과 제가 남편을 보는 모습에 간극이 심해서?

제가 남들처럼 남편 공부를 떠받들어 주지 않아서?

자신의 잠재력이나 가능성이 무시당한다고 생각해서?


아니면 진짜 모르는 걸까요?

결혼 안 하고 혼자였으면 더 여유롭게 시간 갖고 할 수 있었을 것 같아서?

어쨌든 결혼하고 이사 오고 직장을 다니는 건 저의 선택이었어서?

제가 일을 안 해도 빚내서 살면 죽지는 않으니까?

고마움을 강요당하고 은혜를 갚아야 한다는 의무감이 싫어서?


고마워 한마디면 될 텐데. 네 덕분이야 한마디면 될걸.







한 사람이 좋은 배우자인지 아닌지는 오롯이 상대 배우자만이 내릴 수 있는 평가라고 생각해요.

좋은 배우자가 되기 위해서는 상대에게 어떤 배우자 상을 원하는지 직접 물어보는 편이 더 좋을 거예요.


어떤 결혼생활을 원하는지,

어떤 말을 듣고 싶은지,

어떤 상황이 힘든지,

어떤 날들이 행복했는지...


서로 다 알고 있다고 믿어도 상대는 전혀 다른 생각일 때가 있거든요.


다른 그 어느 누구도 아닌, 당사자가 원하는 것이 정답입니다.







<외국인 남편 덕분에 배운 자존감 대화법> 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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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남편 덕분에 배운 자존감 대화법> 클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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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미워질 때 보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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