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지로 급하게 마무리된 우리의 엔딩
남편은... 시험을 보기도 전부터,
시험이 끝나면 유명한 호수가 있는 관광지에 여행 갔으면 좋겠다며 벌써부터 달떠있었다.
시험을 보지도 않았으면서
벌써부터 시험을 잘 마칠 자신에게 주는 보상이랄까.
어렸을 때부터 가족과 함께 매년 놀러 갔었던 좋은 추억이 있다며,
시험 준비하느라 몇 년간 못 갔었는데 너무너무 가고 싶었다고.
마치 그 나무로 지은 아주 오래된 오두막집에,
전기도 수도관도 없고 핸드폰도 안 터지는 곳에
내가 자기 덕분에 초대받았다는 사실만으로도 행운인 것 마냥.
나는... 그런 남편을 축하해 줄 수조차 없었다.
그 여행을 위한 비행기표는? 여행 경비는? 생활비는? 월세는?
무슨 돈으로 내...?
나는 남편에게 빨리 시험을 끝내고, 일을 하라고 강조했다.
남편은 자신이 그동안 시험 공부 한 것도 일이라고, 왜 인정해주지 않냐고 답했다.
나는 월급을 받을 수 있는 직장을 먼저 찾으라고 닦달을 해댔다.
남편은 그러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나는 남편에게 전혀 위기의식이 없다는 사실도 알았다.
그래서 나는 과감하게 회사에 사표를 내고,
남편에게 이사 통보를 했다.
당신이 이번에 약속한 몇 월 며칠에, 나는 무조건 이사를 갈 거라고.
당신이 직장을 찾는 곳으로
정 안 되면 한국으로라도 갈 테니까
당신이 결정하라고.
당신이 시험을 보든 안 보든
나는 갈 거고.
당신이 나를 따라오든 따라오지 않든
나는 갈 거라고.
나는 더 이상 월세며 생활비며 보험이며 혼자 감당하지 않겠다고
파업 선언을 했다.
그러자 남편이 결국 시험을 봤다.
억지로 그렇게 나의 학바라지가 끝났다.
남편은 결국 등 떠밀리듯이 취준을 했고,
우리는 시댁 근처에서 잠시 지내다가
남편 직장 근처로 이사를 했다.
나도 안다. 이 과정이 상당히 일방적이었다는 사실을...
하지만 이렇게라도 끝맺지 않으면 내가 진짜로 죽을 것 같아서 그랬다.
이상적으로 보자면
부부나 연인이란 서로 경쟁하는 사이가 아니라,
둘이 같은 팀이 되어 더 나은 관계를 만들어가는 사이이다.
누가 문제고 누가 잘못이고를 따지는 것이 아니라,
주어진 문제 상황에서 어떻게 한 팀으로 대응할지를 함께 결정하고 함께 해결하는 관계.
누가 어떤 희생을 더 해왔고 누구는 어떤 노력을 안 했는지 서로 비교하는 사이가 아니라,
어떤 관계를 만들어 갈지 방향을 정하고 협력해서 그 방향으로 한 걸음씩 함께 나아가야 하는 관계.
누군가가 이끌어가고 다른 사람이 무력하게 따라가는 상하관계, 주종관계가 아니라,
양측 의견 모두를 적극적으로 수용해 줄 수 있어야 하고
나의 입장도 충분히 설명해 줄 수 있어야 하는 그런 평등한 관계.
나를 위해 상대방을 고치고,
상대방이 얼마나 해줄 수 있는지 한계를 시험하고,
상대방의 밑바닥을 끌어내서 평가하는 게 아니라...
힘든 상황에서도 어떻게 풀어나가는지를 대화해 보고
단 한 번이라도 평화롭게 해결한 적이 있다면 서로의 노력을 인정해 주고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았더라도 그 선의를 헤아려주고
고맙다고 표현할 수 있어야 하는 관계.
그 과정에서 의견충돌이나 시행착오가 있겠지만, 끊임없이 대화로 풀어나가면서
상대가 나를 위해, 내가 상대를 위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잘 설명해 주고 의견을 나누고 실천해 나가는 관계.
서로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상대와 함께 이루어 낼 수 있도록 수많은 기회를 주는 관계...
우리는 그런 이상적인 관계는 아니었다.
삐걱대고 투닥대며 그래도 함께하기 위해 각자 나름의 노력을 쏟은 그런 보통의 관계였을 뿐이었다.
결국 남편도 시험을 봤고,
결국 남편도 취직을 했고,
결국 남편과 이사를 했다.
그 과정이 어찌 됐든,
내가 바라던 모든 상황이 이루어졌다.
자, 나는 이제 행복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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