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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이 Sep 22. 2024

대망의 남편 시험 날

이제 취준생 뒷바라지 시작

동네 사람들~~!!!! 저희 남편이!!!! 드디어!!!! 시험을 봤습니다!!!!!! 끼야우~~~~ 쏴리 질~~러~~!!! 멬썸노이즈~~~~~


지난 3년간!!! 봄 여름 가을에 6번을 취소하고도! 3번을 더 미룬!!!!! 그 시험을 말이에요!!! 7월까지 최종 시험이 남았고 합격 발표는 8월에 나지만... 시험을 봤다는 사실 만으로도 정말 정말 장족의 발전입니다!!!


이제 드디어 수험 생활 끝! 취준생으로 레벨 업 했어요!!! 내가 다신 수험생 학바라지 하나 봐라 함께해서 더러웠고 다신 만나지 말자!!! 칵~ 퉤!


우리나라에서 수능 시험 볼 때 가족과 친구들이 응원 나오는 것처럼 이번 시험에도 남편을 응원 나와주신 분들을 위해 간단한 간식을 준비했어요.


원래 딸기와 블루베리가 토핑 된 치즈케이크와 과일 플래터, 스파클링 사이다를 준비하고 싶었어요. 케이크는 개별 포장된 조각 케이크와 1인분 씩 소분된 과일 컵을 계획했었거든요 ㅎㅎ 그런데 남편이 제가 너무 유난 떠는 거 같아 보였는지 그냥 마트에서 파는 케이크와 캔 음료로 하자고 그래서 그대로 갔습니다 ㅠㅠ 본인 시험인데 본인이 원하는 거 해줘야지요.




지난 글에서 남편의 시야가 너무 좁아진 것 같다는 내용을 쓰고 나서, 곰곰이 생각해 봤는데요. 각자가 살아온 인생이 있으니 저희가 세상을 보는 시각이 다른 건 당연한 일이라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서로를 바꾸기도 자기 자신을 바꾸기도 사실은 참 어렵잖아요.


저에게 남편에게는 보이지 않는 부분이 있다면, 마찬가지로 남편에게 제가 보지 못하는 세상이 있을 거예요. 남편은 확실히 개인의 삶에 대한 경험치의 폭이 넓은 환경에서 자란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생로병사, 결혼/출산/육아, 성소수자, 인종차별, 장애인 인권 등에 대해 직간접적인 관계와 이해를 가졌어요.


다양성을 존중하는 공동체

인간의 기본적인 권리와 존엄성을 강력히 주장하는 개인들과

각각의 생존을 보장하기 위한 역할의 사회


남편이 자라온 세상은 제가 겪어본 세상이 아니기 때문에 저는 다 알기 어렵겠죠 아마도.


모두가 한민족인 사회

하나의 정답이 있는 사회

어쩌면 다수의, 다수에 의한, 다수를 위한 사회...


개인적으로 결혼식도 장례식도 한 번씩 가본 게 다이고,

주변 사람의 출산이나 육아도 가까이서 본 적 없고,

항상 다수에 속해서 소수에 대해 생각할 기회나 필요가 없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제가 모르는 세상을 잘 알고 있는 남편이 대단해 보였던 것이죠.




이제 남편은 시험이라는 인생의 커다란 관문을 통과했고, 제가 알 수 없을 자신만의 또 다른 세상으로 나아갈 거예요.


제가 추구하는 경험과는 조금 다른 의미에서의 인생 경험의 폭이 넓고 깊으니, 새로운 거 좋아하는 저에게 제가 원하진 않았지만 아~~주 새로운 세상을 보여주고 있어요. 우리의 다른 점에서 제가 적극적으로 배우고 고민하고 경험할 수 있겠죠. 그럴 기회로 만들어야겠죠. 물론 답답하고 한심하고 또 억울하겠지만요 ㅠㅠ




우리의 인생이 사람들 말처럼 쉽게 흘러가면 얼마나 좋을까요. 시험 끝~ 행복 시작~~ 이라며 다들 저까지 축하해 주셨지만... 현실은 그렇게 만만치 않죠?


남편은 벌써 친구의 일을 도와주기로 했다며 저에게 이야기하더라고요. 돈 받고 일하기로 했다는데 그 돈도 진짜 얼마 되지 않아 보여서, 차라리 안 받고 자기 앞가림이나 잘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어요. 완전 호구 호구. 몇 년 전 친구 일을 도와주면서 밤 새 온갖 일 대신해 주며 자기 시험공부도 못하고 몇 달을 그렇게 시간낭비하며 보내더니... 이번엔 또 누군지 참ㅋㅋㅋㅋㅋㅋ


시험 끝나고 이제야 신혼부부 느낌이 나나 했더니. 저도 참 이기적이죠. 남을 도와주면 또 그만큼 나에게 돌아오는 법인데, 멀리 보고 마음을 넓게 써야 하는데 말이에요. 아무튼 이번에는 지난번의 불상사는 없을 거라고 약속했어요. 본인 일과 저와의 약속을 최우선으로 생각한다고 했고, 저도 가만히 있으니 가마니, 보자보자 하니까 보자기 안 할 거거든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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