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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이 Sep 22. 2024

‘내’ 시험에 ‘내가’ 합격한 거잖아~

그 시험에 외노자, 외벌이로 학바라지 해준 아내는 없었다.

남편의 시험이 끝난 후, 남편은 정말 많은 축하를 받았습니다. 

그중에서 많은 사람들이 저에게도 축하를 해 주었어요.


저에게는 사실 남편이 학바라지 해준 아내 덕분에 시험을 볼 수 있었다는 보상심리가 있었어요. 


저의 한국인 유학생 지인들 중에서는 

대부분 겸손하게 배우자에게 공을 돌리거나, 

배우자가 고생이 많았다거나, 

배우자가 없었으면 못 했을 것이라고, 

보통 다 그렇게들 말했었거든요. 


그런데 저는 이민까지 온 것뿐만 아니라 외벌이로 먹여 살리기까지 했잖아요...?


제가 저의 보상심리를 강조할수록

남편의 자격지심이 튀어나왔어요.




그중 가장 충격적이었던 남편의 한 마디. 

“‘내’ 시험에 ‘내가’ 합격한 거잖아~~”


아, 그랬구나. 

그 시험에 이민 와서 외노자에 외벌이로 학바라지 해준 아내는 없었던 거예요. 


제 반응이 너무 충격적이었고, 

남편도 아차 싶었는지 바로 고쳐 말하긴 했어요. 

하지만 한 번 들어버린 말을 잊을 수가 없죠. 




맞아요. 그 말이 사실이긴 해요. 

남편 시험에 남편이 열심히 공부해서 합격한 거죠. 


학바라지가 너무나도 힘든 나머지 저를 비련의 주인공처럼 생각한 걸까요? 


남편은 저에게 항상 고맙다고 표현을 하긴 했는데, 

그 정도나 깊이가 제가 바라는 만큼에 미치지 못해서 

무의식적으로 자꾸 저의 희생을 강조하고 있었어요. 

그리고 제 인생에서 행복과 만족을 찾지 못하고 남편을 계속 원망하고 있었어요.




남편도 불쌍해요. 어쩌다 저랑 결혼해서 못난이 취급을 받고 있는지...


차라리 다른 사람과 결혼했으면 더 응원받고 더 사랑받지 않았을까요?

그런 공부를 한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똑똑하다 대단하다 칭송받았을 수도 있었을 텐데.


우리는 서로에게 부정적인 영향만 주고 있는 걸까요?

그러면... 우리 결혼을 유지하기 위하는 의미가 있을까요?




어차피 학바라지를 할 거였으면, 차라리 응원‘만’ 할 걸 그랬어요. 


상대를 깎아내린다고 내가 올라가지 않는데 말이죠.

오히려 상대를 있는 그대로 인정할 때, 나 스스로의 품격도 높아지잖아요.


상대가 이래야지만 사랑한다는 조건부적인 관계보다는,

사랑에는 정답이 없으니, 다양한 사랑의 표현 방식을 인정할 수 있어야 합니다.




내가 원하는 방법으로 상대가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해서 상대의 진심을 격하시킨다면,

결국 나 스스로를 사랑받지 못하는 사람으로 만드는 것.


상대가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이 사실이 되고 그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는 게 아니라,

상대만의 사랑 표현 방법을 인정함으로써 그만큼 내가 사랑받는다는 사실을 볼 수 있게 되는 것.


나의 시야를 넓힘으로써 상대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고, 나를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 수도 있어요.




인간이라면 누구에게나 있는 인정받고 싶은 욕구.


저는 학바라지 했다는 희생을 인정받고 싶었던 것이고,

남편은 본인도 최선을 다했다는 노력을 인정받고 싶었던 거겠죠.


매 순간 증명하지 않아도 되는, 온전히 마음을 기댈 수 있는 단 한 사람

서로에게 그런 사람이 되어줄 수 있다면 그 관계는 더욱 안전하고 단단할 수 있겠죠.




그 과정에서,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것을 왜 원하는 건지, 어떻게 충족될 수 있을지,

상대에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이뤄낼 방법을 찾아야 했어요.


스스로를 희생하면서까지 상대에게 맞추는 것이 아니고,

우리가 원하는 연인의 모습이 같을 때 함께 하기로 선택하는 것입니다.


내가 나 스스로를 사랑하고 돌보고 존중한다는 다짐이 상대를 무시하고 방치하는 것이 아닌 것처럼,

상대도 언제든 자신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하겠죠.


만약 각자의 길을 가는 것이 최선의 선택이라면, 

서로의 행복을 진심으로 바라며 안녕을 고할 수 있을 거예요.


만약 그래도 함께하기로 결정했다면, 

우리의 관계성과는 별개로 상대를 있는 그대로 존중할 수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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