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에 임시에 임시를 더해서~
독일에 입국한 뒤
우리는 남편 회사에서 매칭해 준 임시 숙소에 살게 됐다.
주택에 딸린 반지하 독채
단독 출입구, 주방과 화장실이 있는 독립된 공간
원룸이지만 있을 건 다 있는
그리고 남편 회사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인
우리에게 딱 맞는 장소였다.
원래는 한두 달 정도만 머물다가 이사 나가는 계획이었는데
주인아저씨의 배려 덕분에 우리가 집을 구할 때까지
세 달 넘게 아주 잘 지낼 수 있었다.
정말 행운이었던 우리의 임시 숙소
주인아저씨께서는 자녀분들이 모두 독립하고
게스트룸처럼 사용하기 위해서 이 방을 만드신 것 같았다.
이전에도 학생들이 하숙했던 적도 있었다고 하시며
독일에서 새롭게 시작할 우리를 위해
기꺼이 한 공간을 내어주신 것.
덕분에 우리는 이곳에서 주소지 등록을 하고
비자도 신청하고 보험이나 은행까지 가입할 수 있었다
월세는 €550,00
와이파이, 전기, 수도, 난방 포함
2주에 한 번 기본적인 청소와
수건과 침구를 교체해 주시는 비용 포함이다.
내부 리모델링 공사 하신 뒤
우리가 처음 입주라고 하셨는데,
확실히 전체적으로 깔끔하고
특히 화장실이 새것처럼 좋았다 ㅜㅜ
화장실이 노후됐거나 더러우면
방이 아무리 좋아도 지내기 힘들었을 텐데,
정말 화장실이 다했다 싶을 정도
반지하이지만 큰 창이 나있어
방 안까지 햇빛이 쭉 들어온다.
그래도 반지하는 반지하라 불을 켜고 생활해야 하긴 함
옷장과 침대, 소파, TV에 식탁까지!
가구는 낡았지만 사용하기에는 불편함 없었고
있어야 할 건 다 있었다.
방 안쪽에 위치한 주방 역시
필요한 건 전부 준비해 주셨다.
깔끔한 주인아저씨 성격이 곳곳에서 보인다.
프라이팬 하나 냄비 두 개
접시와 식기 각 네 개씩.
와인잔도 있고
캔 오프너도 있고
빵칼이랑 버터 디쉬에
차 주전자도 있었던 ㅎㅎ
둘이서 요리를 하거나 한 끼 식사를 하게 되면
저 작은 싱크대가 꽉 차게 설거지 거리가 쌓여
그때그때 설거지하고 물기 닦아서 말린 뒤
바로 제자리에 넣어주어야 했다.
냉장고도 74리터 짜리라
거의 이틀에 한 번 꼴로 장을 보고
냉동칸은 너무 작아 냉동식품은
사자마자 먹어치워 버렸다 ㅎㅎ
그래도 어떻게 저떻게
나름 미니멀라이프에 걸맞게
잘 살아졌다.
이곳은 나의 굴이 되어준 소파
남편이 출근하고 나면
나는 이불을 둘둘 말아 이 소파에서
한국 티비를 봤다 ㅜㅜ
어떤 날은 밖으로 나가 사람을 만나고 싶어
어학원을 등록하고 시내를 싸돌아다니기도 했는데
겨울이 되면서 완벽한 집순이가 됐다
뭔가 마음은 시리고 의기소침해지는 날들의 연속이었을 때
우리가 안전하게 머물 수 있었는 이 임시 숙소가
참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