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자신의 감정에 진실해지면서 알게 된 사실이 있다.
나에게 솔직하지 않으면 다른 사람에게도 솔직할 수 없다는 것이다.
에고의 입장에서는 나 자신에게도 속이는데, 다른 사람을 속이는 것은 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래서 다른 사람에게 진실된 사람이 되려면, 먼저 나 자신에게 진실해야 한다.
나는 마음공부를 하면서, 내가 나 자신에게 진실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내 성격이 형성된 이유를 탐색하면서, 나는 여러 개의 가면을 쓰고 살아왔음을 알았다.
나름 생존하기 위해 쓴 가면이었지만, 오랫동안 그것을 나의 생각, 나의 감정, 나의 의지라고 착각했다.
당연시하고 허용하다 보니, 어느새 가면이 곧 내가 되어 있었다.
가면을 하나씩 벗겨내고 나니, 마지막까지 숨어 있던 것은 어린 시절 상처받은 내면아이였다.
우리 대부분의 가슴속에는 어린 시절 상처로 인해 성장이 멈춘 내면아이가 있다.
방구석에 얼굴을 파묻고 있는 아이처럼, 마음 한 구석에 웅크리고 있지만 우리는 잘 인식하지 못한다.
그러다 어린 시절과 비슷한 상황에 노출되면, 숨어 있던 내면아이가 자신을 드러낸다.
그때 우리는 알 수 없는 감정이 가슴속에서 치밀어 오르는 것을 느낀다.
그러나 이유는 알지 못한다. 아이는 금세 다시 숨어버리기 때문이다.
나 역시 내 안에 내면아이가 숨어 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밖에서는 활달하고 외향적이었지만, 집에만 오면 소극적이고 내성적인 모습으로 변했다.
장모님께서 “자네같이 조용한 사람이 밖에 나가서 어떻게 강의를 하나?”라고 하실 정도였다.
집과 밖에서 보이는 모습이 달랐던 이유를 나는 알지 못했다.
눈을 감고 명상하며 자신을 돌아보던 어느 날, 다섯 살 때의 장면이 떠올랐다.
맨발로 집을 뛰쳐나가는 나, 놀라 쫓아와 어깨 위로 들어 올리던 아버지.
그 이전의 기억도 떠올랐다.
온 가족이 밥상에 둘러앉아 저녁을 먹던 자리.
그런데 아버지와 어머니가 다투기 시작했고, 아버지는 화를 내며 밥상을 엎어버렸다.
다섯 살의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싸움이 격해지자, 두려움에 소리치며 집 밖으로 뛰쳐나갔다.
그 모습을 본 아버지가 깜짝 놀라 나를 붙잡아 올린 것이었다.
어린 나는 부모님의 싸움이 무섭고 두려웠으며, 자신은 아무 힘도 없다고 느꼈다.
그러나 동시에 자신이 뛰쳐나간 행동으로 싸움이 멈춘 것을 보고, 평생에 영향을 주는 왜곡된 신념을 갖게 되었다.
“내가 가족의 평화를 지켜야 한다.”
그 순간부터 내 감정은 중요하지 않았다.
부모의 눈치를 보며 싸움을 막는 데만 몰두했고, 결국 감정을 표현하지 않는 조용한 아이가 되어 있었다.
잊고 있던 내면아이를 만나는 순간, 나는 마음 깊이 울컥했다.
어린 나이에 감정을 드러내지 못하고, 오히려 부모의 감정에 눈치를 보아야 했던 내가 불쌍하고 안쓰럽게 느껴졌다.
속으로 중얼거렸다.
“아… 어린 시절 정말 많이 힘들었구나.”
그 순간, 감은 두 눈 사이로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것은 내 안의 어린아이가 흘리는 눈물 같았다.
“그때 내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아냐”라고 말하는 듯했고, 어른이 된 나도 함께 울었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았던 그 마음을, 어른이 된 내가 위로해 주고 공감해 주었다.
눈물이 흐른 뒤, 가슴이 따뜻해졌다.
웅크리고 숨어 있던 내면아이가 조용히 걸어 나오는 듯한 느낌이었다.
내면아이를 만나고 나서야, 왜 집에만 오면 성격이 변했는지 알 수 있었다.
감정을 표현하지 못하고 무감각했던 이유도 이해할 수 있었다.
내면아이가 성장하지 못한 채 가슴속에 머물러 있었기 때문에, 어른이 되어도 원가족의 습성대로 집에서는 조용한 다섯 살 아이로 되돌아가던 것이었다.
그랬다. 내 감정은 다섯 살 이후로 자라지 못했던 것이다.
머리만 어른이었을 뿐, 감정은 미숙한 어른아이였다.
이 아이를 다시 만나기까지 사십 년이 넘게 걸렸다.
그러나 늦게라도 만났기에, 감정은 다시 성장하기 시작했다.
깊숙이 숨어 있던 마지막 가면이 사라지자, 내 감정에 진실해질 수 있었고, 다른 사람에게도 진실해질 수 있었다.
더 이상 감정을 속일 필요도, 숨길 필요도 없었다.
내가 성격의 속박에서 자유로워지자, 자연스럽게 다른 이들도 성격의 속박에서 자유롭게 해주는 일을 하게 되었다.
상담을 통해, 강의를 통해, 수많은 사람들이 숨겨둔 내면아이를 만나 치유하고, 진정한 자신을 만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