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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성 Jun 21. 2019

명상 중에 비로소 아내의 마음을 보다.

명상을 통해 어느 정도 생각을 멈출 수 있었고 감정이 요동치는 것을 조용히 잠재울 수가 있었을 때 이야기이다.


문득 명상 중에 살면서 마음속에 걸리는 것이 있나 찾아보고 싶었다. 그래서 살아온 순간을 영를 거꾸로 돌려 보듯이 현재부터 나이를 역순으로 찬찬히 내 자신의  삶을  관찰해 보았다.


지금, 30대, 20대, 10대, 어린시절...  오우 특별하게 걸리는 게 없었다. '오우~이 정도면 잘 살았는데' 하면서 속으로 자화자찬을 했다.


요번에는 다시 확인도 해볼 겸, 어린시절 부터 다시 위로 올라가며 관찰해보았다. 어린시절, 10대, 20대, 30대에서 현재로 넘어가는 순간 한 장면이 눈에 선명하게 드러났다.


나는 마루 소파에 누워 TV를 보고 있었고 아내는 부엌에서 설거지를 하고 있는 장면이었다. 그 장면에서 얼핏 아내의 얼굴이 보였는데 조용히 흐느끼면서 눈물이 두 볼을 적시고 있었다.


'이 상황은 뭐지?' 하면서 그 장면에 집중하자 그날 있었던 기억들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당시 퇴근해서 사소한 문제로 말다툼이 있은 후에  나는 그걸로 끝날 줄 알고 그냥 소파에 누워 TV를 보고 있었는데 아내는 설거지를 하면서 속상해 숨죽여 눈물을 흘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 당시 나의  의식은 그 상황을 인식하지 못했지만 무의식에서는 그 장면을 인식하고 저장해 두었다가, 내가 살면서 마음속에 걸리는 것을 찾기 시작하자 기다렸다는 듯이 그 장면을 보여준 것이었다.


'어~전혀 눈치채지 못했던 일인데 뭐지?' 하는 순간 가두었던 댐의 물이 방류되는 것처럼 무의식에 저장되었던 기억들이 방출되기 시작했다.


대학교 때 연하던 시절부터  결혼하고 나서 지금까지 아내한테 서운하게 하고 마음 아프게 했던 수많은 장면들이 동영상을 보여주는 것처럼 연속적으로 보였다.


이 장면들을 보면서 심리적으로 많은 당혹감이 밀려왔다 여태까지 이만하면 괜찮은 남편인 줄 알았는데... 술도 많이 먹지 않고 특별한 일이 없으면 회사일 마치고 일찍 퇴근하고 이 정도면 별 문제없는 줄 알았다.


하지만 연애하면서 결혼하고 아이를 키우면서 아내의 마음을 서운하게 하고 아프게 했던 것이다. 나는 인식하지 못했지만 나의 무의식은 아내가 보내는 아파하고 힘들어하는 시그널들을 알아차리고 저장해 두었던 것이다. 어쩌면 알면서도 모른척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아~~ 아내가 나 때문에 많이 힘들고 아파했구나' 이런 생각이 들자, 갑자기 눈에서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정말 수도꼭지에 물을 틀어 놓은 것처럼 끊임없이 흐르기 시작했다. 말 그대로 나의 의도와 상관없이 말이다. 속 내의가 다 젖을도록 그냥 눈물이 나왔고 눈을 감고 그렇게 30분 정도 가만히 있었다.


눈물이 멈추자 왠지 가슴이 시원하고 따뜻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면서 마음속에는 아내에 대한 미안한 감정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나랑 함께 살면서 얼마나 힘들었을까? 그래서 여태까지 서운하게 했던 것에 대해 사과를 하고 싶었다.


아내 몰래 작은 이벤트를 마련했다. 와인을 좋아하는 그녀를 위해서 강남에 분위기 좋은 카페를 예약하고, 금요일 저녁에 퇴근하고 만나자고 했다.


"웬일이야? 이렇게 분위기 좋은데 예약도 하고 무슨 사고 쳤지!"  "아니야~그냥 자기한테 맛난 거 사주고 싶어서"

막상 말을 꺼내려니 여태까지 살면서 힘들었을 그녀에게 쉽게 말이 나오지 않았다.


"사실 오늘 자기한테 할 말이 있어"  "무슨 말? 오늘 기분이 좋으니까~다 용서해줄게,  이야기해봐"


"음... 나 때문에 힘든 게 많았지... 내가 명상하는데 문득 예전에 자기를 힘들게 했던 장면들이 떠올랐어.... 미안해.. 그동안 마음 아프게 해서"  그 순간 그녀의 눈이 선홍빛으로 충혈되면서 눈가에  물기가 감돌았다.


"야~~ 이 똥 xx야~~ 인제 알았냐!"  예상했던 감동적인 멘트는 아니었지만, 아내는 사실 대학교 1학년 때 만난 캠퍼스 커플로 아내이기도 하지만 젊학창 시절을 함께 보낸 가장 친한 친구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런 멘트가  더 친근하다.


말은 이렇게 했지만 아내의 눈빛에서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어서 좋아고 있음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이 사건은 1년 후 회사를 그만두고 명상심리 전문가로의 삶을 사는데 아내가 최고의 조력자이자 투자가가 되는 계기가 되었다.

이전에는 아내도 퇴근하고 집에서 혼자 명상을 하는 남편에 대해서 별로 탐탁해하지 않았다. 괜히 저라다 이상한데 빠지지 않을까 하고 말이다. 이 사건을 통해 아내는 명상이 사람에게 좋은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했고, 전문적인 명상가의 길을 가기 위해 대학원을 가게 될 때 딱 한마디 했다.

"내가 5년 동안 가정을 책임을 질 테니, 5년 이후 내 노후를 책임져줘"라고 정말 멋진 아내이자 친구이자 투자자이다.

하지만.... 7년이 지난 지금 노후를 책임질 정도가 안 되어 후회하고 있을지도 모를 그녀에게 이 글을 빌어 한마디 합니다.

"아직 노후를 책임질 정도로 자리를 잡지 못해 미안해~~ 열심히 노력할게 그리고 사랑해♡"

공적인 글에 사심을 표현해서 죄송합니다.

우리가 명상을 하게 되면 성찰과 통찰을 하게 된다고 니다.


저는 명상을 통해서 아내의 마음을 비로소 깨닫게 되었고, 제 자신을 돌아보고 성찰을 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여러분들은 명상을 통해서 어떤 경험해보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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