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렌딩,

서로의 장점을 부각시키고 단점을 완화해주는 커피들의 보이지 않는 향연

by 김봉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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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하는 친구가 물을 끓인다. 조심스레 커피를 건넨다. 따뜻함 가득 품은 컵을 바짝 당겨 두 손으로 감쌌다. 예가체프와 산토스를 얼마의 비율로 섞었단다. 즐거운 눈빛이 서로 만나 춤을 춘다. 향이 참 좋다. 맛은 더 좋다. 너는 더 더 좋다. 은근한 노래도 참 좋으네. 어제 사둔 책을 꺼내 찬찬히 읽었다. 시간이 흐르는지도 모르고 졸다 읽다 자다 쓰다 마시다 그랬다.


서걱서걱 친구는 다시 원두를 간다. 멍하니 바삐 움직이는 그의 손을 쳐다봤다. 서로 다른 종류의 커피를 어우르게 하여 새로운 맛을 찾는다. 블렌딩. 서로의 장점을 부각시키고 단점을 완화해주는 커피들의 보이지 않는 향연이다.


주변의 모든 아름다운 것들에 취해 생각했다. 세상 사는 일도 똑같을 게다. 나의 맛과 너의 향이 근사하게 함께 어우러지는 삶. 할 수만 있다면 그렇게 지내고 싶다. 완벽한 사람이란 없다. 그러므로 우린 더불어 살아야만 하는 존재. 기꺼이 섞이고 서로를 존중하며 나를 바로 세우는 일이 제일 중요하겠다. 이 향긋하고 따뜻한 커피처럼 말이다.


새해 첫날, 2016과 2017을 얼마쯤 섞어 오늘을 살아내야 할지 고민한다. 나다운 맛과 향을 위해서.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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