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의 긴 겨울방학이 시작됐다.
코로나 여파로 방학이면 노려봤던 각종 캠프는
온라인으로 대체되거나 열리질 않고,
겨울특강도 기존 다니던 학원에서
며칠 반짝 이뤄지고 있어 답답할 노릇이다.
당사자인 딸은 신년 다이어리를 꾸미며
괜찮다, 잘 보낼 수 있다고 말하지만 어쩐지 걱정이 앞선다.
“친구들은 방학 때 뭐하고 보내?
좀 물어볼래? 그냥 지내면 아깝잖아.”
“친구들? 그냥 영어 수학 학원만 다닌데
친척집에 가는 아이들도 있고”
“그럼 너도 할머니 집에 가 있을래? 일주일?!”
“음… 생각해보고”
(할머니 집에서 추억 쌓기도 실패인가.
우리 때는 한 달씩 가서 살았는데)
이런 대화가 며칠 동안 오고 갔을까
딸은 유튜브에서 봤다는 각종 정보를 쏟아냈다.
스페인 유학 간 언니의 브이로그를 보며
스페인어 공부해야겠다고 책을 샀고,
요리하는 영상을 보고 나면,
그날 먹고 싶은 반찬이 결정되기도 했다.
스우파 언니들의 무대에 빠진 날은
노래의 같은 구간을 반복하며 댄스 삼매경에 빠졌다.
“차라리 댄스 학원 가서 제대로 배우면 어때?”
재미로 춤추는 아이에게 학원을 제안하자 그건 아니란다.
모든 정보를 유튜브에서 학습하는 아이를 보고 있자니
엄마나 선생님의 말보다 강력하고 위대한 것이
등장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어른들 역시 유튜브를 시청하며 재미를 느낀다.
하지만 비판적인 사고 없이
콘텐츠의 내용을 그대로 믿어 버리는 아이들에게는
매체의 속성과 팩트 체크하는 교육이
반드시 필요할 것 같다.
피할 수 없다면, 유튜브를 잘 활용하는
미디어 리터러시 능력을 길러주는 것이다.
미디어 교육 강사로 잠시 활동하며 얻은 내용에 따르면
청소년에게 필요한 미디어 리터러시 능력은
크게 4가지이다.
-미디어 접근 능력
(요즘은 기승전 유튜브가 대세지만 뉴스, 신문, 책 등
다양한 미디어를 활용해서 필요한 정보를 찾는 능력이다)
-비판적 사고 능력
(각종 매체에서 나오는 정보들이 사실인지
팩트체크를 할 수 있는 능력인데
이를 위해서는 상당한 훈련이 필요하다)
-소통능력
(미디어의 장점이라면, 온라인 상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의견을 주고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익명성 때문에 댓글에서 이뤄지는 소통은
그 기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는 듯하다)
-미디어 활용 능력
(블로그 제작, 카드 뉴스 생산, 유튜브 채널 운영 등이
해당될 수 있다. 요즘 아이들이 가장 빠르게
습득하는 능력인 것 같다)
이런 능력을 잘 활용할 수 있다면,
유튜브를 시청하는 것도
무조건 안 좋게 볼 일은 아닌 것 같다.
그 와중에 남편은 딸에게
‘유튜브 000 선생’이라고 부르며
자기 인생은 알아서 하는 거라고 조언했다.
우리 어릴 때도 부모 말 안 들었다며
많이 해보면 커서 관심이 없어진다나 뭐라나...
하긴 유튜브를 보면서도
내가 브런치 글을 읽거나 작성하고 있으면
한마디 툭 던질 때가 있다.
“맞다. 엄마는 브런치 작가니까 나중에 책 만드는 거지?
내 이야기 쓸 거면 나한테 허락받아야 해”
(실제 모녀전쟁 시리즈를 구독하며 살피는 눈치다.
자기 초상권이 있다면서…)
그래. 아이의 습관을 뜯어고치려고 하는 것보다
부모가 열심히 도전하고 공부하는 모습을
꾸준히 보여주는 것이 더 쉽고 확실한 방법일지 모르겠다.
아무쪼록 봄 개학이 올 때까지
유튜브와 잘 공존하길 바라며
오늘도 평정심을 유지하기 위해 애써본다.
"그것만 보고 다른 할 일 찾아볼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