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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뚜벅뚜벅 Mar 03. 2022

"집에 있을래"  달라진 주말 일상

5학년 겨울방학 즈음부터였던 것 같다.

"둘이 나갔다 와, 난 집에 있을래"

평일 혼자 지내는 시간이 많아서 주말이면

어디든 같이 나가는 편이었는데

몇 달 전부터 딸이 외출하기를 거부하고 있다.

정확히 말하면 나가서 자신이 얻을 이익이 있거나

좋아하는 장소가 아니면 좀 멀리 다녀온다고 해도

집에 있겠다고 선언한다.


주변에서 초등 고학년이 되면 부모보다 친구를 찾고

혼자 지내는 시간도 길어진다는 얘기를 듣긴 했는데

막상 닥치고 보니 서운한 마음이 들었다.

" 너 주말에 딱히 해야 할 과제도 없고,

혼자 집에 있으면 간식 먹으면서 티브이 보거나,

간식 먹으면서 유튜브 볼 거면서 같이 나가지!

아니면 영화 볼래? "

이 방법도 안 되면 좋아하는 음식으로 유혹을 해보지만

시간이 갈수록 효과가 떨어지는 것 같다.

 

심지어 셋이 외출을 했다가

미리 얘기 안 한 곳을 방문한다고 하면   

자기를 집에다 데려다주고 둘만 다녀오라고 요구한다.

"나는 점심만 먹으러 나온 거란 말이야.

거기 가기 싫어, 집에 있을 테니까 둘이 놀다 와"

얼마나 단호한지 이쯤 되면 달달한 음료나

문구용품 유혹에도 넘어가질 않는다.  

 

남편은 "이런 날이 와서 좋네. 따로  같이 즐겨"라고 

말하지만 나는 어쩐지 허전하다.

사실 같이 외출하면 차에서 라디오도 못 듣게 하고

자기 좋아하는 음악 틀거나 떠들고,

내려서 좀 걸으면 힘들다며

집에 언제 가냐고 시간 체크해서 힘든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막상 아이를 집에 두고 나오면

남편과 둘이 데이트하는 즐거움도 잠시,

예상보다 빨리 집으로 가게 된다.   


언젠가 품을 떠날 아이를 보며

우리 부모님들도 이런 감정을 느끼셨을까...

감상에 젖어 글을 마무리하고 있는데

학교 다녀온 딸이 들어와서는

"학원 선생님 왜 이렇게 숙제 많이 내준 거야?"

라며 툴툴거리고 나간다.

(그러니까 주말에 집에 있을  

숙제를 챙겼어야지. 에휴...)


같이 있으면 자주 다투면서 

떨어지면 서운하고 보고 싶은 참으로 이상한 모녀.  

그래도 나는 주말이 되면 또 설득할 것 같다.  

"우리 셋이 있어야 완전체잖아. 같이 안 나갈래?"

엄마의 치근덕거림이 귀찮을 나이라고 해도  

나는 아직 딸과 추억거리를  만들고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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