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끝까지 보기 1. 99 Homes

by 김오담

영화를 볼 때 답답해서 자꾸 넘겨 보는 습관이 있다. 마침 시간이 많고, 보지도 않고 모아둔 영화가 많았고, 글을 쓸 주제가 필요했던 난 갖고 있는 영화를 가나다 순으로, 절대 넘기지 않고 본 뒤 감상을 글로 쓰기로 했다. 대망의 첫 영화는 99홈즈(homes)다. 숫자제목이라 맨 위에 왔다.

앤드류 가필드는 항상 진입장벽이 느껴지는 캐스팅이다. 뭘 해도 어려보여서 가뜩이나 포스 넘치는 마이클 섀넌과 있으니 더 연약해 보이던 걸. 어색하거나 당황스러운 연기는 없었다. 아들이 있는 싱글대디인데 그냥 형 같던 것만 빼면.. 마이클 섀넌은 슈퍼맨 빌런으로 기억이 난다. 머드에서도 보고 반가웠다. 유지태와 같은 느낌이라 그가 등장한 이상 긴장감을 놓지 못하게 된다는 특징이 있다.

영화는 착실한 모범생처럼 정석의 전개 방식을 따라간다. 이런 평이한 흐름에 불안했던 걸까. 예측 가능하고 노골적인 메시지를 담은 듯한 장면이 종종 등장한다. 물론 릭 카버가 양말에 총을 쑤셔 넣던 장면이 내쉬에게로 이어지기까지의 1시간의 간격을 개연성을 챙겨가며 잘 보여준 건 부정할 수 없다. 클리셰도 잘 만들어야 클리셰다. 못 만들면 '아 그거..'가 된다.

주인공 내쉬는 부동산 업자에게 사기에 가까운 법을 근거로 집을 빼앗긴다. 돈 한 푼 없던 내쉬는 어떤 계기로 인해 자신을 바닥으로 떠밀었던 부동산 업자 릭 카버 밑에서 일하게 된다. 점점 비열한 카버를 따라하게 되는 내쉬는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만 일은 불안하리만큼 순조롭다. 끝까지 속내를 감추고 절대 손해 보는 인생을 살지는 않을 것 같은 릭 카버, 그가 오히려 뒷통수를 맞는다. 허나 내쉬가 릭에게 순응했다면 언젠가는 릭이 그를 배신했을 것이다. 릭 카버가 전혀 불쌍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되짚어 보면 내쉬가 스카웃 당함으로써 기존의 일 못하던 직원 빌은 잘렸다. 내쉬의 의도는 아니었대도 그의 선택에 의한 결과다. 세상은 이렇게 내쉬와 빌처럼 엎치락 뒷치락하며 그야말로 멱살을 잡고 끌고 나간다. 릭 카버는 어떤가. '미국은 승자들을 위해 세워진 나라니까. 100명 중 1명만 방주에 타는 거야. 99명은 가라앉아.' 영화 속 99명, 99개의 집, 99홈즈는 언제나 그렇게 가라앉는다. 가느다란 99가닥의 희망을 동아줄처럼 늘어 놓으며 마무리한 것은 오히려 일종의 기만이 아닌가. 이것을 희망이라고 쓰면서도 찝찝한 무언가는 없앨 수 없다. 그들은 아마도 그 가느다란 줄만 의지하고 오랫동안 살다가 내쉬에게 쫓겨나 갈 곳 없던 백발의 노인처럼 될지도 모른다.

내쉬와 가족들이 그토록 원하던 '밤이슬을 피할 수 있는' 공간은 수영장이 딸린 커다란 집으로 대신할 수 없었다. 추억이 켜켜이 쌓여 따뜻한 주홍빛으로 가득한 안락함은, 사실 돈과 집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그 안락함을 영영 떠나 보내고 삼촌 집으로 떠난 엄마와 아들은 눈칫밥을 먹으면서도 행복할까. 이렇게 생각하는 내가 냉소적인지 현실적인 건지는 확실하지 않다.

그래서 영화가 말하려는 한 줄이 뭘까 생각해 봤는데, 역시 개인의 양심과 선택에 대한 시선에 중심을 둔 것이라고 결론내렸다. 많은 이야기와 일침을 날리고 싶었지만 안전함을 위해 이거 쬐금, 저거 살짝 건드리는 영화였다. 손가락이 꿈틀댔지만 결국 넘기지 않고 끝까지 완성했다. 다음 영화는 뭐였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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