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를 즐기던 사람이 어떤 충격으로 갑자기 베지테리안이 되듯 규칙적이던 월경이 어느 날 사라졌다. 주워들은 바로는 데크레센도로 양이 줄며 달을 거른다거나 뭐 그런 확연한 조짐이 올 줄 알았는데 스타카토로 멈춰 버린 것이다. 그래서 좋았다. 여타 불편한 갱년기 증상이 있는 것도 아니고 쟁여야 할 패드 값도 안 드는데 나쁠 게 뭔가.
당시 그녀는 회오리바람을 맞고 있었다. 감당할 수 없는, 원치 않는 일로 누군가는 마비가 오고 실어증이 생기는 판국에 그녀의 경우엔 놀란 신경세포가 그저 몸의 배란을 잠그는, 그 정도로 마무리된다면 꽤 러키한 거라 순순히 받아들이려는데 마음 저 구석에 스산한 바람은 한 줄기 지나갔다. 돌연한 혈흔이 내의에 안 보이는 것이 언제라도 솟아 나올 말랑말랑한 눈물샘이라도 말라 버린 것 같아 마음 한 구석이 시렸다. 한편 수도꼭지 잠그듯 그렇게 탈 여성하고 나니 비로소 사람이 되는가? 기대도 있었다. 팔랑팔랑 흔들리지 말아야지. 제 스스로 통제 못해 피 질질 흘리던 시절을 마감했으니 앞으론 지극히 균형 잡힌 사고로 성별을 넘어 공평한 훈수를 둘 수도 있겠다.
겉 사람은 그렇게 노화하고 진화하는데 속 사람은 제자리다. 그곳엔 가끔 여전히 사랑받고 있다는 확인이 필요한 결핍된 사람이 존재했다. 과거 성(性)의 역할 분담에 대한 달짝지근한 기억들은 깨끗이 삶아 빤 옷처럼 자국 없이 하얗게 잊히면 좋으련만 그게 그렇지 않았다. 생의 후반기에 유약한 부부는 말없이 나란히 침대에 눕는다. 바삭 마른 가랑잎처럼 미세한 소리마저 조심스러워 서로는 숨도 삼키며 잠든 체한다. 그럴 때 유럽 부부들처럼 개별 이불을 덮는다면 차라리 속 편하련만 한 이불 아래 군대 점호하듯 안전거리를 유지하고 누워 있으려니 긴장감이 팽팽하다. 경수 멈춘 아내는 어둠 속에 잠잠하다 조용히 손 뻗어 남편 손을 가만히 잡는다. 어쩌려는 것은 아니다. 고갯마루에서 외출 나간 엄마를 애타게 기다릴 어려진 남편을 떠올린 것이다. 어여뻤던 자기 청춘 보듬듯 용기 없는 저 편에게 아직도 아군임을 알리는 것. 그리곤 애매해진다. 잡았던 손을 놓아야겠는데... 끙~ 돌아 누우며 자연스레 손 뺀다. 그러나 맘은 점차 녹진해진다. 적어도 자장가 불러주듯 따뜻한 온기는 전했다. 아플 때 달려와 쓰다듬어주던 엄마의 약손처럼 자그만 그녀의 터치가 남자를 평온히 꿈나라로 보내리라. 고요 속에 두 지친 짐승은 서서히 잠든다. 창문 너머로 달빛조차 안 스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