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 당직 폰이 울린다. 2년차 선생님이 전화를 받았다. 얼핏 들리기에 ct를 봐달라는 내용이었다. 어떤 환자인지 궁금해 차트를 열었다. 40명이 넘는 응급실 환자 중 우리 손길이 필요한 진단명이 딱 보였다. 'Neck injury' 목 외상이었다. CT 먼저 확인했다. 기도가 한쪽으로 밀려 있었고 한쪽 목에는 피가 차고 있었다. 전화를 아직 끊기 전인 선생님에게 나는 사색이 되어 급하게 말했다.
"응급실에 intubation (기관삽관) 준비하라고 하세요. 우리도 당장 내려갑시다."
전화를 끊자마자 우리는 장비를 챙겨 달리기 시작했다. 언제부터 나고 있던 피인지 몰라도 계속되다 보면 숨길을 막아 질식을 일으킬 것이었다. 한쪽으로 기도가 밀려 있어 intubation이 잘 성공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였다. 실패하면 바로 기관절개를 시도해 숨길을 확보해야 했다. 이미 목은 피로 차있어 절개술도 위험할 수 있었다. 여러 상황에 대한 생각을 미리 하며 숨을 헐떡이며 응급실에 도착해 바로 환자 옆으로 갔다.
목에 붕대를 감았으나 피는 새어 나오고 있어 침대를 적시고 있었다. 응급의학과 선생님과 급하게 intubation 준비를 시작했다. 한쪽엔 실패할 것을 대비한 tracheostomy(기관절개) 준비가 동시에 되고 있었다. 마음은 엄청나게 급했지만 또 보호자에게 설명도 빼놓을 수는 없었다. 간단명료했다. 죽음을 피하기 위해선 넘어가야 하는 고비였다.
환자에게 마취약이 먼저 들어갔다. 숨을 혼자서 쉬는 힘이 약해지고 우리는 내시경 장비를 활용해 기도를 찾았다. 1차시도, 실패. 휘어져 있는 각도가 생각보다 더 진행이 되었는지 관이 잘 들어가지 않았다. 나는 칼을 들고 목을 열 준비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아직 산소포화도는 100. 기회는 있다. 2차 시도는 다행히 성공이었다. 긴 플라스틱관이 숨길을 타고 들어갔다. 이제 피 나는 곳을 봐야 한다.
보호자에게 환자가 어떻게 목을 다치게 되었는지 물어보았다. 그라인더 작업을 하다 쇠붙이가 튀어 목에 박혔고, 혼자 거울을 보고 제거했는데 피가 튀며 정신을 잃었다는 것이다. 나는 한숨을 쉬었다. 목이 난리가 나있는 이유가 있었다. 우리는 다시 환자에게로 가서 피가 흐르고 있는 부위에 응급처치를 하려 다가갔다. 피로 물든 붕대와 거즈를 제거했다. 상처는 0.5cm. 앞쪽은 작지만 안쪽으로 큰 상처였다. 상처가 닫히지 않게 하면서 더 이상 피가 흐르지 않도록 하여, 응급수술을 들어갈 수 있을 때까지 시간을 벌어야 했다. 지혈제를 섞은 거즈로 이리저리 상처 속을 탐색하기 시작했다. CT에서 보이는 것처럼 근육층을 찢고 들어가 안쪽 혈관이 다친 것이 분명했다. 더 이상의 진입은 무리하다고 판단하고 상처를 눌러 지혈을 시작했다. 다행히 피가 점점 멎어가는 것이 눈에 보였다. 혈압도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었다.
"얼른 수술 준비합시다." 코로나 상황 이후에 응급수술은 준비가 더욱 복잡해졌다. 검사를 못하고 수술방에 올라가는 경우, 동선의 분리가 필요하며 의료진 역시 다른 준비들을 해야 했기 때문에 모든 것이 사전의 조율을 거쳐야 했다. 조금의 시간 후 우리는 환자를 수술실로 올려 보낼 수 있었다.
목은 6~7개의 Level과 I, II, III 3개의 zone으로 나누어진다. 특히나 혈관이 많은 zone II의 경우, 상처의 크기와 관계없이 다치는 것만으로도 생명의 위협을 받을 수 있다. 내 글이 조금씩 더 읽히는 것 같아 많은 사람들이 알았으면 좋겠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혹여나 사고로 목에 무언가가 박혔을 때는 절대 제거하지 않고 응급실로 방문해야 한다. 목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복잡하고 생명 유지에 필수적인 곳이다. 다행히 위의 환자는 목숨을 건졌지만, 함부로 제거를 하게 될 경우 안전을 보장하지 못할 수 있다. 이런 사고가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