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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규 Sep 18. 2022

운전하다 오른쪽을 보면 생기는 놀라운 일

운전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사고가 나지 않고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잘 도착하기 위해 다른 차들도 살피고 신호도 잘 보고, 길을 잘 따라갑니다. 그렇게 앞을 보고 다닙니다. 코로나 이후로 회식이 잦아졌습니다. 회식이 끝나고 어른들을 모시고 나면, 지친 몸을 끌고  택시에 타고는 했습니다. 그렇게 오랜만에 앞이 아닌 오른쪽 창으로 시선이 자연스럽게 옮겨졌습니다. 선선한 밤공기가 느껴지고 아직 꺼지지 않은 가게와 아파트들의 불빛, 빠르게 지나가는 가로등이 보입니다. 참 예쁩니다. 이렇게 차분하고 아름다울 수 없습니다.


 놀라운 것은 이 아름다운 길이 매일 가 출퇴근을 위해 다니던 길이란 것입니다. 바뀐 것은 앞만 보고 가던 제 시선이 옆을 향했다는 것만 있을 뿐이었습니다. 다양한 해석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저는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앞만 보고 사는 것이 인생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이죠. 어쩌면 우리 삶을 더 풍족하게 만들어 주는 것은 옆에 있는지도 모릅니다. 우리가 할 일은 고개를 돌리는 일이죠.


일을 할 때도 같은 것을 느낍니다. 환자의 병에 집중해 앞만 보다 보면, 환자가 눈에 들어오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저는 그래서 진료실 눈앞에 사람과 무엇이 이렇게 아프게 만들었을까 그 옆까지도 보려고 합니다. 시선은 곧 관심입니다. 병만 보는 것이 아닌 진료를 받은 환자의 마음은 조금은 더 편안하진 않을까요? 저는 계속 그런 의사가 되야겠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앞을 보는 법을 알아야 합니다. 그러나 앞만 보는 세상은 차갑고 인간적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앞을 볼 줄 알았다면, 옆의 풍경도 눈에 담을 줄 알아야 합니다. 그렇게 세상을 느끼게 되면, 미처 보지 못했던 앞일도 생각나고는 합니다.


9월 의대생 신문과의 인터뷰가 있었습니다. 현재의 의대생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소탈하게 이야기했습니다. 10월에는 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강연 예정입니다. 이런 활동을 하게 된 것도 모두 오른쪽 풍경을 보고 느낀 것을 통해서였습니다. 내가 겪었던 일들에 조금 더 준비된 상태로 올 수 있게 만들어 주는 일. 환자를 보는 일도 좋지만, 이런 풍경을 만들어 가는 일도 좋습니다.


여러분도 때로는 차를 멈추고 오른쪽을 돌아보는 게 어떨까요? 보고, 아름다운 풍경을 보다 보면, 앞으로 나아가야 할 가슴 뛰는 새로운 목표가 생길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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