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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뀰사마 Dec 15. 2021

13. Dec. 2021 ~ 15. Dec. 2021

3일간의 기록. 그리고 다가온 폭염 


13. Dec. 생각을 하지 말자. 생각한다고 일이 뭔가 진행되거나 시야가 맑아지는 것은 아니다. 내가 겪은 한 발자국이 파장을 만들고 죽이 되든 밥이 되는 뭔가를 보여주는 것이다. 


근 30년간 매번 힘들어하다 오늘 급 마음먹은 다짐이 있다. 뭔 생각을 해..걍 머리 비우고 욕망에 충실하자...내가 생각따윌 해봤자 뭐가 되는건 없다...


트친님이 한 '입으로 털기만 하는 건 오히려 비전이 없을 확률이 큼. 하루 하루 부지런히 자기 인생 살고 자기 일 하느라 바쁜 사람만이 그걸 행동으로 증명할 수 있음' 말이 뼈저리게 와닿는다. 하루하루 부지런히 내가 할 수 있는걸 차곡차곡 쌓는것만이 결국 뭔갈 만들수 있는 것이다. 그래..잊지 말자. 


레메디얼 마사지를 다녀왔다. 펜싱을 하고 나면 허벅다리 윗쪽이 엄청나게 땡기는데 본디 엉덩이 대퇴부와 햄스트링이 땡겨야 정상이다. 스텝을 내가 잘못하고 있거나 분명 특정 근육이 약하니 어딘가 과부하가 와서 잘못된 부위의 근육을 쓴 걸까나. 어릴때 운동하는 습관 들이는게 이래서 중요하다 근 30년간 비실이로 살다가 나이 먹어 운동하려니 너무 잔부상이 많다. 하지만 이제 되돌아 갈 순 없어. 


14. Dec. 


사주 커미션을 의뢰 넣은 답을 받았다. 다음 세운의 맥락에 대해서. 예상대로 별로 좋지는 않다. 분쟁과 피로함과 건강과 사회생활에서 많이 시달릴 것 같다..라고 이미 Vedic Chart를 보면서도 받았기 때문에 그냥 유사하게 나왔다...근데 나 경자년때도 안 좋았다, 신축년때도 안 좋다 라고 말 듣고 기해년도 좀 힘든 일이 벌어질거라 했는데 대체 안 힘든 년운이 뭐지...? 심지어 신축년때는..사실 그냥 그렇게 나쁘진 않아. 내가 워낙 일을 떠벌려놓고도 별로 소득을 기대를 안 했긴 하지만서도. 기유대운이랑 경술대운에(유년-청소년)하도 안 좋아서 그런가, 신해대운도 그닥 안 좋은 운이라곤 하는데 기유-경술때에 비하면 솔직히 살것 같아서 별로 안 좋다는 느낌도 없음ㅋㅋ아니 거지같고 힘들긴 했는데 경술때는 진짜 이러다 죽지 않을까라는 순간이 너무 많아가지고 그거에 비하면 너무 껌이었달까ㅋ신축년에 다사다난하게 뭐가 터지긴 했는데 걍 헐..일 터졌네, 떼꿀 하고는 그냥 수습하고 평소대로 일하고 운동가고 베이스나 드럼 덕질 시작하고..걍 그러더니 1년이 벌써 훌쩍 간다. 


오늘은 어밍턴의 웨스턴 시드니 대학 근처에 있는 곳에서 검도 수업을 다녀왔다. 검도를 배워본 적은 없지만 대체 뭐 얼마나 재밌길래 남동생이 어릴 때 부모님을 졸라 대한 검도를 보내달라 한걸까 나도 한번 경험을 해보고 싶었다. 비록 남동생은 부모님의 지갑을 그것도 한창 어려울 IMF 터지고 2년도 안 지난 시점에 졸라 다녀서 호구와 장비를 다 장만해놓고 두달도 안 대서 때려쳤지만 (근성없는 새끼). 나도 어릴때 남동생처럼 갖은 체육수업을 다니고 싶었는데 부모님은 남동생은 태권도다,검도다 다 시키려고 했으면서 나는 수학/미술학원만 보냈다. 남동생 데리고 쫄래쫄래 태권도 학원이나 검도학원가서 학원비랑 강습내용 물어볼때마다 도장의 사범들이 '남동생보다는 누나가 눈빛이 매서운게 무도가의 멘탈을 가졌는데..'라고 했던 기억이 난다.(이들은 나의 체력이 얼마나 저질인지, 나의 허약체질이 얼마나 심각한지 전혀 감을 못 잡으셨지만)


그 이후엔 뭐..알바를 해도 갈 시간도 없고 월세랑 생활비 내면 남는돈이 없어서 전혀 못 가고 있었고..호주와서도 당시에 알아본 수업들은 하나같이 보호자 동반이 필요한 아동/청소년 클래스만 있어서 성인인 나는 손가락을 쪽쪽 빨고 있었는데..희안하게 올해 펜싱도 그렇고 검도도 그렇고 성인반을 가르쳐주는 클럽들이 검색에 걸렸다. 아니 왜 2년전에 두들길 땐 소식도 없다가? 인연이 아니었나봐 그때는. 


검도를 다녀본 소감은..음..나랑 안 맞을듯..


일단 발목이 난 안 좋아서 발목으로 상단 자세를 지탱하는 게 상당히 어려웠는데 (펜싱은 둔부에 힘주고 허벅지와 다리를 직각으로 만들어 버티니까 딱히 발목에 힘을 주진 않았다.) 발목이 휘청 거릴때마다 사부들이 지적하는 것도 좀 힘들었고..(당연히 지적이 있을 부위지만..) 두 사범들이 너무..판에 그린듯한 와패니즘에 쩔어있는 백인 남자라서 한국에서 자라난 전형적인 한국인인 내 입장에서는 좀..오글거렸다. 


기합을 넣으며 시작할 때 하지메, 스탑을 할 때 야메-구령을 넣는데 드립으로 '하지메마시따~' '야메떼 쿠다사이~' 했다가 혼남..음..사실 혼날 짓 맞다. 그냥..당시엔 그 저렴한 드립의 본능을 참을 수가 없었다. 


검도를 한다면 한국어로 기합 넣고 싶고 아따마!보다는 머리!머리!로 외치고 싶은데 어거지로 심지어 발음이 딱히 정확하지도 않은 너무 그린듯한 호주 백남의 일본용어 발음을 듣자니..그냥..그냥 뭔가 내 안의 각시탈이 일어나는 것 같아 아마 정좌하고 묵상할 때마다 혼날게 너무 그린듯이 보였다. 내년에 초보코스로 10주 등록 시즌 열린다는데 생각을 해봐야겠어. 무엇보다 여기서 호구 구입하면 너무 비싸서..음..그냥 맥쿼리 대학에 슬렁슬렁 사브르하러 가는게 나을지도라는 생각이 들고 말이지. 그래도 경험삼아 10주 초보자 코스로 등록하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다. 나이 먹어서 이것 저것 경험하니 재밌으면서도 지갑에 돈이 훌렁훌렁 아주 잘 날라간다^^;;;;


15. Dec 



내년 운세를 곱씹으며 빨래를 했다. 내년은 뭐..직장 짤리면 걍 프리랜서나 계약직 개발자로 돌아가지 뭐. 그런 짓거리 안 해본것도 아니고^^)a;;계약직이나 후딱 구하게 자격증이나 미리 좀 몇개 따놔야겠다. 어도비 애널리틱스랑 어도비 AEM으로. 아, 왠지 법학 공부도 좀 하고 싶다. 특히 지적재산권이나 형사법, 혹은 법무수행 같은거..방통대에서 원격으로 수업듣고 학점 받으면 여기서 AQF로 인정 받을 수 있으려나? 급 궁금해지네. 죠지아 테크도 로스쿨이 있는거 같던데 이 시국에 미국 갈 맘도 없고 온라인 과정은 제공을 안하더라. 여기서 Trademark Attorney가 되려면 호주 AQF에서 인가되는 특정 수업을 이수하고 그걸 호주 변호/변리사 협회에서 인정을 받아야 하던데..흠...30대는 그야말로 자기 수련의 때인것 같다. 40대 되서 발복하려면 그래, 자기 기반이 없이 어떻게 발복하겠어-그냥 이것저것 경험하고 공부하는 것을 즐기자-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뭔가 기반이 흔들리는 대형 사건 사고가 흘러갈 수도 있고 이 벌어진 일이 생각보다 별일 아닐 수도 있고. 정확히 어떨지 모르는 내일을 위해 불안하기 보다는 오늘 하루 내가 정해놓은 일정과 하루 생활 습관과 계획 그리고 꾸준한 수련과 운동만이 내가 할 수있는 최선이요,오늘을 살아가는 방도일 뿐이다. 


오늘의 건진 말 '감정은 어느 새 사라지지만 해온 일은 결과가 남는다' 나는 그냥 내가 할 수 있는 액션을 취할 뿐이다. 무미건조하게, 훈련소에서 짜여진 틀에마다 이를 악물고 훈련하는 훈련병처럼 그냥 일상을 자기 수련을 하며 살아야지. 그것뿐만이 나를 배신하지 않을 것이다. 


처음으로 호주에서 헌혈을 했다. 분명 내가 살면서 적십자에 헌혈을 한번쯤은 한거 같기도 하고 안 한거 같기도 하고 사실 기억이 안난다. 그래도 한국은 그냥 그 이동버스형 자동차에 간촐하게 헌혈대와 간호사가 상주해서 피를 뽑고 뭐 그랬던걸로 기억하는데 여기도 그런 이동형 차량이 서있지만..사이즈가..그..선적용 대형 컨테이너만한게 차이랄까. 그리고 한국은 그냥 '헌혈 하러 왔어요~'하면 바로 헌혈하던걸로 기억하는데 여기는 센터를 찾아서, 예약을 해야한다. 적선도 예약을 해야하다니...헌혈하기 빡시네. 처음 헌혈하면 건강상태에 대해서 정말 깊게 인터뷰를 하는데 그걸 끝나고나면 바늘을 꽂고 한 15분간 피를 뽑고 있으면 기계가 피 다 뽑혔다고 알림음을 준다. 한국은 요즘 뭘 주는진 모르겠고 여기는 오렌지 쥬스랑 물병, 그리고 쪼맨한 과자 팩을 주더라. 그냥 호주에서 헌혈을 한번 경험하고 싶었다. 좋은 일 했다는 생각이 들으니 뭐 기분이 썩 나쁘진 않아서 내년에 한번 더 해봐야겠다. 


https://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fik&no=7435&s_type=search_name&s_keyword=Romani&page=2


https://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fik&no=7446&s_type=search_name&s_keyword=Romani&page=2


무뜬금 검도 검색하다가 건진 두 글이 생각난다. 이 글 읽으면서 펜싱 세이버에 찔려 멍든 내 팔을 보며 피식피식 웃었다..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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