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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뀰사마 Dec 13. 2021

1. Dec. 2021 ~ 8. Dec. 2021

12월의 첫째주 일기

1 Dec


대체 이 일을 왜 하고 있는 걸까. 불과 얼마전만해도 가지각색의 마케팅 테크에 대해서 익히고 기회가 있으면 잡고 싶다는 생각만 그득했는데 지금의 회사일 진행하는 걸 보면 망망대로를 해매는 것 같다. 프론트엔드 코딩에 아직 어설픈 동료를 일일이 NPM설치부터 노드 커맨드까지 가르치다보니 정작 내가 딜리버리 해야할 분량의 컴포넌트는 손도 못 댔다. 


2 Dec


직장과 너무 나의 정신을 깎아 먹는 대학원 수업사이에서 줄다리기를 하다가 결국 패닉이 왔다. 이번 DAV 코스는 정말이지 난이도가 극악이었다. 덕분에 내가 하고 싶었던 드러밍이나 베이스 연습도 이번 2021년 후반기엔 하질 못했다. 스트레스의 분출로는 운동으로도 안되더라. 뭔가 화력 장전해서 돠다다다다 분출하려면 드럼을 두드리면서 노래를 불러야 성미가 풀린다. 


3 Dec


맥쿼리 유니에 있는 펜싱클럽에 갔다. 당연히 처음 보니 이름소개를 한다. 내 이름 석자, 승리의 별- 카라의 여신-메가메~ 뀰사마를 읖으니 한 백인 아지매가 '응 뭐라고? 뭐?? 못 알아 듣겠어??'라고 자꾸 되묻는다. ^^ 따스하게 웃어주며, '야 우리 나중에 이름 외우기 게임하면 십중팔구 일단 난 꼴찌는 아니겠다. 고맙다 밑에 깔아줘서.'라고 답했다. 빠가야로. 


맥쿼리 펜싱클럽은 에페와 사브르로 갈리는데 좀 어째 클럽 분위기도 어수선하고 어물쩡 저물쩡 서있다가 돌아왔다. 펜싱 코치 리온은 초심자를 끌어들이는데 되게 열정적이었지만 너무 자기 고집대로의 펜싱스타일을 내가 따라오게 강요해서 불편했다. 거리랑 비용만 문제가 아니었으면 썸머힐의 펜싱클럽을 계속 다닐듯하다. 힐스에도 펜싱클럽이 있긴한데 구독료처럼 주별로 내야하는게 좀 부답스럽다. 직장인은 솔직히 1주에 1회 오는 것도 힘들다고...헬스클럽이야 클래스 시간대가 워낙 다양하고 클래스를 놓쳐도 혼자 수영이랑 클라이밍을 하러 가면 되는데 펜싱은, 특히 비기너 클래스는 특정 요일에 몰려 있어서 캐쥬얼 패스가 가장 속이 편하다. 


사족이지만 힐스 펜싱클럽은 유소년 팀도 있고 애들을 어릴 때부터 좀 엘리트로 키우려는지 한국 펜싱 대학 국대팀 선수 두분이나 강사로 있더라? 어쩌다 펜싱강국인 한국을 떠나 이 호주까지 오셨는지...는 궁금하긴 하지만 그건 나 또한 내가 호주인이 된 이유를 설명할 수 없으니 궁금증은 가슴 한켠에 고이 묻어두기로. 


그래도 장점이 있다면 맥쿼리 유니 펜싱클럽은 연회비가 140불 밖에 안되고 그렇게까지 많이 다닐 자신이 없다면 캐쥬얼로 입장해도 회당 10불 밖에 안 받는다. 장비도 대여가 가능한데 패브릭 아머는 클럽에서 자주 빨아 관리하는 거 같지만 마스크는 관리가 전혀 안되있어 패딩부분이 꿉꿉하고 곰팡이가 피었으니..피부병이나 머릿니가 옮을지 모르니 마스크는 자기꺼 따로 사오는 게 낫다. 마스크도 세이버/에페 위주로 하는 클럽임에도 전자 신호를 받을 수 있는 마스크는 몇개 안되고 대부분은 포일-에페 마스크가 부여되어 있다. 클럽오너인 리온은 세이버 마스터, 그 외 에페마스터는 프라이빗 레슨만 받는듯 하다. 그래도 대부분의 멤버들이 3년 이상 다닌 정규멤버가 많으니 그냥 심심할 때 간간히 가서 훈련받기엔 좋은 클럽일지도 모른다. 


시설로 따지면 힐스 애슬릭 펜싱 클럽이 강사진도 국대 엘리트들만 있고 가장 좋은듯 하지만 수업의 퀄리티는 트라이얼 아웃을 한번 해봐야 알 지도. 


4 Dec 


요즘 진짜 신경쇠약이라도 온걸까. 또 다시 혼자 방안에서 조용히 타자를 치다가 공황장애를 겪었다. 뜬금없이 나의 운이 다하면 나의 인생은 어디로 흘러갈지 걱정이 흘러나오며 과호흡을 들이셨다. 도저히 내 인생의 조타수가 내가 아닌 느낌이 강했다. 너무 많은 할일들이 머리속에서 헤엄쳤고 어떤 일부터 먼저 끝내야 하는지 도저히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그런 중압감을 결국 다루지 못하고 방안에서 쪼그려 울고 말았다. 


5 Dec 

도대체 현생의 프로젝트를 미루면서 이렇게까지 이렇게까지 대학원 코스 프로젝트에 얽매여야할까? 레코딩은 왜 끝나질 않고 프레젠테이션은 이렇게 진도가 나가질 않지? 클라이언트가 중간 과정을 공유해 달라고 재촉하는데 (사실 이해가 충분히 됨) 나는 보여줄 것이 없다. 


6 Dec


개 우울함. 프로젝트 팀메이트 중 하나가 자기는 레코딩 컷 찍는데 1시간도 안 걸렸다고 함. 어느 부분이 우울하냐면 솔직히 대충 찍고 규격만 맞춰도 이제 패스가 나올 각인데 왜 쓸데없이 주말을 날려가며 질질 끌며 우울해하며 울면서 프로젝트 프레젠테이션을 녹음한 나 자신에 대해 너무 바보같고 화가 났음. 그냥 후다다다닥 최소한의 기준만 맞추고 그렇게 낭비한 시간과 에너지와 내 고양된 기분을 다른 것에 분산해서 쓸 수가 있었는데 1-2시간안에 끝낼수 있을지도 모르는 걸 혼자 땅을 파고 고민하며 우울해서 질질 끌며 며칠을 쓰며 겨우 프레젠테이션을 끝낸 나 자신에게 너무 화가 났다. 


7 Dec 


너무 나 자신에게 실망스러웠다. 도대체 내가 집중해야할 일들에 엉덩이가 굼뜨고 계속 할 일을 미루고만 있다. 이에 대한 업보를 미래의 내가 질 것이 분명한데. 도저히 어떻게 집중력을 분산하고 조정할지도 감이 잡히지 않았고 그로 인해 스트레스는 계속 쌓이고 불안감은 지속되었고 당연히 정신적으로 이렇게 스트레스는 받는데 비해 일은 진척이 안되어 있다. 뭔가 계속 중압감이 머리를 짓누르고 있다. 뭔가 가슴과 몸에 족쇄가 둘러찬 느낌이고 그냥 뭔가 다 부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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