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뀰사마 Aug 04. 2020

시드니 부동산을 둘러보며 느낀 점

그리고 땅 값이 참 변화가 없는 비 메트로 지역들


요즘 코비드 19를 맞이하며 이 시점에 주식으로 뛰어들어? 부동산으로 진입해?를 고민하는 나 같은 사람이 많을 것이라 생각한다. 나는 투자를 굳이 하겠다면 꾸준히 정기적금식으로 넣는 뮤추얼펀드>>>> 간혹 간간히 좋은 가치주가 떨어졌을 때 주워 담아 어느 정도 이익이 나면 바로 팔아버리는 개별 주식 >>>>>>>>>>>>>>>>>>> 그리고 부동산이라 생각한다. 물론 이건 나이가 아직은 젊은 나의 입장이고 나보다 연세가 많으신 분들의 입장은 또 다를 것이다.  


호주에 네거티브 기어링이란 제도가 있어 부동산이 세금 활용하기가 가장 좋다지만 나는 자산은 자고로 유동성이 가장 확보되어야 하는 퍼센티지가 커야 한다는 편이고 고로 현금 흐름도 어느 정도 보장이 되어야 하는 성미이다. 부동산은 진입장벽이 너무 높고 현 시드니 마켓이 아무리 코비드 19로 떨어졌다지만 떨어진 것은 오로지 렌트이고 집 값 자체는 하나도 안 떨어졌다. 


위기가 터질 때 부자는 움켜쥐고 중산층은 내놓는다.


매물들을 뒤져보니 대부분 내 예산에 그럭저럭 쓸만한 곳은 잉글 번, 혹스톤파크, 블랙타운 카운실에 있는 여러 동네들이었다. 블랙타운 카운실은 카운실에서 자체적으로 여러 긍정적인 행정력을 보여줘서 많이 유망해 보이는 카운실이라 생각한 게 그 이유이다. 그래서 요 석 달간 저 동네들을 뺀질나게 돌아다녔다. 내가 비록 시티로 출퇴근을 자주 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주에 2번은 회사에 나가야 하는 상황이다. 팀 미팅이나 위클리 캐치업 등의 이유로 주 2회 출근은 꼭 하는 입장에서 너무 먼 곳은 사기가 부담스러웠다. 잉글번, 혹스톤파크, 리버스톤은 비록 동네 자체는 조용하고 점점 발전이 이뤄지리라 생각이 들지라도 센트럴에서 일하는 나에겐 출퇴근이 과하게 부담스러운 동네였다. 노웨스트에서 출퇴근하는 것도 이미 왕 부담스러운데 글렌필드, 잉글번으로 가는 거 생각만 해도 이미 힘든 것이다. B**** T***과 S**V** H****, La*** P**K는 가끔 매물이 나오긴 하는데 이들 매물 중 대부분을 차지하는 올드 타운하우스나 오프 더 플랜 유닛들은 희한하게도 잘 안 팔리고 있었다. 이미 이런 부동산들은 렌트를 주기엔 렌트 물량도 많고 하우스나 타운하우스도 400에 막 나오는 현실이니까. 매물이 나온다고 해도 여기에 굳이 들어가 살 세입자를 구할 수 있을지는 애매하고 지역별로 러프한 곳과 아닌 곳이 확연하게 갈리는 곳이다(그리고 조용하고 쾌적한 블락은 가격대가 급 치솟아 오른다)


지역이 가지는 동네 분위기와 브랜딩이 가격을 결정한다.


모 카운실에 투자한 사람들은 말한다. 절대 그 동네에 투자하지 말라고. 그런데 누가 그렇게 글을 올리면 그 지역 카운실에 사는 사람들이 '우리 동네 그렇게 함부로 말하지 말아라. 좋은 동네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 지역 부동산 가격 인덱스를 보면 평균가가 떨어져 있다. 심지어 렌트 공급량도 엄청 많은데 세입자를 못 구한 매물들이 줄줄이 나온다. 그런 동네는 최소한 투자를 하기에 좋은 동네로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궁금한 것이, 왜 같은 카운실인데도 이렇게 의견이 갈릴까? 자기 동네 땅값 지키려고? 뭐 그런 이유도 아주 없지는 않겠지만 똑같은 서버브라도 정말 구역별로 동네 분위기가 너무 천차만별이고 부동산 가격도 귀신같이 그와 동행한다.


가령 모 B타운에 타운하우스가 나왔는데 살까요 말까요 누가 질문글을 올렸다. 대부분이 그 동네가 비록 각종 Amenities와 대중교통이 잘 되어 있어도 사지 말라고 한다. 그러던 와중 몇몇 사람들이 우리 동네 꽤 평화로운데 옛날 쉬쉬하던 소문들 때문에 Stigma가 생긴 거라고 요즘 많이 달라졌다고 한다. 둘 다 틀린 말을 하진 않았다. 다만 전자는 아직까지는 그 동네 카운실이 벗지 못한 이미지와 가치들이 전반적으로 아직은 잔재함을 이야기하고 후자는.. 그 와중에 숨겨진 보석같이 딱 그 단지만 재개발이 착착되어 단지 브랜드의 가치가 올라간 곳을 이야기한다. 뭐 둘 다 결과적으로 옳은 말이다. 문제는 부동산 구입을 하면서 전자는 전반적으로 당신의 삶과 투자 방향에 이래저래 많은 영향을 미치고 후자는 잘 구하면 좋지만 저렇게 잘 꾸며진 단지는 정말 딱 그 지엽적인 발전이 이뤄져 있으며 그 지엽적인 구역을 벗어나면 딱 브랜드 가치가 훅 떨어지는 것이다. 그리고 내가 정말 그 지역 토착민이 아닌 이상 그 단지 구역만 알차게 집어내기가 참 쉽지 않다. 이게 불과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구역이 나눠져 집 값 차이와 삶의 질 차이를 부른다. 심지어 그게 무시할 만큼 작은 이슈도 아니다. 


부를 가진 사람은 새로운 부흥 정책을 이용하여 리노베이션에 힘을 쏟기 시작했다. 


애초에 힐스 샤이어나 혼스비 샤이어, 노스쇼어 샤이어에 홈바이어로 진입한 사람들은 어지간히 패가망신한 사람들이 아니고서는 거기에 집을 사서 들어가 살아도 삶에 지장이 없는 부유한 사람들이다. 코비드로 경제가 폭삭 내려앉았는데 뭐? 이 사람들은 그냥 자기 집에서 원격근무를 하며 존버를 해도 부에 타격이 안 오는 이들이다. 되려 경제 부흥책으로 새로 리노베이션 하면 돈을 환불해주네, 모기지 프리징 연장해주네, 모기지 세율 낮춰주네 자신의 부를 늘릴 호재가 되려 증가했다. 이런 이들이 과연 내가 살고 싶어 하는 좋은 동네에 위치한 알짜배기의 거주지를 팔까? 아니 세입자가 안 생기면 그냥 그대로 기존대로 론 페이먼트를 하며 이 참에 리노베이션을 하며 집을 꾸미고 정부 환급금도 먹는 플랜을 실행해 나갈 것이다. 당연히 내놓는 매물이 없으니 모두가 가고 싶어 하는 좋은 동네의 평소보다 낮게 가격이 나온 매물도 없다. 과하게 부동산 투자를 한 사람이라면 자신이 가장 킵하고 싶지 않은 매물부터 처리하지 자신이 킵하고 싶은 매물부터 처리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그 처리될 매물은 대부분 버블 때 주구장창 지어진 유닛이나 내가 살고 싶지는 않지만 이민자나 유학생들이 대충 몇 달 살고 나갈 지역들의 매물들부터 손절할 것이다. 


시드니는 떨어지지 않는다. 적어도 당신이 원하는 매물은. 


코비드 19로 렌트가 싸졌다, 매물이 싸졌다고 미디어에서 많이 나오지만 정작 보이는 매물들은 누가 봐도 매력이 떨어지는 아주 오래된 유닛이나 후진 구역의 타운하우스, 혹은 과한 버블을 낀 재개발로 건설사에서 빨리 처리해버리려는 OTP가 대부분이다. 비록 주 거주지로 살 집을 산다고 해도 일단 밸류에이션이 잘 나와야 담보대출도 잘 나오는 것인데 밸류를 잘 받을 거 같은 매물은 거의 씨가 말랐다. 누가 봐도 아 이것은 집이다, 기본적인 주거지로서의 가치가 균형 있게 갖춰진 매물은 전혀 가격대가 떨어지지 않았다. 좀 찾을만하다 싶으면 1주일 후면 어느새 도메인에서 언더 더 오퍼로 바뀌어 있다. 렌트 또한 마찬가지다 대학가에 가까운 후진 유닛들의 렌트는 다 떨어졌지만 솔직히 이런 유닛에 누가 들어가 살고 싶겠나. 깔끔하게 리노가 된 유닛이나 새로 지어진 스튜디오들은 전혀 가격이 떨어지지 않았다. 뭐 내가 친한 사람들과 쉐어메이트를 구성할 수 있다면 하우스를 통째로 렌트하는 것도 방법이고 이게 가장 싸게 먹힐 것이나 셰어하우스가 지겨워서 혼자 살 렌트를 찾은 나로선 딱히 렌트 조율의 분위기도 별로 못 느끼고 있다. 앞으로 몇 달간 추후 어떻게 흘러갈지 흥미롭다. 


결국 부를 지킬 수 있는 이들은 여전히 부를 늘릴 것이고 부의 기반이 없는 이들만 썰려나가는 잔혹한 경자년이 될 듯하다. 


 







매거진의 이전글 뮤추얼펀드의 장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