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코 하늘을 보았다. 구름이 한 줄기 뻗어 있었다. 저녁놀이 퍼질락 말락 하였다. 파란 기운이 남아 있지만 흩어질 것 같았다. 연했다. 그 너른 하늘에 브이 자 모양을 하고 날아가는 새들이 보였다. 평범해서 지나칠 수도 있었다. 그 순간 이십 몇 년 전의 내가 튀어나올 줄은 몰랐다.
“아빠, 새가 날아가!”
일곱 살 때였을까. 새가 날아가는 건 신기한 일이었다. 새가 날아가면 엄마와 아버지한테 알려줬다. 나는 날고 있는 새 무리가 신기한 일이라는 걸 배워서 알았다. 엄마와 아버지는 나를 불러서, 저기 새가 날아간다하고 말해주셨다. 그러니 나는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다. 새가 날아간다는 건 가족한테 알릴 만한 일이다.
“우와, 저기 봐라. 새들이 날아간다.”
“와아, 신기하다!”
새떼를 보면 이 대화가 오갔다. 새 무리는 가까이서 위로 솟구치기도 했다. 하늘에서 빙그르르 돌았다. 갈듯 말듯 하면서 돌았다. 조금씩 조금씩 하늘 멀리로 사라졌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자랐다.
더 커서는 철새가 겨울 이동을 한다는 걸 배웠다. 아주 먼 거리를 날아가는 걸 알게 되었다. 그와 관련된 소설책도 읽었다. 새들은 아주 먼 거리를 갔다. 높은 곳에서 바람을 맞았다. 가장 강한 새가 선두에서 날았다. 그러나 새들은 공평해서 돌아가면서 선두를 맡았다. 서로를 배려했다. 브이 자 모양으로 열을 지었다. 그렇게 바람의 힘을 최소화했다. 새들은 똑똑하고 강인했다.
철새들이 쉴 곳이 없어진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쉴 곳이 없어서 도시에 앉기도 한다. 아니면 쉴 곳을 찾아 더 먼 거리를 날아간다. 안산 갈대 습지가 많이 작아진 것도 알게 되었다. 그곳은 철새 도래지이고 많은 동물들이 쉬는 곳이다. 그런데 그곳이 아파트 개발이 되었다. 새들은 또 쉴 곳을 잃어버렸다.
“아빠, 새가 날아가!”
내가 이 말을 하던 어린 시절에도 새는 날았다. 개발이 더 많이 이뤄진 지금도 새는 날아간다. 아무리 힘이 들어도 겨울을 나려고 새는 날아간다. 아주 예전과 같이, 따뜻한 곳을 찾는다. 봄이 되면 북쪽으로 온다. 집을 짓고 알을 낳는다.
새는 여전히 날아다니는데, 나는 언젠가부터 새를 잊고 살았다. 나는 오랫동안 새가 날아다니는 게 신기하지 않았다. 그런데 오늘 이 순간이었다. 새를 보고 내 어릴 적을 떠올렸다. 새가 신기하고, 하늘이 신기했다. 이 세상 모든 건 새로운 것으로 가득했다. 아직도 새는 날아간다. 그러니 똑같이 신기할 수도 있다. 그런데 내 마음은 이제 신기하지 않은 게 가득하다. 새가 날아가도, 어린 시절이 튀어나오기 전까지 몰랐다. 내가 얼마나 잊어버렸는지 알지 못했다. 오늘 새가 날아가고서야, 내 어릴 적의 목소리가 들려오고 나서야 알았다. 가족한테 말하고 싶다. 엄마 아버지한테, 오늘도 새가 날아간다고 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