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리비안베이, 환상적인 하루

by 신하연

나는 남자친구와 함께 강남역으로 갔다. 강남역 신분당선 쪽에서는 에버랜드로 한 번에 가는 빨간 버스를 탈 수 있었다. 줄을 서서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았고, 그 중 외국인들도 꽤 있었다. 바로 온 버스에는 이미 사람들이 타고 있었고 1층이라서 좌석이 별로 없었다. 그 버스를 보내고 20분 뒤쯤 온 2층 버스에 탈 수 있었다. 우리는 2층으로 올라가서 두 번째 자리에 앉았다.

나는 캐리비안베이에 처음 가본다. 남자친구가 입장권도 사주고 아쿠아슈즈랑 방수팩까지 다 준비해줘서 너무 고마웠다. 나는 계획형 남자친구 너무 좋다, 하면서 버스 안에서 들떠 있었다. 그러다가 어제까지 경남 여행을 다녀온 나는 피곤해서 버스에서 깜빡 잠에 들었다. 눈을 떠보니 버스는 에버랜드 입구로 들어가고 있었다.

우리는 내렸고, 앞에 있는 씨유 편의점에 들렀다. 지금까지 본 것 중에서 가장 크고 넓은 씨유 매장이었다. 마트에 가까운 크기에 유리 안에 음식이 깔끔하게 들어 있었고, 전체 공간이 쾌적했다. 우리는 구경하면서 돌아다니고, 먹을 것들을 골랐다. 남자친구는 허쉬 초콜릿 빵에 바나나 크림이 들어간 빵을 집었고, 물을 샀다. 나는 홋카이도에서 온 초콜릿 푸딩을 발견하고 두 개를 골랐다. 내가 유럽에서 좋아하던 초콜릿 푸딩이 서서히 우리나라로 수입이 되는가 하고 기뻤다. 기다란 체다 치즈 두 개도 사고, 라라스윗 딸기 아이스크림까지 집었다.

우리는 자리를 잡아서 음식을 먹었다. 남자친구는 치즈를 좋아하지 않았지만 내가 한입을 주어서 먹었고, 나는 치즈와 아이스크림을 같이 먹었다가 짜고 단 맛이 섞여서 맛이 좋다는 걸 알게 되었다. 초콜릿 푸딩은 조금은 실망스러웠다. 초코가 진하지 않고 부드럽지도 않았다. 텁텁했다. 다 먹고 나서 매운 게 생각나서 매운맛 핫바까지 먹었다.

우리는 그러고 나서야 캐리비안베이로 들어갔다. 나는 탈의실에서 하늘색 원피스 모양으로 생긴 수영복으로 갈아입었다. 밖으로 나가 보니 기다리고 있던 남자친구가 예쁘다고 해주었다. 우리는 물이야, 하면서 먼저 파도풀로 들어갔다. 물은 차갑지도 않고 적당한 미온수여서 들어가기 편했다. 뱃고동 소리가 들리고 파도가 오자 기대가 되었는데 나는 물속에 완전히 파묻혔다. 눈코입으로 물이 들어가고 기침을 하자, 남자친구가 물이 올 때 점프를 하라고 했다. 내가 먼저 하나, 둘, 셋 하며 점프를 외쳤는데 타이밍이 안 맞아서 또 물세례를 맞았다. 몇 번 더 도전하다가 한 번쯤 타이밍이 맞아서 물과 같이 떠오르는 데 성공했다.

우리는 돌아다니면서 구경을 하다가 메가스톰을 타기 위해 줄을 섰다. 100분의 대기줄이었지만 어트랙션 하나 정도는 꼭 타보고 싶었다. 나는 너무 무서우면 어쩌나, 하고 걱정도 되고 기대도 되는 마음이었지만 남자친구가 안 무섭다고 후룸라이드 같다고 해주었다. 그래도 장난이 섞여 있는 말투라 걱정이 되기는 했는데 사람들이 타고 내려오는 걸 보니 아주 높이서 떨어지지는 않는 것 같았다. 기다리는 줄에서 푹푹 찌는 날씨가 괴롭혔지만, 중간 중간 계단에서 물을 뿌려주는 구간이 나왔다. 목도 많이 말랐는데 물을 맞으니 조금 시원해지고 갈증도 줄어들었다. 남자친구가 사람은 피부로도 아주 조금 숨을 쉬고 물을 머금을 수 있다고 했다. 그 덕택에 물을 맞을 때마다 갈증은 줄어들었다. 더운 날에는 놀이공원보다 캐리비안베이가 훨씬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똑같이 줄을 서도 이렇게 기다리면서 물을 맞을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다가 물이 안 나오고 거의 다 왔을 무렵에 갈증이 심해졌는데 다행히 차례가 되어 탈 수 있었다.

동그랗게 원형으로 생긴 튜브에 여섯 명 정도가 앉을 수 있었다. 신발과 모자는 들고 손잡이를 잡아야 했다. 나는 처음에 뒤로 내려가는 자리였다. 타기 전에 남자친구가 뒤로 떨어지면 꽤 무섭다고 말을 해줬는데, 마지막에 가장 높이서 떨어질 때 뒤로 떨어지지 않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출발하고 처음에는 뒤쪽에 앉아있던 내가 뒤로 떨어져서, 이게 만약 긴 구간이었으면 꽤 무섭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빠르게 내려갔다가 올라가기도 하고, 메가스톰은 물살을 따라 계속 움직였다. 떨어질 때 무섭기보다는 신이 났다. 길이가 길지도 않았고 빠르게 떨어지는 느낌이 좋았다. 원형 통 안으로도 들어갔다가 나왔다. 마지막으로 떨어져 스톰 속으로 들어가는 구간이 나왔다. 나는 다행히 앞을 보면서 떨어질 수 있었다. 튜브가 계속 원형으로 돌아가면서 자리를 바꾸었기 때문이다. 그게 기분이 좋았고 스톰 안에서 움직일 때도 생각보다 괜찮고 재미있었다. 확실히 후룸라이드보다는 짧게 떨어지지만, 스릴은 더 있었다. 배가 아니라 물을 타는 느낌이 더 많이 들었기 때문인 것 같다.

우리는 바로 물을 사러 갔다. 어트랙션 타기에 성공했고 물도 시원하게 마시자 마음이 편안해졌다. 우리는 트리플 에스 공연을 보러 파도풀 쪽으로 들어갔다. 끝부분인데도 파도가 와서 몸이 살짝 쓸려 움직이려고 했다. 트리플 에스가 나타났다. 연예인을 가까이서 볼 수 있어 좋았다. 짧은 머리를 한 사람이 가수 비비의 여동생이라고 남자친구가 알려주었다. 춤도 잘 추고 마르고 예뻤다. 물을 뿌려주면서 공연해서 시원하게 볼 수 있었다. 나는 방수팩 안에 들어있는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어 봤는데 굉장히 멋있는 사진을 건졌다.

그 후에 남자친구가 먹고 싶어하던 밀짚모자 버거를 먹으러 갔는데, 한정판이라 매진되어서 비프 버거를 샀다. 감자튀김과 사이다도 먹고, 우리는 유수풀로 갔다. 물이 계속 흘러가는 유수풀에 들어가서 구명조끼에 기대 누워 보았다. 남자친구가 걸어가면서 나를 이끌었다. 그때 놀랍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늘이 보이고 일자로 떨어지는 구름과 소나무가 아름다웠다. 물 위에 떠서 흘러가는 느낌이 너무 좋았다. 물에 안겨 있는 것 같기도 했다.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일이다. 나는 수영을 못하기 때문에 물 위에 튜브 없이 떠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구명조끼만으로도 물 위에 떠 있을 수 있었고, 그 덕에 흘러가는 기분이 최고였다. 두둥실 떠서 하늘을 날아가는 것 같고, 물은 계속 어루만지듯이 안아주니 이렇게 편안할 수가 있나 싶었다. 어느 구역에서는 유속이 빨라지기도 했다. 나는 남자친구와 같이 누워서 한참을 떠다녔다. 평화롭고 한적해서 어느 먼 이국에 온 것 같기도 했다. 하와이 같은 장소가 떠올랐다. 그런데 그런 곳이더라도 이렇게 편안하게 누워있지는 못할 거란 생각에 나는 지금 최고의 장소에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처음 온 캐리비안베이를 무척 좋아하게 되었다.

유수풀을 나와서 돌아다니며 아이스크림이랑 구운 닭꼬치도 먹고, 그 후에 파도풀을 타러 다시 갔다. 점프를 해봐도 계속 파도타기에 실패하다가 옆으로 서서 조금 가볍게 떠 있을 수 있었다. 몇 번 실패도 하고 파도도 타다가 조금 두려웠지만 남자친구 말대로 뒤를 보고 있어봤다. 그랬더니 놀라울 정도로 내 몸이 부드럽게 위로 떠올라서 멀리까지 움직였다. 앞을 보고 있을 때는 계속 물만 먹었는데 뒤로 있으니 파도가 와서 손쉽게 내 몸을 띄워 주었다. 물도 하나도 먹지 않았다. 너무 편안하고 즐거워서 좀 더 깊은 곳에도 가보려고 하고 파도타기를 즐기다가 클린 타임이 되어서 아쉽게도 밖으로 나왔다. 아무리 타도 질리지 않을 정도로 재미가 있었다. 그러고 다시 한 번 유수풀을 타러 갔다. 둥실 둥실 떠가는 건 또 해도 좋았다. 물 위에 누워 있기만 해도 자연스럽게 움직여지고, 사람들과 부딪치기도 하고 한정없이 여유로운 게 행복했다.

나와서 집에 바로 가려다가 에버랜드로 들어가는 사람들을 보고 대단하다고 말했다. 남자친구가 구경만 할까? 해서 우리도 들어가 봤다. 입구만 봐도 즐겁고 좋았는데, 내가 좋아하는 유형의 놀이기구인 허리케인을 발견하고 말았다. 나는 너무 타고 싶어서 혼자 타고 오겠다고 말했다. 남자친구가 어지러운 걸 좋아하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어서였다. 남자친구는 피곤한 상태였지만 선뜻 타고 오라고 해주었다. 세 차례의 기다림 후에 탔다. 서서히 올라가고 점점 빨라지면서 높아졌다. 그래도 발이 바닥에 붙어 있어서 무섭지 않았고 스릴감만 있었다. 옆에 앉은 여자분은 너무 높다고 하셨지만, 나는 신이 날 뿐이었다. 빠르게 빙빙 돌아가니까 속도감에 기분이 좋았다. 조금 느려지고 내려올 때쯤 멀리서 티익스프레스의 조명이 밝게 빛나는 게 보였다. 높이 우뚝 서서 내려오는 길에서 세 개의 조명이 아름다웠다. 그 옆에 있는 구름은 끝부분이 분홍색이어서 낭만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환상적인 하루를 마무리하는 꿈결 같은 풍경이었다. 그렇게 허리케인이 서서히 내려갈 때 행복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놀이기구를 더 타고 싶을 정도로 신이 났지만 남자친구가 피곤할 걸 생각해서 얼른 가자고 했다. 가는 길에 소품샵도 구경하고 세일 하는 에버랜드 가판도 봤다. 판다인형이랑 여러 가지 물품을 싸게 판매하였다. 집에 오는 버스를 타려고 했는데 줄이 무척 길었다. 우리 뒤로 줄이 더 길어서 우리는 버스 한 번만 보내고 바로 탈 수 있었다. 강남까지 오는 길에 피곤해서 잠에 들었다. 재미있는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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