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이따금의 생각 - 열
흐린 세계로부터 모든 것이
안개로 자욱해
사랑하는 내 이들을 마주 볼 수 없고.
흔적이란.
어젯날 네가 전해주던 미세한 온기만 같던가.
실체는 지우개로 지워져 듬성듬성 하고,
그림자만이 선명하던 세계로부터
나는 모습이 안개진 아무개와
그 먼 훗날의 왈츠를 추었네.
내 발이 머무는 곳이
저기 높은 산골자기 언덕 위였는지,
저기 아주 깊은 바다 속 밑바닥이었는지.
알 수 없었지.
멈추면 점점 흐려져 사라질테고.
나아가고자 한다면
지나간 바람이 마중 나와
자욱한 안개를 모두 흩어지게 할 테지.
그러니 세계는 멈추지 말라, 말하였네.
네가 있던 곳이 그 어디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