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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멧북 Mar 02. 2023

소설가라는 이상한 직업 - 장강명

원고 작업은 가장 괴로운 순간에도 내 삶을 갉아먹지 않는다.

른 분들의 서평과 독후감을 읽던 중 장강명 작가의 신간이 출간되었다는 소식을 접했다. 아직까지 작가의 소설은 읽은 적이 없지만 [책, 이게 뭐라고]와 [책 한번 써봅시다]를 읽으며 공감하는 부분이 많아 고개를 끄덕였던 기억이 떠올랐다. 이번에 출간된 책의 정보를 살펴보던 중 이전에 읽었던 책들보다 더 현실적인 내용이 많다는 생각을 했다. 특히 ‘소설가의 돈벌이’ 부분에 관심이 생겼다. 하지만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소설가의 돈벌이’ 부분 때문에 책을 구매하여 읽을 필요가 있을까라며 고민했지만 작가와 출판사 창비 사이에 있었던 일에 대한 글을 읽은 뒤 망설임 없이 온라인 서점에서 바로 결제했다.





# 01.

“읽고 쓰는 삶. 헌신할 수 있는 일. 소설가라는 이상한 직업.”

읽고 쓰는 삶은 얼마나 멋진 삶인가? 타인의 일이 아닌, 온전히 나만의 세계를 창조할 수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매력적인가. 힘들고 고통스럽지만 온전히 내 것인 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 있다. 포기하고 싶지 않다.



# 02.

원고 작업은 가장 괴로운 순간에도 내 삶을 갉아먹지 않는다는 저자의 말에 아직 내 글을 다른 사람들에게 공개하지 못했음에도 공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글을 쓰다 보면 더 이상 글감이 떠오르지 않아 머리가 아플 때도 있고 자신의 부족한 글을 보며 자괴감을 느낄 때도 있다. 그럼에도 직장에서 느끼는 고통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다. 내가 발전하고 있다는 느낌. 순수하게 내 일을 하고 있다는 느낌. 그런 느낌이 좋다.



# 03.

작가는 말한다. 자신이 만드는 물건이 단순히 소비재 이상이라고 믿는다고 말이다. 그러니 소비자 만족을 최우선으로 여기지 않아도 된다는 그의 말에 대해 잠시 동안 생각해 보았다. 정말 독자를 최우선으로 생각하지 않아도 될까?


개인적으로 작가의 말에 동의한다. 소설은 왜 쓰는가? 정말 어려운 질문이지만 가장 큰 이유는 “자기만족” 때문이라 생각한다. 많은 사람들이 알아주지 않아도 소수의 사람과 자신이 만족한다면 그것만으로도 가치 있는 글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니 글 쓰는 것을 포기하고 싶지 않다.



# 04.

프리랜서. 특히 작가에게 운동이 중요하다는 작가의 말에 공감했다. 딱히 작가가 아니더라도 요즘은 운동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아무래도 의자에 앉아 오랜 시간 혼자 시간을 보내면 울적해질 때가 많다. 이럴 때 근육이 당겨지는 느낌을 받으면 울적함이 많이 사라진다. 어떤 일을 하든 적절한 운동은 필요하다.



# 05.

작가가 좋아하는 작가로 조지 오웰을 말하는 것을 보며 내가 좋아하고 닮고 싶은 작가는 누구일까?라는 생각을 했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떠오르는 두 명. 나쓰메 소세키와 에밀 졸라. 마음을 가라앉히고 자신을 들여다보고 싶을 때는 소세키를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싶거나 가장 아래 숨겨져있는 인간의 욕망, 감정, 생각에 대해 알고 싶고 낯선 문화, 사회문화에 대해 알고 싶을 때는 에밀 졸라를 찾는다. 그들의 글을 찾아 읽으며 동시에 “이런 글을 쓰고 싶다.”라는 생각을 한다.



# 06.

자신의 직업을 타인에게 설명하다 보면 비참해지고 그들은 이해를 하지 못하기 때문에 가면을 쓰고 살아가게 된다는 문장과 구차한 현재와 전망 없는 미래. 변변찮은 능력과 실현 불가능한 이상 사이의 괴리에 대한 문장을 읽으며 지금의 나의 상태와 너무 비슷해서 놀랐고 공감했다. 다른 말을 할 필요가 없을 만큼 내 생각과 같다.



# 07.

저자같이 유명한 작가도 책이 팔리지 않거나, 거절을 당할 때가 있다는 사실이 나를 위로해 줬다. 그러니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쓰는 것이 중요하다.



# 08.

작가에게는 글을 쓸 수 있는 독자적인 공간이 필요하다는 의견에 고개를 끄덕였다. 나 같은 경우에는 소설이 아닌 독후감, 일기, 에세이를 쓸 때도 사람이 적거나 조용한 곳을 선호한다. 그래서 휴일의 이른 아침에는 카페에 방문하거나 오후에 스터디 카페에 방문한다. 하지만 작가의 말처럼 카페와 스터디 카페는 불편한 부분이 있다.


카페 같은 경우 아메리카노 한 잔을 시켜 놓고 너무 오랜 시간 동안 앉아있는 것은 민폐라고 생각하며 스터디 카페 같은 경우에는 노트북을 사용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항상 나만의 작업실을 꿈꾸는데 언제쯤 이루어질지 모르겠다.



# 09.

로미오와 줄리엣은 그리스 신화 파라모스, 티스베와 구조가 거의 같지만 표현이 다르므로 표절이 아니다. 반면 이야기는 판이하더라도 개성적인 문장을 두어 줄 베꼈다면 표절이다. 대부분 이야기의 구조는 비슷하지만 이를 가지고 모든 이야기가 표절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비슷한 구조 속에서 본인만의 개성을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



# 10.

글을 쓸 때 명확한 주제를 가지고 쓰는 작가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작가들도 많다. 글을 쓰다 보면 등장인물이 글을 이끌어가는 경우도 있고 글이 완성된 뒤 이를 알아차리는 작가들도 있다. 그렇기에 작가에게 작품 집필에 대한 의도를 물어보는 것은 무의미할 수 있다.


나는 저자의 말처럼 독자들이 작가의 의도에 대해 지나치게 생각하며 읽지 않았으면 좋겠다. 특히 문학 같은 경우 읽으면서 자신만의 관점과 감정을 생각하고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것을 통해 아주 조금이라도 이전과 다른 자신이 되는 것이 중요하다.



# 11.

소설가들의 직업병인 피해의식과 거기에서 비롯되는 시기심, 분노, 우울증 그리고 자기 파괴에 대한 저자의 이야기를 들으며 공감했다.


글을 쓴다는 것은 외로운 작업이고 혼자 있는 시간이 많은 직업이다. 이는 ‘외로움’과 연결되어 있는데 지나친 외로움으로 인해 자신의 삶과 주변인들의 삶도 갉아먹는 경우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피할 수 없는 외로움의 영향력을 약하게 만들 수 있는 각자만의 방법이 필요하다.



# 12.

남들의 평가를 확인하는 일에는 중독성이 있다는 저자의 말에 공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글을 쓰거나 쓰고 싶은 사람들과 흔히 말하는 예술가들은 대부분 비대한 자의식을 가지고 있다는 말까지 공감했다.


이를 이겨내기 위해 조금 더 자신을 믿으려 한다는 그의 의견에 적극적으로 공감한다. 가장 중요하고 믿어야 하는 존재는 다름 아닌 자신이다. 그 믿음이 자신을 더 좋은 곳으로 데려다줄 것이라 생각한다.



# 13.

무슨 일을 하든 본인은 물론 타인도 모르는 이유로 갑자기 성장할 때가 있는데 이는 작가도 마찬가지이다. 저자는 하루키에게 노르웨이의 숲이 그렇다고 설명한다.


나 역시도 지금과 다른 수준의 결과를 얻으려면 어떠한 계기가 필요하고 이러한 계기를 잡으려면 하고 있는 것에 몰입하는 것이 필요하다.



# 14.

작가로 살아가면서 경험했던 부당함과 1980~90년대의 기본도 갖추지 못한 기업들의 운영방식을 보이는 일부 출판사와 관련 종사자들의 모습에 대해 읽으며 한숨이 나오고 마음 한편이 답답했다. 개인적으로 내가 일하고 있는 사회복지 분야도 꽤나 후진적이고 답답한 업계라고 생각하는데 비슷한 분위기가 환경을 보며 “어찌하여 내가 선택했고 하고 싶은 일은 다 이럴까?”라는 생각을 했다.



# 15.

책을 읽다 보면 전업 작가의 삶이 얼마나 힘든지 알 수 있다. 단순히 인세로만 생계를 유지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작가는 영화나 드라마에 대한 얘기도 하지만 너무나도 다른 세상의 일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다른 국가에서도 전업 작가로 살아간다는 것은 굉장히 힘들고 드문 일이라고 한다.


이렇게 드문 삶이라서 그런지 더욱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삶이다.





예전에 읽은 [책, 이게 뭐라고]와 [책 한번 써봅시다]보다 조금 더 현실적인 부분. 수입, 계약, 출판사 및 문단의 분위기 등에 대한 내용이 기억에 남았다. 특히 출판사들의 후진적인 시스템과 이해할 수 없는 계약 형태 등을 읽으며 “이게 사실이라면 정말 충격적이네.”라는 생각을 했다. 특히 정산을 못 받는 경우도 많다는 것에 대해 어이가 없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했다. 이런 부분의 개선을 위해 우리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곰곰이 생각해 볼 문제이다.


어찌 보면 작가들의 현실은 암담하지만 그럼에도 글로써 자신의 생각과 감정 그리고 독창적인 세계를 많은 사람들에게 말하고 싶은 욕구는 사라지지 않는다. 그렇기에 “원고 작업은 가장 괴로운 순간에도 내 삶을 갉아먹지 않는다"라는 저자의 말에 공감하며 오늘도 차근차근 글을 써 내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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