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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멧북 Mar 26. 2023

행인 - 나쓰메 소세키

자신만의 세계와 고독에 빠지지 말기.

얼마 전 오랜만에 친구를 만난 뒤 방문한 광화문 교보문고. 친구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자신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다. 그럴 때마다 떠오르는 작가. ‘나쓰메 소세키’ 그의 글을 읽으면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볼 수 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놓는 다리는 없다.”


오늘도 유난히 그의 문장이 내게 다가왔지만 우울해지기 싫은 마음에 망설이다 결국 책을 집어 들고 계산대로 향했다.




# 01.

나(지로)의 친구 미사와는 병원에 입원한 상태이지만 나와 여행을 가려는 고집을 꺾지 않는다. 반면 나(지로)는 그의 상태가 호전될 때까지 찜통 같은 도시에 머물고 싶지 않았다. 나(지로)는 이런 자신의 모습을 보면서 상대방과 자신의 이기적인 성향을 동시에 파악한다.


나는 그가 동시에 파악한 사실에 대해 생각해 보았고 평소 살아가면서 모든 사람은 자신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행동한다는 것이 떠올랐다. 예전에는 “저 사람은 왜 저럴까?”라는 생각을 많이 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나 역시도 타인에게 그러하였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 점은 인간관계에서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아닌 타인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자신만의 타협점을 찾아 대응하며 살아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했다.



# 02.

미사와는 자신의 몸이 괴로움에도 괜찮다며 술을 마신다. 이후 통증으로 인해 병원에 내원한 순간 “자신의 몸을 몰랐다.”라고 말한다.


나는 이 부분을 읽으며 자신의 몸뿐만 아니라, 자신의 건강, 생각, 감정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정의하여 그에 맞게 자신을 아끼며 살아가야 된다는 생각을 했다. 자신을 아끼지 않는다면 결국 자신을 파괴하게 된다.



# 03.

주인공은 미사와의 병원에 입원해 있는 사람들의 다양한 모습을 관찰한다. 그러다 상반된 두 명의 환자를 보게 된다. 한 명은 아주 적은 얼음 값조차 지불하기 힘든 처지이며 다른 한 명은 경제적으로 풍족한 사람이다.


얼음 값조차 지불하기 힘든 사람은 죽을 수 있는 상황에서도 시골로 내려가지만 경제적으로 풍족한 사람은 충분한 휴식을 취하며 건강을 회복한다. 이러한 모습은 많은 시간이 흐른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과학과 기술이 발전하고 전체적인 경제적 수준과 삶의 질이 향상되어도 절대로 모든 사람이 평등할 수 없기 때문에 경제적인 차이로 인해 달라지는 삶은 변함이 없다. 그렇 때문에 사회적, 경제적인 약자를 지원할 수 있는 안전망을 꼼꼼하게 만들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새로운 것들이 탄생되고 인류는 더욱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 04.

비록 자신이 관심 없어하는 이성이라도 미사와가 그 이성에게 가까워지는 모습을 보며 주인공은 이기심과 질투를 느낀다. 반대로 미사와 또한 자신이 관심 없어하는 이성이 주인공과 가까워지는 모습을 보며 그와 똑같은 감정을 느낀다.


소세키가 이들을 통해 말한 이기심과 질투심에 대해 생각해 봤다. 이기심과 질투. 이 두 가지 감정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느끼는 감정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이 감정들이 무조건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때로는 이기심이 타인에게 도움이 될 때도 있으며, 질투가 자신을 발전시킬 수 있는 자양분이 되기도 한다. 다만 그것들이 지나치게 되면 자신을 파괴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소세키가 이번 글을 통해 말한 이기심과 질투는 내가 생각하는 긍정적인 부분이 아닌, 부정적인 부분이라 받아들였고 이러한 부분은 경계해야 한다.



# 05.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이성적이고 객관적으로 설명할 수 없다. 미사와가 이혼을 하고 병을 앓고 있는 아가씨를 사랑했던 것처럼 말이다. 사랑은 꼭 긍정적이고 밝은 모습을 통해서 느끼는 감정이 아니다. 그러니 이것저것 따지지 말고 마음이 가는 대로 사랑을 하면 된다.



# 06.

사람은 각자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판단한다.


형의 어머니는 며느리가 냉담해서 부부 관계가 냉랭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주인공의 말처럼 자신의 형 또한 냉담하고 짜증을 많이 내는 인간이다. 형수 또한 비슷한 기질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서로 원하는 것을 얻기 힘들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자신의 어머니가 형수의 성격을 너무 극단적으로 평가한다고 생각하며 반대로 형수의 입장에서는 남편의 냉담하다고 평하고 있을 수도 있는 것이다. 자신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자신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판단한다 그러기에 서로를 알아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 07.

똑똑하지만 사람을 믿지 못하는 형의 모습을 보며 안타깝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고 당장 멀리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형과 같은 사람은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경우를 많이 봤기 때문이다. 결국 그는 동생에게 본인의 아내를 유혹해 보라는 부탁을 한다. 비도덕적이고 비인간적인 부탁을 한다.


이 부분을 읽으며 소세키가 사람에 대한 의심을 너무 극단적으로 형을 통해 표현했다고 생각하면서도 “어쩌다 한 번쯤은 자신을 포함한 인간이라는 존재를 의심할 때가 있지.”라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의심이 길어지면 본인은 물론 상대방도 피폐하게 만든다.



# 08.

인간이란 자신에게 소중하지 않은 다수의 사람들에게 손가락질 당하고 모욕을 당하는 것보다 평소 가깝고 소중하게 생각했던 사람을 의심하며 속마음을 알 수 없는 것을 더욱 괴로워한다. 그렇기 때문에 평소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상처 주지 말고 최선을 다해 다정하고 친절하게 하자.



# 09.

주인공의 말과 같이 아무리 자신이 원하고 좋아하는 일을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더라도 일상생활을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기본적인 일 들은 직접 해야 한다. 그래야 타인들과 함께 살아갈 수 있다. 그렇지 못한다면 주인공의 형과 같이 까칠하고 이기적이며 지나친 이상주의자가 되어버릴 가능성이 높고 그로 인하여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많은 고통을 안겨준다. 얼마나 어리석은 삶인가?


절대 인간은 혼자 살아갈 수 없다. 이를 명심해야 한다.



# 10.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기 원하면 자신의 생각과 마음을 확실하게 정리한 뒤 표현해야 된다. 그렇지 않다면 어떠한 일도 진행될 수 없으며, 타인으로부터 어떠한 도움도 받을 수 없다.



# 11.

“형님은 책을 읽어도, 사색을 해도, 밥을 먹어도, 산보를 해도 스물네 시간 뭘 해도 거기에 안주할 수 없었다고 하네. 뭘 해도 이런 걸 하고 있을 수 없다는 기분에 쫓기게 된다고 하네.”(p.363)


“형님이 괴로워하는 것은 그가 뭘 해도 그게 목적이 되지 않을 뿐 아니라 수단조차 되지 않는다고 생각해서네. 그냥 불안한 거지. 그러니 가만히 있을 수 없는 거네.”(p.363)


현재 나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문장을 여러 번 반복해서 읽었다. “뭘 해도 이런 걸 하고 있을 수 없다는 기분에 쫓긴다.” “그냥 불안한 거지. 그러니 가만히 있을 수 없는 거네.”


불안과 함께 살아가려면 그것에 대해 생각만 하는 것보다 지금 순간하고 있는 것에 집중하며 행동하는 것이 중요하다. 행동을 하면 조금씩 불안은 사라져간다.



# 12.

“인간의 불안은 과학의 발전에서 오네. 나아가기만 하고 그칠 줄 모르는 과학은 일찍이 우리에게 그치는 것을 허락해 준 적이 없지. (중략) 아무리 가도 쉬게 해주지 않네. 어디까지 끌려갈지 알 수 없지. 정말 두렵네.”(p.364)


평소에 가끔 하던 생각이다. 인간은 계속 진화해야 된다며 무언가를 끊임없이 찾아내고 만들어낸다. 그것이 인간의 숙명인 것 마냥 말하고 행동한다. 하지만 그것이 인간에게 악영향을 주기도 한다. 인간에게는 쉼이 필요하고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




삶에는 완벽한 선택이나, 완벽한 정답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 것들에 대한 정답을 찾겠다며 고민하고 괴로워하면 답을 얻는 것이 아닌 망가져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인간이라면 절대 알 수 없는 것들을 완벽하게 논리적으로 이해하려는 노력을 하는 것은 정말 어리석은 행동이자 생각이라고 생각한다. 더구나 이런 생각은 점점 커지고 깊어져 나중에는 자신의 모든 것이 되어버리고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버린다. 그러니 정답이 있다는 둥, 진리가 있다는 둥. 투덜거리며 살아가지 말자. 백날 고민해 봤자 답도 없는 질문일 뿐이다.


생각에 갇혀 한 번뿐인 삶을 고통 속에서 살고 싶지 않다. 형이라는 인물이 똑똑하고 훌륭한 사색가라도 그를 닮고 싶은 마음은 들지 않는다.


형의 모습을 보며 지난 몇 년 동안 나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괴로웠지만 동시에 그와 같이 살지 않겠다는 생각을 한다.


나는 순간에 집중하고 순간에 의미를 부여하며 순간의 행복을 위해 살아갈 것이다.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서 낙오자가 될 것 같은 불안 속에서도 순간에 충실한 삶을 살아갈 것이다. 조금 더 친절하게 조금 더 웃으며 조금 더 밝게 살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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