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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멧북 Apr 12. 2023

거미집으로 가는 오솔길 - 이탈로 칼비노

어린 핀의 시선으로 바라본 인간의 추악함.

마르코발도 혹은 도시의 사계절로 알게 된 이탈로 칼비노. 최근 이탈로 칼비노의 책이 눈에 많이 보여서 나의 옛날 독서 기록을 살펴봤고 2020년 독서 기록장 및 블로그에 해당 내용이 있었다. 그 당시 이 책을 읽으며 많이 웃었고 단순히 웃은 것뿐만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의 불우한 환경, 삶에 대해서도 생각했었다. 그때의 기록을 읽으며 “좋은 책이네.”라는 생각을 했다.


“5) 이탈로 칼비노의 다른 작품도 읽어 봐야겠다. 다음에 읽게 된다면 ‘거미집으로 가는 오솔길’을 읽게 될 것 같다.”라는 당시에 작성한 문장을 읽은 뒤 책을 구매하여 읽기 시작했다.




# 01.

누나와 함께 살고 있는 핀의 주변 환경은 굉장히 불우하다. 누나는 매춘을 하며 살아가고 동생에게 심한 욕설과 폭력을 휘둘렀기에 핀과 사이가 좋지 않다. 그렇다고 친구들과 사이가 좋지도 않다. 평범한 아이들과 공유할 수 있는 추억, 경험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눈치가 빠르고 총명하여 숨겨져 있는 동네의 비밀을 파악하는 능력을 가졌으며 이를 이용해 어른들과 친하게 지내고 싶어 한다.


주목해야 할 부분은 핀 이 어른들을 조롱하고 그들에게 장난을 치는 이유라고 생각한다. 핀은 가족에게서도 사랑을 받지 못하고 친구들에게도 사랑을 받지 못한다. 그렇기 때문일까? 핀은 불특정한 어른들에게 장난을 치며 함께 웃으며 즐겁게 지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그들에게 자신의 존재를 인정받고 싶어 한다. 핀은 이를 위해 나이에 맞지 않는 행동과 기본 예의를 갖추지 못한 행동을 한다. 결국 핀은 독일 군인의 권총을 훔치며 큰일에 휩쓸려 버린다.


나는 이런 핀의 모습을 보며 아이들이 성장할 때 주위의 응원과 격려 그리고 아이의 행동과 생각에 대한 지지와 잘못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이러한 부분들은 핀과 같이 영특한 아이일수록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 02.

감옥에 갇혀있던 핀은 고문을 당한다. 그러면서도 예전에 알고 있던 사람들에게 미움을 받고 싶지 않은 마음과 분한 마음에 독일군 권총의 위치를 발설하지 않는다. 그러던 중 유명한 빨간 늑대를 만난 뒤 그와 힘을 합쳐 탈출한다. 이후 핀은 동료들을 데려오겠다는 그의 말을 믿고 약속한 장소에서 기다렸지만 그는 결국 오지 않는다. 시간이 흘러 핀 이 그를 만났을 때 그때 약속을 어긴 이유에 대해 묻자 그는 “최고의 명예는 대의를 위한 명예야.”라는 말을 하며 핀과 했던 약속은 덜 중요했다는 듯이 말을 한다. 개인적으로 이러한 빨간 늑대의 사고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빨간 늑대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



# 03.

“그들은 왜 싸울까? 그들에게는 질실 된 조국도, 상상 속의 조국도 없어. 그렇지만 그들 내면에는 용기도 있고 분노도 있다는 걸 자네도 알 거야. 그런 용기와 분노는 다름 아니라 모욕적으로 살아온 자신들의 삶. 자신들이 걸어온 어두운 길, 자신들의 더러운 집, 어릴 때부터 배운 말들과 악 해질 수밖에 없게 만든 피곤한 노동으로부터 생겨난 거지.”


인간의 감정, 삶의 태도는 주위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많은 사람들이 환경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이유다.



# 04.

“인간은 어린 시절에 경험한 두려움을 일생 동안 간직하며 살아간다. (중략) 더 이상 두려움을 느끼지 않는 것. 이게 바로 인간이 도달해야 할 궁극의 목표야.”(p.159)


비단 두려움뿐만 아니라 어린 시절에 형성된 성격이나 태도는 성인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그러니 어린 시절에 올바르고 행복한 경험을 많이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책은 어린 핀의 시선으로 어른들의 폭력, 거짓, 우울, 배신, 불안감을 표현한다. 모두가 사이좋게 웃으며 행복하게 살아가기를 원하는 핀의 바람과 다르게 서로를 증오하고 죽이고 불륜을 저지르고 배신을 일삼는다. 특히 전쟁 중인 핀의 국가는 이러한 삶의 어두운 면이 더욱 강조된다. 이 책은 이러한 암울한 시대 상황과 부정적이고 우울한 감정들에 대해 불편하지 않게 읽고 생각해 볼 수 있도록 해준다. 내가 예전에 읽었던 '마르코발도 혹은 도시의 사계절'과 마찬가지로 말이다. 인간의 어두운 면모들을 아이의 호기심이 가득하고 밝은 시선으로 접근해 보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지난 2020년과 같이 내가 다음에 읽고 싶은 그의 책을 정해보자. “이탈로 칼비노 전집 목록” 을 살펴보면 ‘나무 위의 남작’ ‘존재하지 않는 기사’ 그리고 ‘어느 겨울밤 한 여행자’가 눈에 들어온다. 음.. 다음에 읽은 그의 책은 ‘어느 겨울밤 한 여행자’로 정했다. 이유는 제목이 마음에 들어서다. 특별한 이유는 없다. 언제쯤 그의 책을 읽게 될지 모르겠지만, 분명한 것은 그때에도 ‘좋은 책이네.”라며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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