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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멧북 Apr 23. 2023

완벽한 미인 - 호시 신이치

편안히 읽을  수 있는 무던한 SF 초단편 소설.

서점을 둘러보던 내 눈에 연한 보라색의 책 한 권이 들어왔다.


“한 편당 10분, 참신하고 중독성 있는 즐거움을 선사합니다.”


최근 공모전에 지원할 글을 쓰느라 좀처럼 책이 읽히지 않는 나에게 도움이 될 것 같은. 책이었다. “호시 신이치” 처음 들어보는 작가에 책의 두께도 만만치 않아서 더욱 유심히 살펴봤다.


책은 다양한 초단편 소설로 구성되어 있었고 3권까지 출간했다. 개인적으로 초단편 소설만으로 이 정도 페이지의 책을 3권이나 출간하고 심지어 인기가 많았다는 사실에 놀라 고민을 멈추고 구매하여 읽기 시작했다.




# 01.


‘악마’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다. 때로는 욕심에 사로잡힌 인간은 악마보다 탐욕적이고 무섭다. 아무런 대가 없이 사람의 욕망을 채워주는 악마를 만났지만 그를 소멸시킨 것은 인간의 탐욕이었다.


인간은 자신이 고생하여 얻은 것이 아니라면 아무런 생각 없이 사용하고 그것을 제공한 존재에게 끝이 없는 지원을 요청하고 원한다. 이는 모두의 삶을 파괴하는 행동이다. 그렇기 때문에 무엇인가 얻고 싶다면 성실하고 끈질기게 달려들어 그로 인해 발생하는 고통을 이겨내고 얻어야 한다.


# 02.


‘봇코짱’


인간은 꼭 같은 인간에게서만 위안, 사랑 등의 감정을 느끼는 것은 아니다. 비록 봇코짱이 로봇이라는 사실을 알았어도 그는 사랑에 빠졌을 것이라 생각한다. 인간은 자신의 감정을 인정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으면 그 대상이 생물이든 무생물이든 가리지 않고 마음의 위안과 사랑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시간이 흘러 인공지능과 로봇에 관한 기술이 발전하면 인간과 로봇이 사랑을 하는 모습들이 많이 발견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봇코짱을 이용하여 부정한 이익을 얻던 매니저는 결국 가장 중요한 생명을 잃게 된다. 더욱 최악인 부분은 혼자가 아닌 다른 사람들의 생명까지 앗아갔다는 점이다. 부정한 생각과 행동은 결국 파멸을 가져오게 된다.


# 03.


‘방문객’


어느 날. 인간들이 만나보지 못한 생명체가 지구에 방문한다. 이를 본 인간들은 정체불명의 생명체를 분석하며 각자의 방법으로 접근한다. 이 과정에서 어떤 이는 논리적이고 사무적으로 접근하고 어떤 이는 돈으로 접근한다. 그뿐만 아니라 성적인 방법으로 접근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생명체에 대한 정보를 얻지 못한다. 그러던 중 평범한 청년이 망치를 이용하여 생명체를 내려친다. 많은 이들은 청년의 이런 난폭하고 대책이 없는 듯한 행동을 비난하며 그를 구속하지만 이를 통해 정체불명의 생명체에 대해 알게 된다.


이번 초단편 소설을 읽으며 새로운 일에 도전하거나, 잘 모르는 존재를 만났을 때에는 망치로 정체불명 생명체의 머리를 내려친 소년처럼 이런저런 생각과 요행을 바라지 않고 빠르고 단순하게 행동하는 것도 고려해야 된다고 생각했다.


# 04.


‘더위’


더위로 인해 조바심이 생기고 마음이 안정되지 않는다는 인간이 파출소에 찾아온다. 그는 자신을 체포해달라고 부탁하지만 실질적인 문제가 없기 때문에 경찰은 그러지 못하고 그를 이상한 사람 취급한다. 그럼에도 그는 괴로운지 자신의 불안감을 해소하는 방법에 대해 말한다. 처음에는 개미를 죽이고 그다음에는 곤충들을 죽이고 그 뒤에는 강아지를 죽였다. 이후에 원숭이까지. 점점 대상이 인간으로 향한다. 마지막에 경찰은 그에게 묻는다. 가족이 있냐고 말이다. 그는 얼마 전에 결혼을 했다는 말을 하며 글은 끝난다. 이후의 내용은 알 수 없으나 나는 그가 자신의 부인을 살해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분명히 그럴 것이다.


이번 글을 읽으며 연쇄살인마들이 떠올랐다. 그들도 점점 폭력 대상이 인간으로 향한다고 알고 있다. 특히 반려동물들을 죽이는 순간 인간으로서의 윤리적, 도덕적 판단은 불가능해진다. 결국 괴물이 돼버린다. 만약 주변에 이런 모습을 보이는 사람이 있다면 어찌해야 할까? 나는 그런 사람을 멀리하는 방법 말고는 잘 모르겠다.


# 05.


‘고양이와 쥐’


사람이 궁지에 몰리면 기발한 생각을 하게 된다. 그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훈계를 하는 것만큼 재미있는 일은 드문데 그로 인해 타인에게 원망을 받게 된다. 서로에 대한 악의는 서로를 파괴하게 된다. 어렵지만 자신의 삶을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면 조금 손해를 보며 살아가는 것이 평온한 삶을 보장하는 것 같다.


# 06.


‘거울’


어느 날. 한 남성은 악마를 소환한다. 하지만 우리가 생각했던 그런 악마가 아니었다. 굉장히 연약하고 두려움에 떨었다. 이러한 악마의 약함을 파악한 남성은 악마를 괴롭히며 자신의 스트레스를 해소한다. 결국 그의 부인도 악마에게 본인의 스트레스를 해소한다.


그들이 악마에게 가하는 폭력의 강도는 점점 강해지고 그럴수록 부부의 사회적으로 성공한다. 본인들의 스트레스를 해소하여 일터에서는 좋은 사람으로 인식되고 일도 잘 해결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국 악마는 두 인간에게서 탈출하고 부부는 스트레스 해소를 할 수 있는 대상이 없어지자 서로 다투다 파멸한다.


이 글을 읽으며 인간의 행동은 좋고 그름을 떠나서 반복하게 되면 빈도가 잦아지고 강도가 세진다는 것을 느꼈다. 그렇기 때문에 폭력, 비난 등 부정적인 생각과 행동은 의식적으로 줄일 필요가 있다. 반대로 긍정적인 생각과 행동을 의식적으로 증가시켜야 된다고 생각했다.


또한 인간이 살면서 스트레스는 피할 수 없는 것인데 이를 해소하는 방법이 중요하다. 이 글의 부부가 악마에게 화풀이를 하는 것은 스트레스 해소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렇기 때문에 악마가 사라지자 서로 다투다가 파멸하는 결과를 맞이했다고 생각한다.




최근 여러 일 때문에 독서시간이 많이 줄어들었고 머릿속에 글이 잘 안 들어오는 상황까지 더 해졌다. 그래서 쉽고 재미있게 읽고 싶어서 선택한 책이었다. 하지만 내 생각과 다르게 놀랄 만한 반전이나 자극적인 이야기는 없었다. 오히려 권선징악적인 내용이나 올바른 삶을 살아가야 한다는 이야기. 결국 악인은 벌을 받는 내용이 많다. 다만 글에 SF 요소가 녹아있어 교훈적인 글의 내용이 지루하지 않다.


나와 같이 독서에 집중하기 힘든 시기를 지나고 있는 분들이나 하루에 한 편씩 괜찮은 초단편 소설을 읽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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