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터면 게을러질 뻔했다.
하마터면 게을러질 뻔했다. 1월에 세워놓은 목표들을 '나름' 잘 지킨 2월이었다. 건강을 위해 시작한 러닝은 10km 마라톤으로 업그레이드됐고, 취업을 향한 준비도 차근차근 이어갔다. 잔병치레 등의 이유로 기준을 너그러이 적용한 적도 있었고, 여기저기 놀러 다니며 먹부림을 즐기기도 했다. 하마터면 게을러질 뻔한 2월의 모습은 이랬다.
2월이 되자마자 엄마와 초밥을 먹었다. 집에서 차로 10분 정도만 가면 있는 가게인데, 숙성된 네타의 맛이 일품이었다.
일부 초밥 가게는 활어회를 샤리에 얹는 것을 초밥이라고 부르는 것 같다. 따로 노는 횟감과 밥이 이질감을 주면서 불쾌한 경험을 선사한다. 그러나 이곳은 안정적인 숙성네타와 샤리가 잘 어울린다.
2월 첫날 점심부터 입이 즐거워졌다.
위치는 아래와 같다.
<스시재이>
경기도 용인시 상현2동 3-4 102호
031-266-7766
11:30 - 22:00, 월요일은 휴무
취준생은 많은 고민과 어려움을 가지고 살아가지만, 뭐니 뭐니 해도 통장 잔고가 가장 큰 문제다. 돈을 벌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돈을 벌어야 한다. 감사하게도 대학생 시절부터 디자인을 해왔고, 외주를 통해 비교적 높은 수입을 올릴 수 있는 능력을 쌓았다.
이번에는 대학 친구이자 ROTC 동기인 인호 회사 외주를 맡았다. 스톡 이미지, AI 이미지 기술인 'DALL-E'를 골고루 활용했다. AI 기술력이 얼마나 대단한 지 새삼 느낄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2월 3일, 육군 1사단 출신 공보정훈장교 동기들을 만났다. 25사단 출신이 포함된 이상한 조합이지만, 만날 때마다 답 없는 즐거움을 느끼게 해주는 친구들이다. 부조화의 조화랄까, 혹은 엇박자의 리듬감이랄까.
강남의 아트몬스터라는 가게를 방문했는데, 홍콩을 떠올리게 하는 공간 디자인이 인상적이었다. 보통 특정 공간을 흉내 낸 디자인은 저퀄리티로 인해 감흥이 깨지기 마련인데, 나름 잘 구현을 해 놓은 공간이었다.
인상적인 피켓을 든 아저씨는 덤.
<바빌론>을 봤다. 올해 본 영화 중 가장 인상 깊은 영화다. 압도적인 미술, 공간, 음악, 연출, 연기를 자랑한다. 특히, 영화사를 요약한 마지막 시퀀스는 괴성을 지르면서 관람할 정도였다. 원래부터 데미안 셔젤을 좋아했지만, 이 정도면 차세대 거장으로 평가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이미 거장일 지도 모르고.
같은 날, 서점에서 귀여운 책을 발견했다. 저작권에 문제가 없는 디자인인지는 모르겠다만, 귀엽다. 귀여워서 같이 올린다.
코로나19 동절기 추가백신을 접종했다. 약간 충동적인 결정이었는데, 혹시 취준 중에 코로나19로 면접을 놓치거나 하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이었다. 의미 없는 걱정인 것 같긴 하지만, 어쨌든 노마스크 시대 마음이 조금이나마 편해졌다면 위안을 삼아야지(원래도 불안하지는 않았지만).
이날부터 몸이 3-4일 간 아팠다. 알고 보니 백신 후유증이 아니라 심한 부비동염이었다. 그래서 이날부터 달리기와 운동을 전면중단하고 요양에 나섰다.
몸이 좀 회복된 뒤, 전주로 1박 2일 여행을 떠났다. 떠나는 11일 아침, 함께 가지 못한 아빠는 거실에 온돌을 펴고 각종 콘텐츠 정주행을 다짐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전주에서는 다양한 장소를 가기보다는, 생신을 맞이한 할머니를 위한 맞춤형 여행(적게 걷고 화투를 많이 치는)을 했다. 네 컷 사진을 이토록 단기간에 많이 인쇄한 적도 처음일 것이다.
아래 사진은 비빔밥 와플과 오랜만에 본 피카츄 돈가스다. 비빔밥 와플은 기대보다 훨씬 더 맛있었고, 피카츄 돈가스는 이제 추억에 묻기로 결심했다.
갑작스러운 얼빡샷에 당황하셨다면 사과드린다. 13일에는 증명사진을 찍었다. 정장 사진이 필요할 것 같아 찍었는데... 지나친 포토샵의 정석이다. 과하고 과하고 과하다. 사진을 찍어보고 초토샵을 다루는 사람으로서, 더욱 이해되지 않는 사진이다. 30,000원에 파일을 받으려면 돈을 더 내야 한다는 점도 의문이다.
아무튼, 사진이 너무 마음에 안 들어 기존에 있던 얼굴 증명사진을 합성해 넣었다.
미금에 위치한 실내 암벽등반장 <더볼더>를 방문했다. 힘을 빼야 비로소 쉬워지는 암벽등반은 내게 너무 어렵지만, 눈에 보이는 결승 지점이 있다는 점에서는 재미있는 운동이다. 강사 분들도 너무 친절하셔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에 완벽한 곳이다.
이후, 주점 <원행>에 갔다. 전통주에 관심은 있어도, 유튜브 시청으로 끝내던 나에게 새로운 경험이었다. 사장님께서 전통주를 소개해주시고, 안주와 페어링도 추천해 주신다. 술의 종류가 다양하고, 시음용 한잔도 제공해 주셔서 전통주도 와인만큼이나 재미있다는 사실을 처음 깨달았다. 입에 침이 고인다.
18일, 오래간만에 산행에 나섰다. 엄마, 아롬이 형과 지유 누나까지 합세했다. 한동안(이라고 해봤다 5일도 안 되는 기간) 운동을 쉬고, 산행도 오랜만이라 그런지 힘에 부치는 순간이 잦았다. 그래도 역시, 산행은 정상 등반이 모든 어려움을 해소시켜 준다. 이 날은 알토도 데리고 올랐는데, 사람보다 개가 산행에 능하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내려오는 길, 물리학과 노력의 집약체인 돌탑을 발견했다. 언제까지 유지될 것인가... 를 고민한 뒤, 중국집에서 가족 식사를 먹었다. 꿀맛!
Practice makes perfect. 뻔한 만큼이나 분명한 말이다. 내내 달렸더니, 생애 첫 10km를 달리는 데도 성공했다. 처음이라 1시간이나 걸렸지만, 사실 이것도 충분히 좋은 성적이다. 지금은 50분까지 기록을 단축했으니, 올해는 갓생 살기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마라톤 대회를 꼭 나가야지!
운천 동기들을 만났다! 거의 1년 만에 만난 동기들도 있어 더욱 즐거웠다. 갈매기살을 먹고, 보드게임 카페를 찾아갔지만, 비전투병과 출신 정훈장교의 지도 찾기 실수로 보드게임 카페가 없는 곳에 불시착하고 말았다. 그래도, 우노가 있는 '놀숲'에서 미친 듯이 즐거운 1시간을 보냈다. '동기는 평생 간다'는 장교 선배들의 말을 다시금 새기는, 그리고 우노의 즐거움을 다시 한번 깨닫는 그런 날이었다.
용산을 갔다. <서치 2>를 관람하고, <올딧세>에서 커피를 마셨다. 섬세한 감성의 카페는 오랜만이다. 예쁘고, 맛있었다. 카페는 그만하면 족하다.
이어서 간 곳은 직각식탁. 숙성 모둠회와 서울의 밤을 먹었다. 와, 정말 맛있었다. 부드러운 식감의 연어부터, 쫄깃한 식감의 고등어까지 구성도 알찼다. 적당히 시끌벅적한 분위기와 낮은 밝기의 조명까지, 소개팅이나 모임 등 아무런 자리가 다 어울리는 장소였다.
며칠 뒤, 러닝화를 샀다. 10km를 뛰다 보니 기존 뉴발란스 운동화는 내부 천이 찢어지고, 발도 조금씩 아팠다. 아식스 님버스 24를 구매했는데, 돈값을 철저히 한다. 적당한 반동으로 기분 좋은 통통거림을 선사하고, 발볼이 넓은 나에게도 잘 맞는다. 확실한 기록 단축까지 가능!
2월은 총 24일을 10,000보 이상 걷기에 성공했다. 사실 2월은 일본어 공부와 책 읽기에 꽤나 소홀했기에, 영화평과 독서평만 올리는 것으로 글을 마무리한다.
2월에 본 영화 및 한줄평
-애프터썬 : ★★★☆ “어리다” 생각해도 다 큰 어른일 수 있지. “다 컸다” 생각해도 여전히 부족한 애일 수 있고.
-바빌론 : ★★★★☆ 변화 앞에서 인간은 약할지라도, 그들이 만들어내는 필름은 영원하다.
-앤트맨과 와스프 : 퀀텀매니아 ★★ 개연성, 설득력, 창의성과 감동 모두 잃어버린 마블, QA는 포기했나…
-TAR 타르 : ★★☆ "대체 왜?"를 계속 묻게 하는 영화와, 기필코 납득시키는 케이트 블란쳇
-서치 2 : ★★★☆ 가끔은 스토리텔링의 허점을, 스토리텔링의 방식으로 극복할 수 있다.
2월에 읽은 책과 한 줄 소감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달리기 책에서 걷지 않는 법을 배우다
-미스터 프레지던트: 성과가 없더라도 상식은 있어야 한다. 상식조차 없는 시대, 상식이라도 그리워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