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성패의 롤모델
열네 번째 인터뷰이는 취업성공패키지로 편집디자인의 길을 걷게 된 코알라군 님입니다.
목차
1. 인물소개
2. 오늘 여기의 나 - 지금 하고 있는 일
3. 어쩌다 편집 디자이너 : 취업성공패키지
4. 코알라군은 방황 중: 취업 후 지금까지
5. 인스타툰 : 삶의 방향성을 찾아가는 과정
6. 삶에 대한 평가
7. 후회하는 일과 잘했다고 생각하는 일
8. 기타 질문
9.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10. 마침
이름 : 코알라군
나이 : 29세
성별 : 남성
학력 : 고졸 / 대학중퇴(사회복지학)
경제력 :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일반 직장인 월급
안녕하세요. 저는 코알라군입니다.
29살 남성이고요. 대학교를 중퇴를 해가지고 고졸이 최종 학력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대학에서는 무엇을 공부하다 중퇴하셨나요?)
사회복지학과에 들어가서 공부를 했다가 저랑 전공이 안 맞아서 네 중퇴를 선택을 했습니다.
(아무래도 사회복지 쪽이 쉽지 않죠.)
제 주변에 사회복지를 전공한 친구들은 결국엔 다 다른 일을 하고 있어요. 처우도 너무 안 좋고 힘들더라고요.
인스타툰 코알라군을 운영하고 있고 현재 직업은 편집 디자인일을 하고 있습니다.
편집 디자이너는 웹페이지, 아니면 인쇄물에 들어가는 그런 이미지를 디자인하고 만드는 일을 하는 직업이라고 생각을 해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디자인 영역이 오프라인과 온라인으로 나눠지는데 온라인은 보통 SNS에 쓰이는 홍보 이미지나 콘텐츠, 웹페이지에 들어갔을 때 뜨는 그런 배너 같은 게 있고, 오프라인에서는 그냥 인쇄 관련된 모든 것들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엑스배너나 간판에 있는 것들도 다 인쇄물이거든요.
길가다 보면 이런 걸 만드는 사람이 편집 디자이너라고 생각해주시면 되겠습니다.
(굉장히 광범위한 디자인 활동을 하고 있다고 보면 되겠네요.)
네. 맞아요. 지금 제가 다니고 있는 회사는 국내의 한 대기업을 맡아서 그 기업의 스토어에 들어가는 POSM들을 다 만들고 있습니다.
※POSM
Point of Sale Materials의 약자로, 실제로 제품이 판매되는 시점에 제품 정보를 제공하고 구매를 촉진하기 위해 사용되는 마케팅 자료를 의미한다.
예 : 포스터, 배너, 스탠드, 카드, 디스플레이, 팸플릿 등
• 편집 디자이너로서의 현재 경제력은 어느 정도 수준인가요?
일반 직장인 월급이 뭐 이백에서 삼백 사이잖아요. 저도 딱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제 수준에 맞게 그 정도 벌고 있습니다.
제가 사회복지학과로 진학하게 된 건 그냥 성적 맞춰서 대학을 가다보니 그렇게 된 거 거든요. 군대에 가 있는 동안에 까지만 해도 저는 그냥 복학해서 사회복지사나 되어야지, 이런 생각이었어요.
근데 제 제일 친한 고등학교 동창이 자기가 하는 디자인 쪽을 해보는 게 어떻겠냐고 전과를 추천해줬어요. 그 친구는 디지털 디자인 쪽이었는데, 편입을 하든 자퇴를 해서 아예 학원을 다녀서든 디자인 쪽을 해보라고 하더라고요.
그러면서 저한테 취성패, 취업 성공 패키지라는 걸 알려준 거예요. 그리고 저희 누나도 취성패를 통해서 일을 하고 있어서 도대체 취성패가 뭐길래 [이렇게 추천하나] 해서 찾아봤는데 정말 좋은 제도가 있더라고요. 그래서 자퇴를 하고 취업성공패키지를 통해서 편집학원에 들어가서 6개월 간의 수업을 이행하고 편집 디자이너가 됐습니다.
(취업 성공 패키지의 학원 과정이 상당히 힘들다고 들었는데.)
좀 빡셌어요. 그래도 학원에서 포트폴리오까지 만들어주는 풀패키지여서 그걸 다 이행하고 포트폴리오를 되는대로 뿌렸는데 연락이 온 곳이 있어서 첫 회사로 취업하게 됐죠.
아, 고등학생 때부터 제가 친구랑 합성 같은 걸 하면서 노는 걸 좋아했었어요. 그때는 포토샵이나 이런 합성 다루는 툴을 전혀 다룰 줄 모르니까 핸드폰 어플 다운받아서 그걸로 앨범 패키지 만들고 이런 걸로 둘이서 놀았단 말이에요.
그 친구는 아예 그 분야를 아예 판 거고, 저는 그렇게까지는 생각을 못 했던 거죠.
일단은 성적 맞춰서 갈 수 있는 대학이나 가자고 생각을 했는데, 그 친구가 하고 있는 공부가 좀 궁금했기도 했고, 그 친구를 통해서 들으니까 너무 재미있어 보이는 거예요.
(어릴 적부터 소질도 있고 취향도 맞았던 거네요.)
취향이 좀 맞았던 것 같아요. 소질은 사실 저도 잘 모르겠어요.
(소질은 왜 모르겠어요? 회사에서 인정을 못 받나요?)
네, 맞아요. 못 받고 있어요.[웃음] 열정만 많은 타입이어서.
[웃음] 취성패 쪽도 좋아했습니다.
저는 취성패 정말 좋은 거 같아요. 이 부분에서 정말 자신감이 있는 게, 제가 저 말고도 [사회복지학과 출신] 세 명을 그렇게 취성패 추천해서 다른 분야로 취업이 되었습니다.
(예를 들면 어떤 분야로 취업을 했나요?)
중공업 쪽으로 간다든지, 인테리어 시공 이런 쪽으로 간다든지, 아니면 그냥 일반 회사 사무직으로 간 친구도 있고. 이게 전공을 살려도 되거든요.
제가 주변에 많이 추천을 하고 다녔어요. 제가 아무래도 자퇴를 하고 취업을 했다보니 남들보다 일찍 취업이 된 편이어서 이미 경제활동을 하고 있었다보니까 아직 대학생이던 친구들이 많이 궁금해하더라고요.
저는 정말 추천 많이 했어요. 나라에서 이런 걸 하고 있더라. 심지어 공짜더라. 한 번 해볼래?
취업하고 나서도 내일배움 카드로 사진 학원도 다니고 디자인 툴 익히는 학원을 또 다녔어요. 직장인을 위한 주말반이나 저녁 시간 수업도 있거든요.
(향상심이 정말 대단하시네요!)
그때는 아직 순수한 때였거든요. [웃음]
처음 들어간 회사는 어린이 화장품 회사였어요. 거기서 2년 8개월 정도 일하다가 그만뒀습니다.
(꽤 오래 일하셨는데 왜 그만 두셨나요?)
그때 막 내일 채움 공제가 끝날 시기였어요. 남들도 다 오래 일했다고 하고 나도 좀 오래 일한 것 같으니까 이직을 해야겠다 생각을 하고 퇴사를 말씀드렸는데, 환승 이직을 못하고 그냥 퇴사를 하게 됐습니다. 그러고 제가 1년을 쉬었어요.
(취직이 어려웠나요? 아니면 좀 쉬고 싶었나요?)
그게 다 섞였던 것 같아요.
쉬고도 싶은데, 원하는 수준의 회사에도 못 들어갔던 것 같고. 근데 또 동시에 하고 싶은 건 너무 많았고. 이러다 보니까 좀 방황을 하다가 제가 지금 다니고 있는 에이전시에 들어가게 됐거든요. 거기에서 3개월 정도 근무를 하고 또 다시 퇴사를 했어요.
정직원으로 이제 전환이 된다는 얘기를 듣고, 그럴 필요 없으시다 하고.
왜냐하면 이 회사가 딱 그 대기업 하나를 수주해서 저한테는 너무 업무가 어려운 거예요. 야근도너무 잦았고. 전에는 인하우스의 회사여서 좀 워라밸을 지킬 수 있었는데.
(일 자체도 어렵고 근무 환경도 너무 힘들었던 모양입니다.)
제가 그래도 디자인 에이전시는 가고 싶다는 욕심이 있어서 좀 수준이 있는 에이전시들을 막 찾다가 다양한 브랜드랑 콜라보하고 있는 한 에이전시에 들어가게 됐어요. 그런데 들어가고 보니까 거기는 소수의 인원들이 너무 많은 일을 하고 너무 큰 책임을 물고 있었어요. 제가 사실 이 2~3년 차 경력인데 거의 10년 차 경력직들한테 시킬 만한 일과 커다란 책임감들을 부여하고 있었어요.
제가 클라이언트들이랑 직접 다 소통해야 되고. 제가 말도 좀 버벅거리고 이러니까 그런 소통에 대한 압박도 느끼고, 너무 스트레스를 받았어요. 직전 회사는 같은 에이전시 구조였지만 그래도 팀으로 묶여서 일을 하고, 사수들도 많았는데. [이직한 곳은] 사수도 없이 제가 모든 걸 다 하니까 이직 전에 예상했던 그림이랑 너무 달랐던 거예요. 그 회사도 3개월을 다니고 정규직으로 이제 전환되는 시점에서 제가 퇴사했어요. 그렇게 나와서 한 달 동안 또 방황을 했어요.
이 일이 나한테 안 맞나? 그렇게 고민을 많이 하는 시기였는데 때마침 바로 직전에 일했던 에이전시에서 요새 뭐 하고 있냐, 뭐 잘 지내고 있냐고 연락이 왔어요. 그때 제가 찡찡거린 거죠. 거기 갔다가 고생만 하고 이러고 있다. 그러니까 거기서 ‘딱 한 번 용서해 주겠다. 돌아와라.’ 이런 식으로 말씀하셔서 다시 재취업을 하게 됐죠.
(용서해준다니. 그냥 자기들이 사람이 급한 거면서!)
[웃음] 아무래도 1년을 쉬었다보니까 그 압박감이 있더라고요. 차라리 내가 의지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는 곳에 들어가자 해서 다시 재입사를 하고 지금 근무를 하고 있습니다.
재미없다 쪽에 가까운 것 같아요.
그 이유가 좋아서 시작한 일도 사실 하고 싶은 일만 할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그 외의 다른 일도 맡게 되니까. 예를 들어 보고서 작성이나 이런 것도 있고. 그리고 저희가 좀 대기업 쪽 일을 하다 보니까 디자인이 그렇게 다양하지 않아요.
제가 원하는 거는 막 핑크퐁처럼 귀여운 서체도 쓰고 싶고, 무신사 이런 데 배너도 요새 다양하거든요. 저는 그런 거를 하고 싶었는데 항상 시안에서 탈락을 하니까. 평범한 거를 찾아라 그렇게 이야기를 해주시고.
(혹시 프리로 일해볼 생각은 없으셨나요?)
제가 처음 퇴사하고 하고 3개월 동안 일했던 그 다음 직장에서 프리랜서랑 소통을 했었어요.
그 에이전시가 안에 있는 디자이너는 4명에서 5명인데 소속되어 있는 디자이너는 30명인 거예요. 사실 나머지가 다 프리랜서였어요. 일을 받아서 프리랜서분들한테 일을 나눠주고 했는데, 보니까 프리랜서 쪽이 더 많은 책임감이 있어야 될 것 같더라고요. 또 오히려 그분들한테는 스펙을 좀 많이 따지게 되고. 아무래도 일을 맡겨야 하는데 능력을 확인할 수 있는 게 포트폴리오랑 스펙밖에 없잖아요.
그런 걸 보면서 프리랜서는 하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때 다녔던 회사도 에이전시니까 프리랜서들이 지원하고 연락을 하고 일을 받는 거지, 내가 그냥 프리랜서로 딱 시장에 나왔을 때는 경쟁력이 너무 없는 거예요. 크몽이나 이런 사이트를 통해서 프리랜서로 전향을 많이들 하시는데, 그것도 너무 치열하고 단가가 너무 낮아졌어요. 예를 들어 세 시간 정도 소요되는 일의 단가를 보면 차라리 배달을 뛰는 게 나을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요.
(프리랜서 자체를 할 생각이 없으신가요?)
하고 싶다는 로망은 있죠. 근데 그건 로망이고, 나중에 경력이 많이 쌓이고 주로 소통할 수 있는 클라이언트가 있으면 하고 싶다, 그 정도.
제가 작년 12월은 풀로 [일을] 나갔어요. 크리스마스 때도 출근을 했거든요. 그리고 9시에 출근해서 새벽 2시에 끝나. 일주일 내내.
(그거는 노동착취에 가깝지 않나요.)
맞아요. 근데 제가 느끼기에 이 분야가 열정페이가 좀 심해요. 특히 에이전시 쪽은요.
왜냐면은 너희가 이렇게 대기업 클라이언트랑 소통하는 거 자체가 스펙이 되는 거 아니냐. 그러니까 당연한 것처럼 [과한] 일을 주는 경우가 있고.
그리고 제가 들어보니까 진짜 양아치 같은 데는 그냥 퇴근하라고 한대요. 근데 일은 그냥 주고.
(말은 퇴근하라 이건데 집에 가서 해오든 뭐든 하라는 거 아니에요?)
맞아요. 제가 3개월 잠깐 다녔던 거기가 딱 그랬어요. 저는 너무 힘들어서 업무를 조금 줄여달라고 요청을 드렸는데, 회사에서는 조율을 안 해줘서 제가 오히려 돈을 주고 크몽에서 사람을 썼거든요.
(잘 도망쳤다.)
그때에 비하면 지금은 양반이죠.
사실 저는 어디 가서 직무 이야기를 할 때 약간 머뭇거려져요. 저는 내가 디자이너가 아니라 회사원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러다보니까 내가 디자이너라고 말을 해도 될까 이런 생각이 들어요.
왜냐하면 디자이너라고 이야기를 하면 사람들은 좀 전문성이 짙은 그런 이미지를 떠올리나 봐요. 제가 디자이너라고 하면 디자인한 거 보여달라거나 포트폴리오를 보여달라는 사람도 있어요.
이게 어떻게 보면 자격지심일 수도 있는데, 그 사람들은 그냥 단순히 호기심일 수도 있잖아요.
(‘디자인을 한다니 멋진 걸?!’ 하면서 보고싶다고 생각하고 물어보는 걸 수도 있는데 내 마음이 그렇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거군요.)
사실 저를 이쪽으로 끌어다준 친구한테도 좀 열등감이 있어요. 이 친구가 제 포트폴리오도 봐주겠다고 얘기를 했었어요. 근데 처음에 제가 거절했어요.
(부끄러우니까?)
네. 부끄럽고, 또 너무 친하니까 내가 이걸 보여줬다가 얘한테 욕을 들으면 자존심이 너무 무너질 것 같은 거예요. 근데 이제 그때 1년을 쉴 때 이 친구가 저한테 앞으로의 방향이 어떻게 되냐, 앞으로도 같은 계열의 회사를 들어갈 거냐, 아니면 뭘 어떻게 할 거냐, 이런 얘기를 듣고 저도 고민을 많이 하다가 결국 조언을 얻으려고 포트폴리오를 보여줬고, 엄청난 피드백에 엄청난 조언에, ‘너 지금 이 상태면 안된다.’ 뭐.
덕분에 포트폴리오 퀄리티가 훨씬 올라갔어요. 남들은 학원 다녀서 그렇게 바꾸는데 저는 친구 통해서 공짜로 한 거죠. 심지어 친구도 바쁜데.
그 친구를 보면 아주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어요. 근데 저는 아까 말씀드렸듯이 제 정체성이 디자이너라고 느껴지지 않기도 하고, 지금 방황 중인 것 같아요. 그니까 그냥 주어진 일을 하면서 머물러 있는 느낌?
(근데 앞으로도 계속 일을 해야 되잖아요.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어떤 고민을 하고 계신가요?)
제가 사실 코알라군 인스타툰으로 많이 그리고 있는 부분이 그런 거예요. 방향성 부분에 대해서.
그리고 두 번째는 너무 이 대한민국 사회가 너무 치열하다. 그건 진짜 확실하게 느끼는 것 같거든요. 근데 그게 치열한 게 저는 약간 단순하게 생각하면 SNS 때문인 것 같아요. 그러니까 너무 많은 미디어가 너무 많은 사람들의 삶을 보여주고 있잖아요. 그런 걸 통해서 보면 뭔가 나만 빼고 다 너무 멋있게 살고있는 것 같고. 근데 나는 이미 어 누군가한테는 ‘너 충분히 잘하고 있어.’라는 소리를 들을 수도 있는데.
거기서 계속 제가 현타를 받았거든요. 제 스스로 뭐 만족감도 안 들고. 그러다 보니까 이제 좀 제가 생각했을 때는 사실 제 직무에 대해서도 그렇게 자신감이 점점 줄어드는 상태고, 방향성에 대해서도 그렇게 확신이 없는 상황인 거죠.
예전 직장 다닐 때 워라밸이 좋아서 시간이 많이 남는 거예요. 돈도 벌고 아이패드를 구입을 했는데 유튜브에서 인스타툰을 그리는 거를 이제 보게 돼서 그냥 시작을 한 거였어요. 그때는 코알라 군이 아니라 새 캐릭터였어요.
(지금의 코알라군이 아닌 다른 계정이었군요!)
네. 새를 가지고 에피소드 형식으로 그림을 그렸다가 제가 인스타툰 하는 걸 회사 동료분들이 알게 돼고, 다 저를 팔로잉해서 보게 되었어요. 그때 하던 인스타툰의 특징이 좀 끄적이는 수준에서 매일 그려서 올리는 거였어요. 그날 하루 있었던 일들을 일기처럼. 근데 반응이 좋았단 말이에요. 제 고민 같은 것도 서슴없이 올렸는데, 상사분들이 요즘 고민이 많아보인다 그러면서 소통의 창구가 되기도 하고.
그때 이게 참 재미있다,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내가 하고 싶은 말을 겉으로 못하면 인스타툰을 통해 소통해 볼 수 있구나.
(디자인을 하셔서 그런지 감성도 좋고 그림도 너무 귀엽더라고요.)
그렇게 말씀해주신다면 굳이 부정하지 않겠어요.[웃음] 열심히 하고 있는 거죠.
결론적으로 인스타툰이 엄청 대단한 목적이 있는 건 아니고, 그냥 이게 나를 이해하고 나 자신과 소통하면서 또 다른 사람들하고 소통하는 수단이라고 할까요. 계속 갈피를 못 잡고 방황하는 마음을 가라앉히는데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비슷한 고민을 하시는 분들이 와서 공감해주시면 더 위로가 되기도 하고요.
잘 모르겠어요. 네. 잘 모르겠어요.
사실 이 행복이라는 게 사소한 거라는 표현이 있잖아요. 근데 저는 그냥 행복하려면 일단 돈이 많아야 될 것 같거든요. 왜냐하면 제가 행복감을 느꼈던 순간이 언제냐 생각해보면 맛있는 거 먹을 때. 그때 잠깐 행복하고. 아니면 내가 좋아하는 뭐 사람들이랑 좋아하는 이야기하고, 카페를 가고, 이런 순간이더라고요.
그러려면 어떻게 해야 돼요? 돈이 있어야지. 그리고 마음의 여유가 있으려면 돈이 있어야지! 그런 거 생각하니까 행복은 돈인가? 생각하다가도 인스타그램 같은데 올라오는 이야기들 보면 [돈이] 전부가 아니라는 식으로 얘기를 하더라고요. 명예가 될 수도 있고, 사랑이 될 수도 있고.
저도 뭐가 맞는지 모르는 거죠.
그리고 오히려 내가 이게 행복하다고 오히려 가스라이팅 당한 건가?
(행복라이팅?)
네.[웃음] 나는 그냥 그저 욕구가 해소가 된 건데 그걸 행복이라 착각하는 건가 라는 생각도 들고. 그래서 약간 슬픈 이야기일 수도 있는데 저는 가족이나 친구의 순위를 정했을 때 그 순위를 잘 못 정하겠어요.
(가치의 우선순위를 결정하지 못하겠다.)
그죠. 저는 내가 제일 중요하게 느끼는 가치관을 좀 잘 모르겠더라고요.
일 때문에 애인이랑 싸운 적도 있었고 반대로 가족 때문에 일을 너무 하기 싫어할 때도 있었고. 이런 부분이 계속 겹치다 보니까 내가 도대체 일 순위로 생각하는 게 뭐지 라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더라고요.
(지금 전반적으로 방황하고 있다는 느낌이 드네요. 앞서 말씀하신 일에 대한 부분에서도, 또 내 가치관이나 감정에 대한 것까지.)
맞습니다. 그래서 저는 지금 나다운 걸 잃지 않으면서 방향성을 찾아가고 있는, 그런 상태인 것 같아요.
저희 가족들이나 친구들은 너무 생각이 많은 애라고 평가하고, 생각 없이 살라고 해요. 제가 걱정이 좀 많은 타입이라고 얘기를 많이 들었거든요.
친구들한테까지 아주 제가 고민을 막 들어내진 않지만, 가끔 진지해져서 이런 얘기를 하면 결국 단순하게 살라는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뭐 그렇게까지 생각하냐고, 그냥 지금을 살라고.
저랑 기질이 완전히 똑같은 친구가 있거든요. 그 친구는 단순하게 결론을 내렸더라고요. 나한테 1 순위는 돈이야, 이렇게.
(하지만 코알라군님께는 1 순위가 돈이 아닌 것 같구나.)
그렇죠. 돈이었으면 저도 입 다물고 이제 일을 했겠죠. 근데 돈은 아닌 것 같아요. 그랬다면 퇴사를 하고 차라리 돈을 더 많이 주는 데로 알아봤을 거 같거든요. 그래서 결국 난 도대체 뭐지?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주변 사람들은 너 생각이 너무 많아, 이미 잘하고 있으니까 심각하게 생각하지 말고 단순하게 살아봐 이렇게 얘기를 한다는 거네요.)
그렇죠. 누나가 2명인데 누나 둘 다 똑같이 얘기를 하세요.
(그게 기질적으로 잘 안될 수도 있죠.)
네. 그래서 업무를 할 때도 살짝 부정적인 편이에요. 이거는 이렇게하면 안 될 것 같은데요? 이런 이야기도 서슴없이 이야기하고. 그러다 보니까 너무 부정적으로만 생각하지 말고 일단 해보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고.
그걸[생각이 너무 많은 걸] 조금 고쳐 나가려고 하고 있긴 한데 이게 본연이 가진 성격이라 그런가 어렵더라고요.
(그럼 코알라군님의 현재 상황에 대해서만 알고 있는 타인들은 어떤 식으로 평가할 것 같나요?)
그냥 좀 철없는 애로 보지 않을까요?
(철없게 볼 것 같다고요? 왜요?)
아직 애니까 저런 생각 하지, 이렇게?
왜 그렇게 생각하냐면 저는 자기에게 확신이 있는 사람들이 진짜 멋있는 것 같거든요. 근데 저는 확신이 없으니까.
(아마도 지금 질문에 해당하는 그 ‘타인’이 저에 가장 가까울 것 같은데, 저는 코알라군 님은 정말 멋지게 잘 살고 있다는 생각을 했거든요.)
어, 그래요?
(대학을 중퇴한다는 선택도 선뜻하기 힘든데, 결단 내려서 편집 디자이너가 되었고. 여러가지로 고민하고 있다고는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힘든 직장생활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는 것만으로도 저는 엄청 잘 살고 있다고 생각해요.)
[코알라군 님은 부끄러워하는 것 같아 보였다.]
나를 그렇게 걱정하지 않아도 돼.
나는 내가 봤을 때 이게 [생각이 많은 것이] 내 기질인 것 같다 못 고친다.
그냥 고민을 말로 표현하는 거다. 그래도 다 할 거는 할 거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아라.
이렇게 이야기할 것 같아요.
저는 로망이 확실하게 있어요.
김포나 이런 준도시에 가서 카페랑 겸한 편집숍을 차리는 거예요.
(내가 좋아하는 것으로 가득 채운 가게와 카페를 차리고 싶다.)
그래서 그냥 간간이 오는 손님들 받으면서.
(하지만 먹고 사는 것에 대한 큰 걱정은 없이.[웃음])
제가 롤모델로 생각하는 디자이너분이 계시거든요. 그분이 오어즈라는 카페 겸 편집숍을 차려서 같이 운영하시는데 너무 멋있더라고요.
그 카페 분위기도 예쁜데 본인이 디자인한 거 엽서 같은 거 판매하고 있는 이런 삶이, 물론 수익구조가 잘 나오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런 게 너무 멋있으니까.
그게 제 로망.
(이런 로망이 있어야지 내가 살아갈 힘을 얻는 것 같아요.
편집샵을 차리는 노후를 꿈꾼다. 아주 좋습니다.)
원하는 공부를 선택하지 않고 성적에 맞춰서 대학에 간 걸 후회해요. 대학 수준이 기준에 못 미치거나 아니면 재수를 해서라도 내가 원하는 공부를 선택했으면 어땠을까. 왜냐면 아직까지는 그래도 전공자와 비전공자로 많이 나뉘고 하니까요.
(그 당시 하고 싶었던 공부가 있었나요?)
어… 그때도 없었나 봐요.
(하고 싶은 게 없었기 때문에 그냥 성적을 맞춰서 갔는데, 어떻게든 원하는 걸 찾아서 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인가 봐요.)
네. 한 분야를 선택해서 쭉 팠으면 지금 좀 더안정감이 있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을 합니다.
(근데 생각보다 본인의 전공을 살려서 일하시는 분들이 많지 않아요. 그래서 너무 후회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아요. 그리고 원하는 게 있으면 지금 대학가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취성패요. 취성패를 다닐 때는 제가 봐도 열심히 했거든요. 그리고 그 열정을 가지고 취업했을 때는 진짜 잘했거든요.
주어진 일에도 불만 없이 열심히 하고, 모든 게 너무 재미있었고. 그냥 내가 이런 일을 하고 있다는 거나, 월급을 받고 있다는 거나. 심지어 같이 일하는 사람들도 좋아서 그때 1년이 너무 행복했어요.
특히 학원 수료하고 취업 돼서 3개월 정도 근무할 때는 누가 뭐라고 해도 그냥 다 오케이 할 수 있을 정도였어요.
(취업성공패키지 제도는 정말 좋은 제도인 것 같아요.)
맞아요. 나라에서 운영하는 좋은 제도가 많이 있더라고요. 최근에 찾아보니까 월세 지원 같은 것도 있고. 그니까 [사람들이] 이런 거를 잘 이용하면 좋을 것 같아요.
근데 이런 걸 내가 직접 찾지는 이상은 또 잘 모르잖아요. 쇼츠나 이런 데 있긴 한데, 그냥 휙 넘겨버리는 경우가 많으니까 저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잘 알아보고 이런 것들을 이용하면 좋겠어요.
결혼, 하고 싶어요.
(왜 하고 싶어요?)
어쨌거나 노후에는 누군가 옆에 있어야 된다고 생각이 들거든요.
(외로울 것 같나요?)
외로움보다는 법적 보호자가 필요로 할 것 같아요.
제가 [사회복지학과 시절에] 취약 소득층인 노인분들을 뵐 일이 있었는데, 대부분 다 혼자 계시더라고요. 이분들은 나라에서 주는 복지나 이런 혜택도 모르니까 지원도 안하셨고.
그분들은 혼자 지내니까 오히려 더 침체되고 더 우울해 보였던 것 같아요. 근데 그렇다고 해서 못사는 사람들도 아니었어요.
(혼자라는 사실에서 오는 고립감이 있었나봐요.)
그리고 노인을 바라보는 혐오 시선 때문에 위축이 돼서 더 집에만 있고 그러는 것 같거든요. 저는 그런 거 보면서 그래도 노후엔 내 옆에 배우자가 있는 게 좋겠다. 아무도 없는 거랑 누가 있는 거랑은 엄청 큰 차이가 있겠구나를 느낀 거죠.
아이는 진짜 내가 완벽하게 A부터 Z까지 준비하면 그때는 갖는 게 맞는 것 같고.
(근데 A부터 Z까지 준비할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겠어요?)
없죠. 그러니까 부정적인 것 같습니다.
아이를 낳는 건 로망일 것 같아요.
(모든 걸 다 떠나서 아이가 있는 삶이 좋을 것 같아요, 아니면 없는 삶이 좋을 거 같아요?)
아이가 있는 게 사실 좋긴 할 것 같습니다.
(다만 내가 아이를 제대로 케어할 자신이 없다는 거군요.)
너무 많은 책임감이 따라야 되니까요.
물론 아이가 준 행복감이 그거를 뛰어넘는다고는 얘기를 하지만, 그냥 난 이 아이만 봤을 땐 너무 안타까울 것 같은 거 같은 거예요. 아이가 나로 인해서 또 불행할 수도 있잖아요.
내가 조금 부족해서 아이한테 잘못된 교육을 할 수도 있는 거고, 그러면 아이가 올바르게 자란다라는 보장이 없고.
(코알라군 님이 생각이 많다는 게 여기서 조금 더 드러나는 것 같아요.
아이를 낳았을 때의 가능성에 대한 생각들이 많잖아요. 그 와중에 잘된다는 선택지는 하나인데, 안 되는 선택지는 열 배, 백 배로 많고. 너무 아득하겠어요.)
맞아요. 너무 아득해요.
그래서 아이가 있는 삶이 로망이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그 책임감을 감당할 자신이 없는 것 같아요.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제가 사회의 문제 관심이 그렇게 크게 있지는 않아요. 그런데 간단하게 생각했을 때는 그냥 정부 때문이지 않을까요? 사는게 너무 힘드니까.
또 SNS나 이런 미디어를 통해서 너무 경쟁하는 게 보여지는 게 많으니까 자기도 모르게 경쟁하게 되는 것 같아요.
예를 들면 저희 조카가 6살이거든요. 근데 영어학원, 수학학원을 다니고 있어요. 그게 기본이래요, 이제. 6살짜리 조카가 분수를 배우고 있다는 거예요!
누나한테 왜 그렇게 빨리 하냐니까 그냥 다 시키는 거래요. 주변에 엄마들이랑 모이면 뭐 어느 학원 다니세요, 뭐 애한테 어느 정도 투자하세요, 이런 이야기를 서슴없이 서로가 하니까. 나는 애를 내가 방치해도 되나라는 생각에 따라 하는 거죠.
(그게 방치라면 방치해도 잘 자랐는데. 사실 우리도 학원 너무 많이 다녔다고 생각하는 세대인데,저는 오히려 그렇게 안 다녔어도 됐다는 생각을 하거든요.)
저도 그 이야기를 했거든요.
그러니까 어느 정도의 스펙은 중요하지만 이 애가 너무 공부가 아니다 그러면 차라리 다른 길을 빨리 알아보는 게 맞지 않나요? 요새 너무 다양하잖아요. 어릴 때부터 춤추고 하는 애들도 있고.
아, 그리고 워킹맘에 대한 편견들도 있어요.
(워킹맘에 대한 편견이라니, 어떤 것들인가요?)
처음 직장을 다녔을 때 들었는데, 워킹맘들은 엄마들의 모임에 못 낀대요. 왜냐하면 전업주부이신 분들은 아이한테 완전히 100% 몰입을 하는데, 워킹맘은 안 그러니까. 그래서 만나도 묘하게 좀 섞이지 못한대요.
(근데 요즘 워킹맘도 많지 않아요?)
[워킹맘이] 많을 것 같잖아요.
근데 저희 큰 누나만 봐도 그게 쉽지 않아요. 저희 큰누나는 지금은 주에 이틀만 일하는 프리랜서로 일을 하고 있긴 하거든요? 근데 진짜 일을 안[못] 하고 있는 엄마들도 많대요. 아직도.
(사람들이 여성의 출산으로 인한 경력 단절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다는 게 느껴졌을 거 같아요.)
네. 저는 너무 공감했어요.
왜냐하면 애가 태어나고 백 일은 진짜 무조건 엄마가 옆에 있어야 하거든요. 아니 엄마가 아니라 엄마 아빠가 둘 다 있어야 되는데. 일반 사람들은 돈 많은 사람들처럼 사람을 쓰고 그러기가 힘드니까 엄마가 맡게 되는 거죠. 그런 거 봤을 때 진짜 여자들은 경력 단절이나 이런 거에 대한 고민이 더 많겠다는 생각을 하는 거죠.
저는 제 목표를 이야기할 게요.
나는 일러스트 페어에 출전할 거다!
그게 제 목표에요. 무조건 나가고 싶어요.
(일러스트 페어에 나가고 싶은 이유가 있나요?)
진짜 멋있더라고요. 저도 팔로잉하시는 분들이 페어 출전하셨다고 놀러오라고 해서 갔었거든요. 거기서 작가님을 뵈고, 캐릭터 하나하나에 공을 들인 것들을 보니까 정말 멋있었어요. 페어에 출전하는 거 자체만으로도 엄청 영광일 거 같아요.
(일러스트 페어에 출전하기 위해 갖추어야 할 자격이 있나요?)
포트폴리오도 써야 되고 부스를 사야 된 대요. 그리고 그 부스를 어떻게 꾸밀 건지 기획안을 보내고 거기서 승인을 해줘야 한 대요. 요새는 또 출전하고 싶어 하는 분들이 너무 많아서 경쟁률이 높다는 거 같아요.
그래도 일러스트 페어에 출전하는 게 목표다!
출전하면 관심 가져주세요!
▼ 코알라군 님의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koala__toon?igsh=NDYxczBhemxycDZr
제가 말을 흩뿌려도 잘 포장해주셔서 편안하게 제가 하고 싶은 말을 다 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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